푸른 하늘과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양양 ‘푸른 하늘 은하수’ 펜션
자연 속에 폭!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린 시절 살던 고향으로 되돌아와 ‘푸른 하늘 은하수’ 펜션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저희 펜션까지 들어오는 어성전 계곡을 따라 펜션과 캠핑장이 여럿 있지만 그 당시엔 저희가 제일 처음 시작했죠.
이곳엔 봄이면 취나물도 따서 먹고, 개구리 알, 도롱뇽 알에 산벚꽃을 비롯한 이름 모를 들꽃을 가득 만나실수 있어요. 여름엔 계곡에서 낚시와 물장구치기 뿐 아니라 자연산 뽕나무의 오디와 산딸기도 마음껏 맛보실 수 있고요. 하조대 해수욕장까지 차로 20분밖에 안 걸려서 바다에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답니다. 가을의 단풍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요. 겨울엔 눈이 40~50cm정도는 와야 눈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는 겨울왕국에서 이글루도 만들어보실 수 있지요. 60~70년은 족히 넘은 멋진 금강송들에 둘러싸여있는 펜션 바로 뒤에는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다양한 등산코스와 어성전‘더불여 숲’,‘유아숲 체험장’등이 있어 저희 펜션에 오시는 분들에게 꼭 가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있답니다.
손전등 없이 밤 산책을 해보셨나요? 우리 주변의 빛공해가 없으면 달빛과 별빛이 생각보다 얼마나 밝은지 모릅니다. 저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될 수 있으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 그대로의 것들을 많이 경험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양양 ‘푸른 하늘 은하수’ 펜션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
처음 펜션을 지을 때 건축하는 분이 설계를 해주면서 보통 펜션들은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해 방을 여러 개 만들려고 애를 쓰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그저 편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각 방들의 벽은 서로 하나도 공유하지 않게 떨어뜨렸고 방 사이에 북 카페도 만들었죠. 방 크기도 보통 2인실보다 넉넉해서 조용하게 편히 쉬실 수 있답니다. 또 저희 펜션에 오시면 각 방마다 다른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미술 선생님이 휴가를 오셔서 여기에 머물다가 벽이 너무 휑하다고 그림과 캘리그라피를 그려주셨어요. 문구는 여기 다녀가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그런 문구로 다 다르게 정했더니 손님들도 좋아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가더군요.
또 북 카페 뿐 아니라 각 객실마다 책을 놔두어 아이들이 오면 바로 책을 꺼내서 봅니다. 보통 아이들은 전자기기를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데 만화로 된 역사책과 과학책 시리즈들을 갖다 놓았더니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전집을 다 보고 가려고 얼마나 열심인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한 번 오신 손님들이 계속 오고, 또 소개로 오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7~8년 단골은 기본이고, 결혼하기 전에 연인으로 왔던 분들이 이젠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함께 오기도 하니까요. 솔직히 대한민국에 이곳보다 더 아름다운 곳들이 많이 있는데, 아름다움도 자꾸 보면 식상해지지만 여기엔 사람이 좋아서 계속 오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엔 저도 얼마나 감사하고 뿌듯한지 모릅니다.

예상치 않는 곤경에 맞닥뜨리다
사실 펜션에는 생각지 못한 별의별 사람이 다 다녀갈 수밖에 없어요. 한여름에 2층 방을 예약 하신 분이 아기를 안고 오면서 엘리베이터가 없냐고 짜증을 내실 때에는 ‘아니 2층 건물에 무슨 엘리베이터?’라고 생각하며 조금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연말에는 의도치 않게 좋지 않은 일도 겪었습니다. 커플 한 쌍이 방을 예약하고 오셨는데 하필 바로 직전 손님이 그 방에서 실내 조리 금지인 대게를 삶아 방에 냄새가 배어버렸습니다. 해산물은 냄새가 금방 배기에 요리하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말이죠. 그 냄새를 빼기 위해 아무리 양초를 켜고, 커피도 끓여보고, 향을 피워도 냄새가 다 빠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정말 죄송한데 다른 방들도 예약이 다 차있어서 원하시는 환불을 해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괜찮다고 하셔서 저희는 음식도 해드리고, 차도 끓여드리며 1박2일을 잘 지내고 마지막 인사까지 잘 하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그 커플이 블로그에 나쁜 평으로 글을 써 놓았다며 저희 단골손님에게 전화가 온 게 아닙니까? 그 단골손님이 블로거와 직접 연락을 해서 조금 다투기도 하고, 글을 내려달라 부탁하니 돈을 주면 블로그 글을 내리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저희 집사람은 그 부정적인 글에 계속 신경을 썼지만 저는 돈은 줄 수 없다고, 그냥 놔두라고 했습니다. 그 평가가 우리 펜션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다른 곳에서도 또 그렇지 않겠어요? 이 사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만든 목공 작품
마음으로 대화하기
아무래도 한국문화에서는 서로 마음을 여는데 음식문화를 빼놓을 수 없죠.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이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들로 감자와 옥수수 뿐 아니라 산나물반찬, 부침개 등을 많이 해드렸어요. 매년 1월 1일이면 떡국도 끓여드렸고요. 그런데 코로나를 거치며 사람들이 접촉을 두려워하게 되니 이렇게 요리를 해서 드려도 안드시고 버리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생긴 현상이니 한편으로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농약도 하나 안치고 키운 귀한 재료들로 만들었는데 버려지니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음식 대신 자연산뽕잎차, 송담차, 마가목 차 등을 대접해드린답니다.
제가 목공 1급 자격증이 있어서 원하시면 목공체험도 같이 하실 수 있습니다. 펜션에 있는 통나무로 된 책꽂이, 객실에 있는 의자와 탁자, 열쇠고리 등은 제가 직접 만든 작품들입니다. 음식을 못 나누는 대신 제가 만든 안마봉이나 참나무 찻잔 받침들을 나누어드리고 있습니다. 워낙 집사람이 주는 걸 좋아하니 저는 힘들게 만들고 집사람은 기쁘게 나눠주고 있지요.(웃음)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참 좋아해서 대학원 때 상담분야 공부를 했던 것이 지금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 먹을 것도 나누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참 좋거든요. 원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가 더 편하다고 하잖아요.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보면 저에게 고민들을 많이 털어놓으십니다. 실제로 알코올중독으로 고생하던 분이나 인생을 스스로 그만두고 싶어 하던 분들과 대화하다 그분들이 마음을 돌이키신 적도 있답니다.
시대가 갈수록 물질적으로는 더욱 풍요로워지지만 마음은 각박해져만 갑니다. 이런 마음의 정서들은 본인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이곳에 오셔서 재충전하고 힐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양 ‘푸른 하늘 은하수’ 펜션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길 422
033-673-6004 / 010-4343-6004
인스타그램@bluesky6004
유튜브@푸른 하늘 은하수 이야기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6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