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마음이 보내는 신호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잠들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한동안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잘 자?” 지금도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완전히 끊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도움을 받는 수준까지 줄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중 잠깐이라도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짧아도 괜찮습니다. 그 시간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오늘은 어때? 괜찮아?” 저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가만히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정리해 갑니다. 하지만 사서 걱정하는 성격이다 보니 제가 인식하지 못한 감정이나 문제가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조용히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밤잠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미해결 과제(unfinished business)’라고 합니다. 해결하지 못한 경험이나 감정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잔재로 남는 것이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갈증이 사라지듯, 감정 역시 알아차리고 표현되거나 정리될 때 비로소 마음은 편안해집니다.
돌아보면 저는 오랫동안 제 감정을 참고 넘기는 데 익숙했습니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했고 불편해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남들만큼은 해야지.”
“더 잘해야지.”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되지.”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서 마음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특히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는 마음이 컸습니다. 나의 필요보다는 어떻게 보일지를 먼저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제 감정과 욕구는 점점 뒤로 밀려났습니다. 그 시절 저는 스스로를 '빛 좋은 개살구'처럼 느끼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정작 내 마음은 돌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감과 우울감이 일상처럼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마음이 불편할 때면 그 감정을 없애려 하기보다 먼저 알아차리려고 합니다. 지금 내가 지친 건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지, 혹은 서운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건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게슈탈트 심리에서는 마음의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태도로 ‘지금 여기(here & now)’에서 자신의 경험을 인식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에 끌려가기보다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긴장은 조금씩 풀립니다. 물론 여전히 마음의 에너지가 부족한 날도 있습니다. 예전에 쌓아두었던 감정들이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알아차림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쉬어야 할 때는 쉬고, 미뤄둔 일을 정리하고, 필요한 감정은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예전처럼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너의 마음은 어떠니?”
우리는 몸의 상태는 자주 확인하면서도 정작 마음의 상태는 묻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무시할수록 더 크게 신호를 보냅니다. 잠이 오지 않거나,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치게 만드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혹시 밤이 되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있다면 잠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오늘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 지금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선택이 아니라 마음을 지키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 중요한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그림입니다]
Nicolas Party(니콜라스 파티) _ Portrait with Mushrooms

이 작품 속 인물의 몸은 거대한 버섯으로 뒤덮여 있고 머리 위에는 나비가 앉아 있습니다.
버섯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자라며, 낡은 것을 분해하고 다시 생명을 만들어 내는 존재입니다.
나비는 긴 시간을 지나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는 변화의 상징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비슷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과 경험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그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우리를 변화시키고 단단하게 만듭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감정일지라도 어쩌면 그것은 마음이 스스로를 정리하고 회복하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의 변화는 무엇일까요.
리네아스토리 김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