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모네’ 열 개의 별 매일 아침 SNS에서 ‘과거의 오늘’ 알람이 뜬다. 과거의 나는 터키, 스페인,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홍콩, 마닐라, 제주에 있었다. 횡으로는 불가능한 동선이 종으로는 하루에 가능하다. 놀라운 축지법이다. 오십삼 년 동안 반복했던 ‘과거의 오늘’을 모아 글을 써도 한 편의 여행기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클로드 모네의 그림도 매한가지다. 그 순례작만 모아도 내 마음에 열 개의 별이 뜬다. ‘그림자에도 빛이 있음’을 보여준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를 사랑하여 오르세 미술관 5층에 자리 잡은 그의 그림을 보려고 넓은 역사를 헤맸던 17년 전이 떠오른다. 가쁜 숨을 내쉬며 그림 앞에 섰을 때, 빛이 쏟아져 나왔던 순간. UFO에서 지상에 빛을 쪼이듯 빛의 물살 세례가 퍼부어졌다. 눈물이 그렁그렁했었다. 모네의 그림은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미술관에 그의 그림이 꼭 한두 점씩 전시되어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연이 우리를 엮어주는 기분이다. 내 눈에는 늘 그의 그림이 들어온다. 다작의 작가인데다 명성이 높아서임을 감안한다 해도 나의 미술관 순례에는 언제나 그가 동행했다. 볼로뉴 숲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정원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4] 노루귀(Hepatica asiatica)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나고 비가 내린다는 우수까지 지나면 긴 겨울도 서서히 물러갈 준비를 하는 시기가 됩니다. 거기에 더하여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도 지나면 깊은 산속의 계곡에도 봄이 찾아들고 차가운 계곡물도 졸졸졸 흐르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옵니다. 이 시기는 찬 기운이 계곡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작은 야생화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부지런히 산을 찾은 이들을 반겨줍니다. 이렇게 산속의 나무나 풀들은 푸른 새싹을 올리지 않았지만, 계곡의 시냇물이 흘러 습기 있는 산속에서는 노루귀가 꽃을 피우고, 이제 막 흘러가기 시작하는 계곡물 속에 비춘 태양을 즐기며 작은 꽃을 흔들거리며 피어납니다. 노루귀는 이른 봄의 꽃으로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는 야생화입니다. 산속 낙엽 덤불 사이에서 꽃만 올린 모습은 가녀린 느낌이 들지만, 얼마나 영리하고 영특한지 흐린 날이거나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며 닫아 버립니다. 그 이유는 추운 밤 날씨에 암술과 수술이 동해 피해를 입어 번식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잎을 닫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계절에 따라 꽃이 피는 것처럼 보
플룻, 나를 ‘지휘자’의 삶으로 이끌다 초등학교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를 나가 곧잘 입상을 하고는 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해 피아노도 배우고 싶었지만 제가 자라던 시골에는 교회에만 피아노가 있을 정도로 흔하지 않았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게 되었을 때 첫 월급을 받자마자 배우기 시작한 것이 바로 피아노였습니다. 그렇게 10년간 피아노를 배우던 중 교회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있었는데, 많은 악기 중에서도 유독 플룻 소리가 제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감동이 되었어요. 그날 들은 플룻의 아름다운 선율이 제 귓가에 자꾸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도 했고 늦은 나이지만, 늘 마음에 품고 있던 풀룻을 배우고 싶다는 꿈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도 일반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족한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남편이 많이 도와주고 지원을 해주어 너무 고마웠어요. 저보다 나이 어린 학생들과 공부를 하다 보니 경쟁심리도 있었지만, 오랜 꿈이었던 플룻을 공부할 수 있다는 설레임이 더 컸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없는 오전 시간, 남들이 자
[상상농부 이야기 8]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작년 12월경 지역의 농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업 문제로 상담을 하던 중 “버섯 농사 할 만 하세요? 쉽지 않을 텐데요.”라는 직원 질문을 받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한 질문이 아닌 정말 무게가 실린 현실감 있는 질문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짧은 시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나 “현실을 더 잘 아시잖아요.”라는 저의 답변에 그분이 던진 “농사를 통해 한 달에 순수익 백만 원 남기는 것은 정말 정말 쉽지 않아요. 귀농 교육은 현실성이 없어요. 나름 선방하셨다니 다행이지만 많은 분들이 힘드실 거예요”라는 말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대화 내용을 계속 곱씹고 곱씹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차가운 농촌 산업의 현실과 수많은 실패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소수만이 농업을 통한 수익을 내고 있고, 단순한 수익을 넘어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농촌 문화를 만들어가지 못할까 등등을 말이지요. 이런 가운데 귀농인들이 놓치고 있는 큰 원인으로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들면 만사형통할 것이라는 생각 귀농한
“나도 건물 그려보고 싶다!!” 그림을 배우다 보면 다양한 소재를 그려보게 됩니다. 그 중 그림을 포기할까 하게 만든 것이 바로 건물이었습니다. 공간 지각력이 부족한 편이라 주차를 배울 때도 애를 먹었던 사람이기에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건물의 두께, 거리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결국 두세 번 정도 건물을 그리고 실망하는 마음에 더 이상 그리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동안 힘겹게 그린 그림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저의 부족함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노력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은 작업을 피해버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대신 자연물을 계속 그렸습니다. 두 번의 작은 전시회를 열면서 저는 두 번 모두 꽃과 나비 등 자연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워낙 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에 편안한 마음이 드는 소재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모란을 그리면서도 유럽의 웅장한 건물 그림을 슬쩍슬쩍 쳐다보며 마음 한구석에 남는 미련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포기했던 건물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마카 드로잉’을 시작한지 4년. 계속된 미련과 아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에 들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1] 라이따이한 사랑 ‘라이따이한’은 대한민국이 1964년부터 참전한 베트남 전쟁에서 대한민국 국군 병사와 현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합니다. 한국군의 철수와 그 후의 남베트남 정부의 붕괴 속에서 라이따이한은 ‘적군의 아이’로 차별받았습니다. 단어 ‘라이따이한’에서 ‘라이’는 베트남에서 경멸의 의미를 포함한 ‘잡종’을 뜻하며, ‘따이한’은 ‘대한’을 베트남어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인간에 대한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간혹 그 속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전쟁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다문화 사랑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다니는 토요학교에 한 베트남 여성이 13살 된 딸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딸아이는 베트남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입국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적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적응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학교는 6학년이 아닌 5학년으로 하향편입을 했습니다. 곧 중학교에 들어갈 준비도 해야 했기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3] 완벽주의자들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유명 음악가들의 평전을 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했던 음악가들이 많았다. 20세기 거장들의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지휘자 ‘카라얀’인데, 그의 화려했던 예술 인생과 대비되는 또 하나의 인물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Sergiu Cellibidache)이다. 첼리비다케는 카라얀과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활동하면서도 그와는 달리 철저히 상업성을 거부했던 음악가였다. 카라얀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상업화에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와 명예를 함께 움켜쥔 화려한 음악 인생을 누린 반면 첼리비다케는 ‘지휘계의 기인 ’혹은‘이단자’로 불렸다. 토스카니니처럼 암보로 지휘하는 것은 기본이고 광적인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를 휘어잡았다. 수십 번의 리허설을 통한 혹독한 연습으로 완벽을 추구했고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독설가로 유명한 첼리비다케는 다른 지휘자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고 한다. 카라얀에 대해서 는‘젊은 음악가에게 심각한 독이 될 수 있는 본보기’라고 했고, 로린 마젤에 대해서는 ‘칸트를 읽는
엄마, 병아리를 키우면 안 될까요? 유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손에 노랑 병아리 한 마리를 들고 왔다. 우리도 어릴 적에 학교 앞에서 노랑 병아리를 보곤 했는데, 아직도 그런 일이 있나 싶어 의아해 하면서 “병아리는 왜 데리고 왔어?”라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 앞에서 샀던 병아리를 키워 닭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작은 두 손으로 병아리를 조심스레 싸안고 온 유진이를 보자마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아리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느껴지는 무심한 말투와 목소리 톤이 좀 높아진 소리에 유진이가 더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실은 작은 병아리라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희미하게 꺼져가는 촛불과 같은 생명이라고 여겨져서 애잔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병아리를 살피면서 생사부터 확인을 해야 했다. “병아리가 살아 있기는 살아 있어?” “네, 살아 있어요. 삐약 삐약 소리를 내기도 해요.”라면서 병아리를 데리고 온 사연을 들려주었다. 친구인 지수가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샀다고 했다. 한 마리만 사려고 했는데, 한 마리 값으로 두 마리를 주었다고
사치 좀 하시나요? 고래가 물속에서 사는 것보다 인간은 ○○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문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국민 일일 시간활동 양상에 따른 개인 노출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21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고래들이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우리는 인공구조물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중국발 미세 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체류 시간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기술의 가속화로 인간이 만든 또 다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로 우리 자신을 내몰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연효과는 용량 의존적 공간이란 것은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을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소통하는 물리적인 장소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자연과의 감각적인 접촉을 스스로 차단하면서 ‘자연결핍’으로 고통하고 있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다중감각적인 이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만병의 근원이라고 여기는 정신생리학적인 스트레스가 자연에 노출되었을 때 회복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생리학적 지표인 심박수와 피부 전도도는 인공물 환경보다 자연에 있을 때 더 빨리 평소 수준으로
[에너지와 환경] 그린택소노미 & 재생에너지 100%(RE100)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 메타버스와 AI,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의 원천은 바로 전기인데요, 이런 전기가 기반이 되는 21세기에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전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환경문제에 유달리 민감한 유럽에서 먼저 안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2일(현지 시간)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투자를 친환경 활동으로 분류하는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 즉 ‘EU택소노미’를 확정, 발의했습니다. 이는 녹색산업을 말하는 그린(Green)과 분류학을 뜻하는 택소노미(Taxonomy)의 합성어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녹색 산업의 분류체계로써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지요. EU택소노미는 EU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친환경 활동 기준이 됩니다. EU는 향후 4개월간 회원국과 의회 논의를 거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