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다문화 사회, 그 방향을 묻다: 도전과 성찰
한국은 세계의 그 어느 국가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매년 발간하는 이민 통계보고서(2024. 11월 발표)에서 2023년 이민자 증가 추이가 한국은 8.7만 명 증가로 전년도 대비 51% 증가해 38개국 회원국 중에서 1위 영국(53%)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3위가 호주(40%), 그리스 16%, 미국 13% 등이었으나 지난 10여 년간 보여준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2025년에도 여전히 다문화 사회로의 빠른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존재는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기회와 함께 새로운 문제와 논쟁도 동반한다. 이번 글을 통해 2025년 한국에서 다문화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주요 이슈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1. 국가적 차원의 다문화 정책: 사회 통합에서 포용으로?
2025년 현재 한국 정부는 제4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중심으로 다문화 가정의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중심으로 교육, 직업훈련,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있는 동시에, 2024년부터 시행된 포괄적 이민 정책으로 단기 취업자, 난민,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 그룹을 포용하는 새로운 법적 틀을 마련해 이민국가를 선언하고, 다문화 사회로 이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다문화 정책이 지나치게 '수혜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다문화 가정을 '지원받는 대상'으로 고정시키고, 이들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것을 방해한다.
둘째, 정책의 효율성과 현장 적합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은 초기부터 중앙정부 중심과 각 부처의 느슨한 연계방식으로 다문화정책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중앙집권적 접근은 지자체의 자율성과 역할을 제한한다. 따라서 지자체의 자원과 권한을 확대하는 등 조직적 역량을 강화해서 지역 상황에 맞는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정책이 진정한 '포용'을 실현하려면 이주민을 지원 대상으로 보는 1차적 관점을 바꾸고 중앙정부 주도의 정책을 넘어 지역사회가 다문화 구성원을 더 효과적으로 수용할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적극적인 실행이 요구된다.
2. 다문화 가정 자녀의 정체성 문제와 교육 격차
2025년 기준, 다문화 가정 자녀의 수는 약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여전히 교육 격차와 정체성 혼란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의 경우, 학업 성취도가 일반 학생들에 비해 낮고, 이들의 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대부분 언어적 어려움에서 비롯된다. 미흡한 한국어 능력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맞닥뜨리게 되면 청소년기라는 성장과정과 이민자로서의 적응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려움들이 가중되어 누구라도 학교 내에서 긴장과 소외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다문화적 배경으로 인한 소속감 부족과 정체성 혼란까지 다중고를 겪을 수 있다. 2023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자녀의 약 45%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로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에서 기인한다고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 교육 지원 사업은 확대되었지만, 교사들의 다문화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프로그램이 형식적이라는 비판 등이다.
그러므로 다문화 가정 자녀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어떤 혁신적인 접근법을 도입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과 함께 교사와 학교가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지원하는 방법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덧붙여 수혜 차원을 넘어 당사자인 개인과 그 가정이 기울여야 하는 주체로서의 역할과 노력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3. 이주민과 한국 사회의 갈등: 필요와 배제 사이
한국 경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부족 문제 해결방안으로 외국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건설, 농업, 제조업, 조선업, 요양보호, 가사 관리,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외국 인력은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며, 법적·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 외국 인력의 권리 보호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임금 체불, 비인간적 근로 환경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사회에서는 문화적 충돌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서영(2017)은 경기도 A읍을 사례로 이주노동자와 지역주민 간의 통합 과정을 분석하였는데 연구 결과, 초기에는 상호 타자화와 도구적 허용의 단계를 거치고, 이후 저항과 긴장, 타협 단계를 통해 상호 공존에 이르는 과정을 보였다고 했다. 이러한 단계들은 이주노동자와 지역주민 간의 문화적 충돌과 사회적 갈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한편, 외국 인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경제적 필요로 인해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배경으로 외국 인력이 한국 사회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으면서도 생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과 지역사회 내에서의 문화적 충돌을 줄이고 지역사회와 이주민이 상호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이 도출된다.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논의와 합의의 장을 열어가야 할 부분이다.
결론: 다문화 사회, 공존을 넘어 공생으로
다문화 구성원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자산이지만, 이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보다 구조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다문화 구성원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며, 이들이 ‘언저리’가 아닌 사회적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적 지원뿐 아니라, 시민 사회의 인식 변화와 상호 존중의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문화는 단순히 수용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이다. 우리는 다문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공존한다. 국가적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내외국인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군포이주와 다문화센터
김강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