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성품개발을! 시리즈 1-4 용기]

용기

[시로 성품개발을! 1-4   용기]

 

 

 

여 름 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가뭄 든 땅에 비가 옵니다.

  풀과 잎사귀 춤을 춥니다.

  반가운 비가 고이 온다고.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쓸쓸한 맘에 비가 옵니다.

  아무리 와도 꽃도 못 필 걸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잠든 동산에 비가 옵니다,

  쓸데 없는 걸 비가 옵니다,

  잠을 깨라고 비가 옵니다.

 

  - 김 소 월 -

 

 

 

 

  여름비는 반가워서 내심으로 미소짓게 만듭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밭의 틈들을 요 이쁜 것들이 말끔하게 매꾸어주며 이윽고 자라날 풀과 잎들이 하늘 하늘 춤추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렇게 소망하던 소월 시인은 그 비를 보고 ‘꽃도 못 필 걸’, ‘쓸데 없는 걸’이라고만 펄썩 주저앉고 마네요. 그러니 그 비는 쓸쓸하거나 슬픈 비일 것도 같습니다. 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쓸쓸하고 슬프기 때문이겠죠? ‘꽃도 못필 걸’ 하고 돌아앉지만 그래도 비는 내리고 또 내리고 주룩주룩 내립니다. 깊이 잠든 꽃동산을 가득 채운 쓸쓸함을 인내심을 가지고 내어쫒을 양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쓸 데 없는 걸’ 이라며 자조적 쓴 웃음을 짓지만, 드디어는 결국 인생의 잠을 깨라는 신호라는 걸 터뜩 깨닫고 희망을 가집니다. 기지개를 켜며 시작된 이 미약한 깨어남이 결국 새출발할 용기를 내게 하기 때문입니다.

 

  주룩 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소망에서 절망으로, 그 절망에서 다시 소망과 용기로의 변화를 경험하다니.... 대단한 시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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