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hand) 나의 손(SON) 축구와 나의 인연은 거의 악연에 가까웠다. 30대 후반 수련회에 참석해 잠시 휴식시간에 넓은 공터에서 축구를 하게 되었는데 축구는커녕 달리기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그저 공을 따라다니며 뛰기 바빴다. 분명 골키퍼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 팀 골대 근처에 있게 되면서 대포알처럼 날라 오는 상대방 골을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글러브도 끼지 않은 왼손으로 볼을 막았는데... 앗뿔싸! 금세 왼쪽 손 엄지부위가 북한산만큼 부어올라 병원으로 직행... 공교롭게도 손의 뼈는 골절이 되도 워낙 작은 뼈들이 많아 엑스레이 상에서는 골절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단다. 작은 시골 병원에서 급하게 약 처방만 받고 엑스레이 상 골절도 보이지 않으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했다. 2주 정도를 한방으로 침 맞으며 고생고생하다... 도저히 통증과 붓기가 가라앉지 않아 종합병원에서 MRI를 찍어본 결과, 왼손 엄지 아랫뼈에 골절되었음을 발견!! “이리 골절 되었는데, 바로 와야지, 2주후에 와서 나에게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이미 주위 조직이 떡이 되었겠다.”며 의사에게 엄청 혼나고, 끝내 수술대에 올랐다. 그로부터 20년~ 내 인생에 손흥민이
허공의 돈 배드민턴용품 전문매장에서 폐업을 한다기에 허위단심 찾아갔다. 치마 한 장에 오천 원, 츄리닝 상의가 만 원이었다. 평소라면 한 벌 가격으로 열 벌을 사도 남을 만큼 헐값임에도 척척 사지를 못하고 망설인다. 카카오페이로 몇 십만 원이 우습게 오가는 때 오천 원, 만 원이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숫자로 왔다 갔다 하는 돈은 가볍기 한 량 없고 물건으로 왔다 갔다 하는 돈은 무겁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거구나. skt 해킹사고로 나라가 들썩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용으로 대출도 해간다니 더 두렵다. AI로 돌리는 전기가 무량수라고, 제발 챗gpt한테 고맙다는 말 좀 하지 말란다. 또한 나쁜 마음만 먹으면 이번 사태처럼 통신 금융시스템을 다 멈춰놓기도 한다. 나 하나 이 작은 공간에 발 딛고 사는 일은 최소한의 쌀, 물, 책으로 견딜듯한데 여러 사람이 모여 금융으로 꽁꽁 묶인 이 자본주의는 쓰나미보다 엄청난 괴력으로 덮쳐버리니 자다가도 무서워 잠을 못 이룰 일이다. 고맙다는 말을 사람한테 하면 전기가 소비되기는커녕 미소만 가득할 텐데... 이게 다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의정부 효자고등학교 박희정
아주 작은 친절의 힘 음식을 주문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고등학생 자녀를 둔 듯한 중년의 한 여성분이 키오스크 앞에서 선뜻 주문을 하지 못하고, 계속 조리하시는 분께 메뉴와 가격을 묻습니다. 바빠 보이는 종업원은 답을 해주지만, 얼굴에는 조금 귀찮은 듯한 표정이 스쳤습니다. 주문하려는 분도 눈치를 채셨는지, 조심스럽게 키오스크 앞에서 조심스럽게 화면을 터치하며 주문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결제 부분에서 어떻게 하는지 몰라 카드만 손에 들고 가만히 서 계시길래, 옆에 있던 저는 “여기를 누르시면 되세요.”라고 도와드렸습니다. 조금 민망해하실까봐. “저도 처음에는 익숙하지가 않아 사용하기가 힘들더라고요.”라고 말을 하니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시며 “이런 기계들은 너무 어려워. 그냥 사람에게 주문하면 좋겠는데....”라며, 작은 도움으로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이처럼 작은 친절의 영향력에 대해, 과학자로서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아주 작은 친절의 힘>을 저술한 데이비드 R. 해밀턴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이 타인뿐 아니라 내 몸의 건강에도 기여를 한다고 말이지요. 즉 작은 친절은 타인에게 베풀 때 행
마라톤, 13년차, 구력 40년을 이기다니!! 요즘 마라톤 인구가 1000만 명에 가까울 정도로 급성장 했습니다. 눈에 띄게 젊은 사람들의 마라톤 동호회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전에는 대략 40~60세 정도의 남자들이 마라톤 훈련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말이죠. 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좋긴 합니다. 특히 최근 슬로우 러닝으로 사람들이 달리기 하는데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훈련 관련된 영상들도 많으니 내가 달리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 것이죠. 저는 2013년 유방암 환우들을 위한 핑크리본마라톤 10km를 시작으로 달리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19일(토) 제1회 서윤복 마라톤에 참가를 했지요. 사실 마라톤 구력 13년 째 이지만 거의 뒤꽁무니에서 헥헥 거리며 완주를 했던 터라, 전문 러닝 크루들과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2017년 춘천 마라톤 42.195km에 도전했고, 하프 달리기는 이번까지 5차례 정도 인 듯합니다. 10km는 그닥 힘들이지 않고 달릴 수가 있지요. 훈련할 때 평지를 달리기보다 언덕 달리기 연습을 해서 평지는 훨씬 쉽게 달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윤복 마라톤을 참가할 때, 달리기 훈련도 전보다 많
에세이,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사소한 것들로 글쓰기 한 알 씨앗에서 싹이 트고 가지가 뻗고 꽃이 피듯, ‘귀뚜라미’란 제목에서 시작해 세상의 가을을 향해 번져 나가는 글이라야지, 허턱 ‘가을’이라고 대담하게 제목을 붙였다가 ‘귀뚜라미’로 쫄아 드는 글은 소담스럽지 못한 법이다. (이태준, 《문장강화》) 처음 에세이를 쓰자 하면 마음이 무척 거창해진다. 인생의 사유를 담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 지금껏 살아오며 깨달은 수많은 통찰들을 어떻게든 글에 담아내고 싶다. 인생의 굴곡으로만 따지자면 그 어떤 「인간극장」 출연자보다 못할 것 없고, 통찰로 보자면 이어령 선생 못지않게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싶은 게 우리네 모두의 인생이다. 그것을 글에 담겠다는 포부가 거창하다. 하지만 정작 한두 꼭지를 쓰고 나면 내 진중한 사유는 이미 밑천이 다 떨어져 버리고 더 이상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그 많던 내 인생의 스토리와 통찰은 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에세이 클럽 과제 중 ‘사소한 것으로 글쓰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과제라고 여긴다. 아주 사소한 것, 가능한 한 더욱더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하는 글을 쓰기. 여기서 ‘사소한’이란 물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의 온도 차이 2024년 12월부터 제2의 인생으로 간호조무사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0대 후반을 살아오면서 동아리모임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도 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 강의를 연이어 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첫 강의 시작하기 전날 시뮬레이션으로 앞에 학생들이 있다 생각하고, 3시간 계속 강의를 해보았는데 말이 꼬이고, 목도 마르고, 입안이 쩍쩍 붙기도 했습니다. 신생아실 간호사로 근무하며 30~40분 정도 산모 교육 후, 몸에 에너지가 쑥 빠져 나가는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 당시 ‘난 이리 30~40분 교육하는 것도 힘든데 매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하며 선생님들이 대단해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실전에 임해야 하는 강의 첫날, 아~ 글쎄 말입니다. 처음부터 출석을 부르는데 체크하는 손이 떨리고, 목소리도 떨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의연한 척 이름을 부르고 한 명 한 명 얼굴을 보면서 마치 떨지 않는 것 처럼 했습니다. 목소리에 힘을 주고 끝말까지 정확히 발음을 하고자 노력하며 강의를 시작하는데, 몸에서 열도 나고, 땀도 나고
[농부 단상] 삼 세대가 어우러졌던 사랑방을 그려보다 (경로당 지원정책을 바라보며) ▶ 출처 : blog.naver/yp_nadri (양평농촌마을벽화) 항상 연말연초가 되면 지역 농협이나 각종 단체 등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있다. 각 마을마다 있는 ‘경로당’이다. 예전에는 농한기가 지난 다음에 주로 사용되던 공간이 이제는 1년 내내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된 곳이다. 한 여름에는 에어컨이, 한 겨울에는 보일러가 작동되어 집보다 더 좋다고 할 정도다. 삼시 세끼 해결은 기본. 물론 국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한정적이라 빠듯하다고는 하지만 연말연초에 난방비 등을 지원하는 단체들로 인해 부족한 것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섬김을 통해 쉼없이 돌아가는 경로당 보일러 소리를 들으면 농부인 기자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올해 초에도 반가운 섬김의 소식들이 들렸다. 지역 농협 차원에서 각 마을에 있는 경로당들의 난방비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고, 마을 청년회, 번영회 등에서도 식재료 등을 통해 어르신들을 섬긴다는 소식에 다들 잘 한다고 박수를 보낸다. 매달 동네 어르신들을 섬기는 장수식당은 덤이다. 하지만 이런 외적 지원들이 또 다른 차원으로 나가지 못하고 물질적 지원 차
[에세이] 때론 삶이 지치게 할찌라도 이번 설은 주말과 월요일이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무려 6일을 쉬게 되었다. 자식들이 언제올 지 궁금했지만, 언제오냐고 내가 먼저 전화해서 물어보지 않는다. 다 컸으니 각자 자기 인생을 살아야지, 나도 자식들에게 연연하며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전화를 해보고 싶지만, 올 때 되면 오겠지 하고 꾹~ 참는다. 설 전날이 되자 결혼을 하지 않은 막내딸이 가장 먼저 집에 왔다. 오랜만에 만나니 하고픈 이야기가 많아서 딸이 오자마자 한 시간 가량 대화를 했다. 주로 내가 말을 하고, 딸은 중간중간 맞장구 치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딸이 시골에 사는 동네 사람들의 안부를 물어 누구는 90세 잔치를 했고, 누구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을 했고, 누구는 내년이면 101세라고 하니, 이제 정말 100세 시대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며 딸이 놀랜다. 오래 사는 것보다 나는 아프지나 않고 살면 좋겠다는 진심이 툭 튀어나왔다. 설 당일이 되니 인천에 사는 아들, 며느리, 손자가 왔다. 며느리는 시집을 올 때는 볼이 통통하고, 앳된 얼굴이었는데 늦게 낳은 손자가 ADHD 진단을 받으면서 아이를 돌보느라 맘 고생을 많이 해 얼굴이 반쪽이 되고,
나의 N번째 직업은? 평균퇴직나이 49.4세 2024년 보험개발원이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측정한 우리나라 여성과 남성의 평균수명은 각각 90.7세, 86.3세입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퇴직 나이는 49.4세에 불과합니다. 이미 평생직장은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단어가 되어버린지 오래며, 이젠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져가고 있습니다. 나의 세 번째 직업 IT 프로그래머, 그 다음은? 저는 20세기 말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이제 곧 5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세시대의 절반을 살고, 후반전을 눈앞에 두고 있죠.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초,중등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20대를 보낸 것이 저의 첫 번째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자출판을 위한 1인기업의 사장을 거쳐, 현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직업인 지금의 일을 30대 중반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을 때를 지금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20대 빠릿한 친구들과 경쟁하기 위해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파파스토리] '나의 길' vs '아빠의 길' 어느덧 세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아빠로서 나’와 원래 ‘나’와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그렇게 제가 원하는 것과 아빠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선택의 귀로에서 겪었던 아쉬운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었을 스피치 대회를 소중한 첫째 딸아이의 소풍을 위해서 포기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저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토스트 마스터즈’라는 영어모임을 가는데 그 토스트 마스터즈는 전 세계적인 모임이라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스피치 컨테스트를 합니다. 특히 하반기 컨테스트는 4가지 컨셉 중 하나를 주제로 정하여 대회를 하는데 올해는 ‘유머러스 스피치’라는 컨셉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원래 말하는 것과 사람들 웃기는 것을 좋아하고, 또한 내 유머가 영어로도 통할지 테스트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영어는 한국말만큼 애드립이 되지 않아 안타깝게 탈락했고, 한국어 유머러스 스피치에서 제가 속한 클럽의 대표로 선정되어 그 다음 대회인 ‘Area 스피치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