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OECD중 자살율 1위 탈출을 기대하며
우리나라는 200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율 1위를 기록한 이후, 20년째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는 “한국이 노인자살율이 높기로 유명하고 70대 이상의 자살율이 나치 치하의 유대인 자살률과 비교가능할 정도로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노인 자살율 뿐 아니라 이제는 초등학생들의 자살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EBS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학생 자살 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14명이었던 학생 자살자는 2023년 214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2017년보다 각각 3배씩 증가했습니다. 자살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년도 고등학교 1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으로 한 학년 내려갔습니다.

스스로 숨지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동시에,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겁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겪은 마음의 병은 ‘우울’이었습니다. 자살 전, 학생들이 겪었던 문제는 학업 문제와 가족 문제, 개인 문제 등 평균 2개의 문제가 중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우울증에 걸려도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기가 어렵고, 겉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나종호 교수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의 선행학습은 무척 빠르지만, 정신건강에 대해 우리가 가르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정신건강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초등학교에서부터 교육 목표 중 한가지로 ‘자신의 감정을 읽고 명명하는 것’을 정하도록 교육하고, 기쁨, 슬픔, 분노, 불안 같은 것들을 쓴 '감정표'를 만들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전문 상담교사 등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20세기 내내 높은 자살율로 오명을 받던 핀란드는 1980년대부터 자살 위험군에게 선제적으로 상담,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한편 ‘사회적 접촉’에 관점을 두고 중점 관리하며, 예산을 쏟아부어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영국과 일본은 국민의 정신건강의 주요 원인인 외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외로움 장관’을 선임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울과 외로움 등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로 고통을 받을 때 사회적 낙인이 아니라 관심과 예방과 치료적 측면의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전체 보건의료 예산 중 정신건강에 쓰는 비율'은 OECD 평균이 5%인데, 한국은 1.7%로 3분의 1 수준입니다. 저출산율에 대한 염려와 대응책들은 속속들이 나오는 반면, 이미 태어난 아이들과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자살 예방을 위한 예산 확보, 지속적인 정신건강과 사회적 낙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국가적, 사회적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내 마음의 상태에 대해 인지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2025년에는 한가지씩이라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정신건강에 관한 문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과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사회망 형성과 홍보, 병원 응급실에도 정신적인 문제로 급하게 도움이 필요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배치하는 것 등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남들과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가진 고유함과 삶의 가치와 의미들을 생각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봅시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의 혹독한 시간을 경험하고 생존한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고통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현재의 시간을 전부로 여기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며, 절대적인 신 존재 앞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더Culture 박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