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 들면 돈 안 받겠습니다.”… 조경의 가우디를 만나다

“마음에 안 들면 돈 안 받겠습니다.”… 조경의 가우디를 만나다

 

이만 오천 평 부지에 수목원을 조성 중인 정원을 찾았다. 반송과 적송, 회양목과 연산홍, 그리고 거대한 자연석이 어우러진 풍경은 단정하면서도 묵직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어진 공간이었다.

 

 

이 정원을 맡은 이는 지인들 사이에서 ‘조경의 가우디’로 불리는 조경업체 대표다. 원래 골프장에 식재될 예정이었던 나무들이었지만, 사업이 무산되며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다고 한다. 그는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의 사연까지 기억하고 있었고, 그것들을 생명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유양리 일대를 자신의 땅으로 채울 만큼 넉넉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30년 지기를 믿었다가 큰 손해를 입고 결국 경매로 땅을 잃었다. 한동안은 머리를 싸매고 누워 지낼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조경’이었다. 수목원을 설계하면서 마음의 병이 서서히 가라앉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자연을 다루는 일이 곧 자신을 회복시키는 일이 된 셈이다.

 

그는 한때 국내 조경업체 상위 50위 안에 들었던 경력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그 흔한 포트폴리오나 설계도면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감각으로 현장을 읽고 공간을 만들어간다. 수십 톤에 이르는 자연석을 옮기면서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작업을 이어온 점은 그의 내공을 짐작하게 한다.

 

 

 

인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북카페를 지으려는 숙원을 실현하기 위해 조경업자를 찾는 중에 사장님을 만났다. 개인의 자그마한 정원을 맡기는 일은 마치 모기를 잡으려고 큰 칼을 쓰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께서는 큰 일, 작은 일이 어디 있겠냐고 차별 없이 말씀하신다. 수목원을 축소해서 마당에 넣어주시겠단다. 이번 조경에는 자목련과 공작단풍, 향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다양한 과실수들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자작나무와 이팝나무, 계수나무까지 더해지면 사계절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긴 풍경이 완성될 것이다. 그는 집 뒤편에 계수나무를 심어 창밖으로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공간을 넘어 ‘삶의 장면’을 설계하고 있는 셈이다. 계약서와 하자보증을 묻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안 들면 돈 안 받겠습니다.”

그 말에는 잃을 것과 지킬 것을 모두 지나온 사람만의 담담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한 사람의 인생과 감각이 스며든 정원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된다. 자연을 통해 다시 일어선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 공간 속에서 또 다른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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