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른의 영향력
요즘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춘기가 되더니 아이가 방문을 닫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심리학자 데이비디 예거는 부모와 선생님, 어른들 사이의 이 좁혀지지 않는 격차의 이유가 어른들이 청소년의 뇌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청소년의 뇌는 미성숙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어렵다는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10세 무렵이면 사춘기에 접어들고, 사춘기에는 호르몬, 뇌, 신체, 사회생활에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고, 이런 변화는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변화가 25세 중반까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20대의 뇌가 미성숙하다는 뜻이 아니라 계속 변하고 적응하는 단계라고 주장합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지위’와 ‘존중’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지위’와 ‘존중’입니다. 신경과학자들은 사춘기를 겪으며 뇌가 사회적 지위와 존중에 민감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시기의 뇌는 자부심, 감탄, 존중 같은 경험을 갈망하고 굴육이나 수치처럼 사회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혐오합니다. 사춘기 시작 무렵부터 사회에서 성인으로 역할을 맡기 까지 의미있고 존중받고 싶다는 욕구를 키워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나 욕구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청소년들은 ‘나도 다 컸다.’ ‘나도 알만큼 다 알아요’라고 말합니다.
강요자, 보호자, 멘토 3가지 마인드셋
데이비드 예거는 이 책에서 그동안 보편적으로 인식되어 왔던 청소년들은 생각이 불완전하고 부족해서 현재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불러올 결과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을 전적으로 반박합니다. 예거는 책에서 청소년을 대하는 어른의 유형을 강요자, 보호자, 멘토 마인드셋 3가지로 나눕니다.
- 강요자 마인드셋 : 미성숙하고 반항적인 청소년들이 사회에 심각한 피해를 줄거라고 걱정하며 책임과 규율,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며, 높은 기준을 강요하지만 그에 맞는 지원을 하지는 않습니다.
- 보호자 마인드셋 : 청소년들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기고, 당성하기 어려워 보이는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잔인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이 접근법은 배려심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청소년이 무능하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으로 청소년들은 자신이 무시받는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 마인드셋 : 무능 모델에서 벗어난 관점으로 높은 기준과 높은 지원을 동시에 적용합니다. 청소년들을 어린아이로 취급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하며 사회적 지위와 존중을 바라는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그들이 유능하다는 평판을 얻는데 필요한 자원을 적극적으로 제공합니다.
인류학자들이 말하길 우리 조상들은 청소년기를 마치고 성인이 될 때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앞에서 성인이 됐음을 알리는 통과의례를 치르고는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일부 종교적, 문화적 전통을 제외하면 이런 성인식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한국에도 만 20살에 되면 ‘성년식’을 치러주며, 축하해주는 문화도 있지만 부모와 사회로부터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인식보다는 하나의 작은 이벤트로 여겨집니다.
어른부터 독립적 인격체로 바로 서야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대로 청소년들에게 높은 기준과 높은 지원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는 부모, 교사, 어른들이 먼저 독립된 인격체로 홀로 설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없다면 나의 자녀도 독립된 한 인격체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아이들을 미래를 결정하려 하고,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불안과 심지어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잘못된 애정이 집착이 되고, 아이들은 그저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자녀로 자라거나, 부모에게 반항하며 분노를 표출하여 본인과 부모 모두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특히 가족과 혈육에 대한 애착이 심한 한국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유교문화가 만연함 속에 어른으로 대접하고, 대접받아야 한다는 문화도 바꿔야겠습니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로 어른 대우를 기대하거나 무언가 가르쳐줘야 한다는 부담도 결국 상호 인격체의 만남으로 상대를 대하기보다 유교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문화 때문은 아닐까요? 늘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의식하는 가운데 청소년들도, 어른들도 서로 불편한 역할 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의 영향력>이란 책을 통해 개인과 핵가족화로 개별화된 사회 속에서 미래의 가치인 청소년들에게 공동의 성숙한 어른 역할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