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성품개발을! 1-13 죽음(을 대비하는 삶)] 저 녁 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 광 섭 - 시인이 고혈압으로 쓰러진 가운데 쓴 작품집인 [성북동 비둘기]에 실린, 삶과 죽음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이다. 그의 삶 속에서는 별과의 유별난 하나됨을 경험한다. 너는 그 많은 중에 나를, 나는 그 많은 별들 중에 너를 집중한다는 사실에서. 그러나 죽음에 이르면 처지가 너무나 달라진다. 별들의 죽음과 같은 날이 밝아오는 속에 사라지지만 나는 잘 알 수 없는 어두움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을 주고받았던 너와 나는 나의 이생 이후의 삶에서 어디서 어떤 존재로 만날까 궁금해 지는 시인이다.
[시로 성품개발을! 1-12 근면] 나 무 는 봄비 맞고 새순 트고 여름비 맞고 몸집 크고 가을비 맞고 생각에 잠긴다. 나무는 나처럼. - 이 창 건 - 나무와 인생인 나의 사계절은 모두 가치가 있다. 봄여름가을은 이렇게 싻이 돋고 자라고 열매맺음으로 의미를 맺는다. 나무의 성장과 나의 성장이 이렇게 빼어 닮을 수 있을까? 봄여름가을에 내리는 비는 그 의미를 재촉하여 드디어 결실에 이른다. 나무의 결실과 나의 깊은 생각은 동일한 열매이다.. 이제 마지막 계절인 겨울의 나무는 어떨까? 이 계절의 나무는 그 다음 해를 대비하며 뾰쪽 하늘로 솓구친 순이 대변한다. 내년은 더욱 클 것이라고! 바로 이 새까만 순 위에 내리는 것은 비를 대신하는 눈이다. 가끔 얼기도 하여 괴롭히지만 겨울에도 필요한 습기를 공급해준다. 그런데 내 인생의 겨울은 어떨까? 죽음 이후에 아무 것도 없어서, 새까맣거나 무의미할까? 그러면 나무에게조차 있는 새 순은, 고귀한 인생된 나에게는 없는 것일까? 그래서 늙어서 탑골공원에만 들락거리거나 심지어 함부로 살아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고 죽음 이후에 또 다른 차원의 삶이 새순처럼 있다면, 아마 삶은 전혀 새롭고 놀랍게도 영원하며 그 가치는 무한
[시로 성품개발을! 시리즈 1-11 고통(을 견디는 삶)] 못 못은 망치에 얻어맞는다. 고통을 이겨내며 벽에 조금씩 박힌다. 그때 비로소 못은 힘을 갖는다. 무거운 액자와 시계를 거뜬히 든다. - 김 숙 분 - 못과 망치는 늘 같이 한몸처럼 다닌다. 못의 관점에서는 망치는 몹쓸 놈처럼 보인다. 늘 자기를 때리니까. 하지만 망치질이 안되고 덩그러니 못통에 놓여있는 못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망치질을 통하여 나는 승화되고 단단하게 벽에 고정되며 드디어 완성된다. 무엇으로! 어떤 것이든지 견고하게 하고 들고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의 살과 뼈를 때리는 망치는 어떤 면에서 고마운 도구같은 존재다. 나를 그 목적에 드디어 도달하게 하는 수단이 되니. 이쯤 되면 망치가 오히려 자신의 사명을 다하지 못할까 염려된다. 하지만 안심하라. 망치도 나를 벽에 고정시킴으로 자기의 사명을 다했으니. 악인의 역할과 사명은 항상 거기까지이며, 선인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가 된다.
[시로 성품개발을! 1-10 절제] 구 공 탄 조심조심 양손에 구공탄 들고 허리도 못펴고 살금살금 걷는다 따라오던 동생이 또 한 번 건드리자 화는 나도 구공탄은 사알짝 내려놓고 도망가는 동생을 오빠는 쫓아간다 바람 찬 저녁길에 구공탄 두 개 - 박 홍 근 (1919-2006) - 겨울이 시작되면 오래된 사진첩처럼 ‘구공탄’ 이라는 동시를 꺼내 읽는다. 이 동시를 읽으면 구공탄의 불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때 우리 서민들의 겨울 벗이었던 구공탄은 아련한 추억의 땔감이다. 겨울이 시작되면 집집마다 김장을 하고 구공탄이라 불리던 연탄을 들여다 쌓아놓았다. 양손에 구공탄을 들고 행여 깨질세라 허리도 못 펴고 살금살금 걷는 아이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뒤따라오던 동생이 무슨 심술이 났는지 건드리자 화는 나도 구공탄이 깨질까 봐 사알짝 내려놓고 동생을 쫒아 가는 아이의 마음이 대견스럽다. 내 동심의 추억 속에 바람찬 저녁 길에 구공탄 두 개가 아직도 남아 있어 겨울이 춥지 않다. - 이준관 (아동문학가) - * 구공탄 : 9개의 구멍을 내어 만든 (무)연탄이라는 의미로, 실제는 더 많은 구멍을 가질 경우가 많았다. 1960-70년대의 한국의 각 가정에서 널리
[시로 성품개발을! 1-9 명상,상상력] 어 린 아 들 얼굴도 잘 생긴 어린 내 아들 推子美頻色 (치자미안색) 흐리거나 맑거나 걱정이 없네. 陰晴了不憂 (음청료불우) 풀밭이 따스하면 송아지처럼 내빼고 草暄奔似犢 (초훤분사독) 과일이 익으면 원숭이인 양 매달리네. 果熟挂如猴 (과숙괘여후) 언덕배기에서 쑥대 화살 날리고 岸屋流篷鐘失(안옥류봉시) 시냇가 웅덩이에 풀잎배를 띄우네. 溪坳汎芥舟(계요범개주) 어지럽게 세상에 매인 자들아 紛紛維世者(분분유세자) 어떻게 너희들과 함께 놀겠나! 堪與爾同游(감여이동유) - 정 약 용 (丁若鏞 1762-1836) -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이 젊은 시절에 지었다. 그가 서울에서 벼슬살이하며 한창 바쁘게 지내던 시절, 다산의 어린 아들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어린 아들은 날씨가 맑거나 흐리거나 개의치 않고 뛰어놀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아이들의 천진함이다. 다산의 아들만이 아니라 옛날 어린이들이면 누구나 그랬음직한 풍경이다. 얼굴이 잘 생겼다며 귀여워 못견뎌하는 마음까지 드러낸 것을 보면 다산도 어쩔 수 없이 평범한 아버지의 하나다. 아들만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시로 성품개발을! 1-8 도전하는 삶] 네 잎 클로버 찾기 반 친구들과 봄 들판에서 네 잎 클로버 찾기를 했다 네 잎 클로버야 나오렴 맛있는 거 사줄게 얼러도 보고 네 잎 클로버야 나와라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욕박질러도 보지만 꼭꼭 숨은 행운의 네 잎 찾다가 찾다가 영우는 세 잎에 한 잎을 보태 네 잎을 만들었다 그래, 행운은 만드는 거란다! 선생님 말씀 그날 우리 모두 찾았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 - 김 미 희 - 우연한 행운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행운을 이루고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 더 가치있다. 나폴레옹이 발견하여 날아오는 총알을 피한 우연한 네 잎 클로버보다, 내 노력을 들여서 만든 좋은 결과라는 네 잎 클로버는 더 가치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영우의 재치와 선생님의 지혜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 네잎 클로버가 될 수 있음을 보였다.
[시로 성품개발을! 1-7 더불어 사는 삶] 메 아 리 네가 소리쳐 부르면 난 우뚝 산으로 설래. 네 목소린 내 마음 속에 깊이깊이 울려 퍼지겠지. 그걸 메아리로 돌려보낼래. - 너를 좋아해! - 너를 좋아해! - 정말이야! - 정말이야! 그러다 가끔 넌 장난도 치겠지 - 널 미워해! 그럼 난 움찔 놀랄거야. 하지만 난 흉내쟁이가 아냐. 얼른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래. - 그래도 난 널 좋아해! - 신 형 건 (1965-) 말하기는 듣기를 전제로 한다. 듣는 이가 없으면 말하는 이는 혼자 소리칠 따름이니 벙어리와 같다. 그래서 네가 말하면 나는 그 말을 받아쳐 울리는 산이 되어서 너와 나의 대화는 시작된다. 드디어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지. 산이 된 나는 너를 향해 반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네 소리는 여전히 내 맘 속에서도 반향되고 있어. 그래서 ‘널 좋아해’가 동일하게 나의 입에서도, 너의 입에서도 반복되지. ‘정말이고 말고’도 똑같이. 하지만 네가 치는 장난도 나는 좋아해. 우리의 관계는 어려움을 통해 발전되어야 하니까. ‘널 미워해’라는 장난스러운 혹은 심지어 삐뚤어진 너의 말이라도 나에게는 ‘너를 더욱 좋아해’로 들리거든. 그동안 너와 나는 서서
[시로 성품개발을! 1-6 열정] 어떤 舞姬(무희)의 춤 고개 숙여 악사들 줄을 울리고 자작나무 바람에 휘듯이 그녀 선율에 몸을 맡긴다 물결 흐르듯이 춤은 몹시 제약된 동작 “어찌 가려낼 수 있으랴 舞姬(무희)와 춤을” 白鳥(백조) 나래를 펴는 優雅(우아) 옥갈아 다듬었느니 맨발로 가시 위를 뛰는 듯 춤은 아파라 - 피 천 득 (1910-2007) - 주인공 무희은 서주(序奏)가 떠억하게 제대로 차비된 후에야 드디어 등장하는 법이다. 하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고 그 선율에 수동적으로 조용히 몸을 맡기며 따라가며 시작한다. 이윽고 도달하는 곳이 바람에 휘감기며 흔들리는 자작나무숲이구나. 일단 발동이 걸려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몸동작은 바람에 이어받아 물결처럼 흐르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고 최고의 완성점을 향해서 승화하는 중. 드디어 춤과 주인공 무녀가 일체가 되어 동작과 동작자가 구분이 안되는 순간에 도달하다니! 그 우아한 모습은 온 하늘을 덮듯이 쫘악 펼쳐진 백조의 날개와 같구나. 아뿔사, 바로 그 춤사위는 가시 위를 뛰어다니는 맨발의 피나는 열정적 훈련의 결과였다는 것이 보이는구나. 그 열정적 춤은 간단하게 보는 이에게는 기쁨을 주지만, 주인공 무희의 모
[시로 성품개발을! 1-5 인내] 과 일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철봉에 매달린 우리들 같아요 뚝 떨어질 것 같지만 꾹 참고 있는 과일들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어요 그래도 참고 있어요 참을성 많은 과일들 힘내라 힘내라 응원해 주고 싶어요 의자를 살짝 놓아주고 싶어요 - 박 두 순 (1949-) - 태풍이 몇 차례 지나가면서 바람에 과일들이 많이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태풍에도 끄떡없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과일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 동시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어가는 과일을 보면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처럼 뚝 떨어질 것 같지만 떨어지지 않 으려고 꾹 참고 있는 것만 같다. 참아내느라 아이들처럼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다. 안간힘을 쓰며 입을 앙다물고 매달려 있는 과일을 보면 힘내라고 응원을 해 주고 싶다. 발 딛고 있으라고 의자라도 살짝 놓아주고 싶다. 단풍잎보다 더 빨갛게,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과일들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익어가는 과일들을 보면 우리나라 가을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린 과일들이 떨어지지 말라고 응원을 보내자.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에게도 힘내라고 격려를 보내자
[시로 성품개발을! 1-4 용기] 여 름 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가뭄 든 땅에 비가 옵니다. 풀과 잎사귀 춤을 춥니다. 반가운 비가 고이 온다고.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쓸쓸한 맘에 비가 옵니다. 아무리 와도 꽃도 못 필 걸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잠든 동산에 비가 옵니다, 쓸데 없는 걸 비가 옵니다, 잠을 깨라고 비가 옵니다. - 김 소 월 - 여름비는 반가워서 내심으로 미소짓게 만듭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밭의 틈들을 요 이쁜 것들이 말끔하게 매꾸어주며 이윽고 자라날 풀과 잎들이 하늘 하늘 춤추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렇게 소망하던 소월 시인은 그 비를 보고 ‘꽃도 못 필 걸’, ‘쓸데 없는 걸’이라고만 펄썩 주저앉고 마네요. 그러니 그 비는 쓸쓸하거나 슬픈 비일 것도 같습니다. 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쓸쓸하고 슬프기 때문이겠죠? ‘꽃도 못필 걸’ 하고 돌아앉지만 그래도 비는 내리고 또 내리고 주룩주룩 내립니다. 깊이 잠든 꽃동산을 가득 채운 쓸쓸함을 인내심을 가지고 내어쫒을 양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쓸 데 없는 걸’ 이라며 자조적 쓴 웃음을 짓지만, 드디어는 결국 인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