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하나 김 준 태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驛前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녁 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설 하찮고 관심을 두지 않을 너무나 작은 생명에 소망을 두는 삶은 인간보다 노을이 시퍼런 눈으로 관찰하며 격려한다. 인간과의 교감은 그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막내딸을 찾아가며 보따리 보따리 싸 들고 가지만, 헐거운 매듭으로 삐져나온 아주 작은 생명을 섬세히 이해하는 마음.
[공간과 빛과 인간시리즈 1] “여보, 부모님 방에 전등 바꿔드려야겠어요.”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공간인식 “인간은 환경-공간을 만들고, 동시에 자신이 만든 공간-환경에 지배를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형성하고 빚어내는 적극적 존재라는 것이죠. 점잖은 사장도 예비군 군복만 입으면 본능에 충실해져 노상방뇨를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보게 되는데, 옷 하나 바뀐 것으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태어나서 자라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사무실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요? 더군다나 북미와 유럽에서는 90%가 넘는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니 집과 사무실 같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건축,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다 얼마 전, 일산에서 열린 가장 큰 건축박람회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온도와 습도, 공기 등을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 전시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건축이 디자인과 내외장 재료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그 건축 공간 안을 얼마나 인간에게 쾌적하고 건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4] 스티로폼 카빙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 넣다 저처럼 푸드카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푸드카빙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 않기에 농수산물 시장에 카빙용 재료를 구입하러 가면 상인 분들은 저를 보고 예술 하시는 분 오셨다고 합니다. 그나마 푸드카빙이 뭔지 아는 분들은 푸드카빙 전문가, 푸드아티스트, 식품조각가, 과일공예가, 식재료예술가 등으로 불러주시죠. 저는 다른 분들께 저를 소개 할 땐 ‘식재료에 생명을 불어 넣는 마술사!’로 소개한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술사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야채로 만든 작품들이 형태를 잃어가는 것이랍니다. 즉 작품이 상하면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오기에 과일은 바로 먹고 당근으로 만든 용이나 기타 작품들은 상하면 버린답니다. 카빙작품을 완성하는데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5시간 이상 걸려서 완성되는 작품들도 있는데 이렇게 빨리 없어지니 참 아쉽고 아깝습니다. 힘들게 만든 작품인데 좀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건 없을까? 왜 이런 생각을 안 했을까요? 당연 했습니다. 그래서 스티로폼을 사용해 스티로폼
스미싱에 스매싱 당한 날 미끼 ‘엄마~ 나 폰 액정 깨져서 수리 맡기고 임시번호로 문자하고 있어요. 답장 주세요.’ 이 문자 하나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으잉? 이게 뭐야? 조심 좀 하지. 얘는 또~~ 지난달에 폰 떨어뜨려서 수리하더니 왜 또 고장 냈대” 그렇게 주고받기 시작한 문자. 고장 난 폰을 수리하는데 드는 보험비를 내 통장으로 대신 청구하기 위해 나의 통장 번호와 비밀번호, 그리고 신분증이 필요하단다. 컴퓨터를 전공한 딸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기계나 인터넷과 관련된 것들은 물어보면 워낙 알아서 다 챙기고 척척 박사처럼 해주니, 이번에도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방심한 채 요구하는 정보는 다 불러주고 신분증도 사진 찍어서 보냈다. 내 스마트폰에 설치하라는 것도 다 설치하고… ‘엄마 폰으로 필요한 거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니까 폰 끄지도 말고 그냥 놔두세요~’ 그 문자를 마지막으로 난 집안일을 이어갔다. 악몽 그렇게 2~3시간쯤 흘렀을까? “따르릉~” 집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여기 OO은행인데요” ‘응? 뭐지? 갑자기 OO은행? 이거 은행을 사칭한 피싱 사기 전화 아니야?’ “고객님 지금 피싱 사기 당하고 계신 것 같아요. 스마
하 늘 예전 학교 선생님에게 “부모님께 가장 최근에 본 하늘이 언제였는지 물어보세요”라는 숙제를 받아본 적이 있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였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하늘을 언제 본 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신 부모님들은 바쁜 일상에 치여서 여유가 없어 하늘을 볼 시간이 없으신 것일 수도 있다”하셨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달이 예쁘게 떴다는 말을 듣고 우연히 하늘을 보면서 나도 언제 하늘을 마지막으로 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동안 여유가 없었나보다.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 크게 에너지를 써야하는 일은 아닌데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다니. 사실 시간적인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시험 기간엔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누가 툭 치면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쁠 때에는 할 일에 치여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날 위해 해주는 뾰족한 말 화살들은 화살표가 되어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긴 커녕, 날 찔러 아프게 했다. 나는 항상 이런 마음들을 다 안아가며 살아갔다. 부족한 나 자신을 탓하고
중국인의 위험한 돼지사랑? 한국인에게 그래도 고기라고 하면 한우인 ‘소고기’를 알아주고, 가장 귀한 음식 중에 하나로 여깁니다. 어려서 명절에 친척 어르신 집을 방문할 때면, 평소 물건도 잘 사지 않는 아버지가 정육점에 들러 주인장에게 좋은 부위로 달라고 말까지 덧붙이며, 신경을 써서 정성껏 사가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인이 소고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오히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고기라고 하면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중국,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즉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인데, 다시 말해 돼지고기와 식량이 부족하면 나라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돼지를 뜻하는 ‘저(猪)’가 앞에 쓰여 식량보다도 돼지고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중국남부의 홍수로 돼지고기 값이 2배로 오르면서 민심을 잡고 돼지고기의 수급을 안정화 시키고자 중국정부는 재정 지원을 포함하여 대규모 양돈장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