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N번째 직업은?

나의 N번째 직업은?

 

평균퇴직나이 49.4세

2024년 보험개발원이 국내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측정한 우리나라 여성과 남성의 평균수명은 각각 90.7세, 86.3세입니다.

하지만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퇴직 나이는 49.4세에 불과합니다. 이미 평생직장은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단어가 되어버린지 오래며, 이젠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직업이라는 말조차 무색해져가고 있습니다.

 

나의 세 번째 직업 IT 프로그래머, 그 다음은?

저는 20세기 말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이제 곧 50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백세시대의 절반을 살고, 후반전을 눈앞에 두고 있죠.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초,중등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20대를 보낸 것이 저의 첫 번째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다 전자출판을 위한 1인기업의 사장을 거쳐, 현재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직업인 지금의 일을 30대 중반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을 때를 지금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20대 빠릿한 친구들과 경쟁하기 위해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힘들어서 피하는 SI 파견회사에 입사해서 주말, 밤낮없이 꼬박 5년을 굴렀습니다. 파견을 나갔던 상대편 회사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제 나이에 맞는 실력을 기대했지만 실제 저의 실력은 택도 없었으니, 총괄 책임 PM(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공부 좀 하세요!”라는 말을 들으며 자존심 상해서 죽을 뻔 하기도 했었죠. 덕분에 기를 쓰고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21세기가 되면서 세상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빅데이터, AI 등으로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IT 분야입니다. 이제 낼모레면 반백살인데 이 IT분야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나의 그 다음 직업은 무엇으로 찾아가야 할 것인지가 저의 2025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실패이력서

신문의 신간소개 코너에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한마디가 있습니다. 실패이력서. ‘이력서라 함은 나의 모든 좋은 면만, 없으면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넣는 것이 이력서인데 실패이력서라니?’ 배우 김혜수, UCLA의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을 비롯해 아이돌 상담심리전문가 조한로에 이르기까지 명사 12인의 실패 경험담을 모은 인터뷰집이더군요.

이제 앞으로는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업종전환에 수시로 도전해야 하는데,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본인의 용기뿐만 아니라 그 실패를 용납해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가장 먼저는 우리의 가정과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의 도전과 실패를 격려하며, 그리고 회사에서도 무조건 개인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인 태도보다는 모두가 같이 노력하며 회사와 직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도전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배우 김혜수씨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실패했다는 건 최소한 ‘했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중요해요. 머릿속에 있는 거? 말로만 하는 거? 중요하지 않아요. 해야죠. 실패가 없는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낫죠. 실패는 가능성이니까”

 

더 Culture 이강

river7_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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