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산골에서 본 ‘아르헨티나의 춤들 작품 2번’ (Argentine Dances, op 2) by 알베르토 히나스테라(Alberto Ginastera :1916~1983) 제가 있는 평창의 산골은 요즈음 푸른 물결의 춤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고랭지 재배 주산지답게 수확을 기다리는 푸른 여름 배추들이 그 주인공들이지요. 바람과 폭우가 몰아칠 땐 마치 그 장단에 맞장구를 치듯 불협화음처럼 춤을 추는 것같이 보이기도 하고, 미풍조차 없을 때에는 고요한 호수 위를 떠다니는 백조가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수확을 앞둔 지금은 끝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듯합니다. 마치 얼마 전에 들었던 아르헨티나의 대평원인 팜파스를 배경으로 한 ‘아르헨티나 춤들’이라는 춤곡처럼 말이지요.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아르헨티나 춤들, 작품 2번’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춤곡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가 1937년 피아노로 연주하기 위해 작곡한 ‘아르헨티나 춤들’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곡의 작곡가인 히나스테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아메리카 클래식 작곡가들 중 한 명이라고 해요. 그러나 자신의 제자인 ‘피아졸라’에 비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마지막이 남기는 무게감 삶의 기한 장인어른의 소천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일손을 중단했다. 나는 현재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봉사단원의 신분으로 있으니 특수한 상황을 적용받아서 한국에 다녀오는 수밖에 없다. 부모와의 이별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아내의 음성은 슬픔으로 떨렸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하는 때란 걸 직감하게 만들었다. 월요일쯤에 주치의의 소견서를 받아서 약간의 절차를 밟고 토요일에 출발하는 비행 편을 예약했다. 일주일 안에 심장의 작동이 멈출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그간 심장박동기의 도움을 받아서 팔십 중반을 넘기신 것도 운이라면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소견으로 인해 자녀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해외에 나가 있던 자식과 사위, 손주며느리까지 속속 입국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삶이 마무리되는 시간의 자리엔 묵직한 진중함이 흐르고 세상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잔잔한 애도가 깃드는 듯하다. 아직 학기 중이지만 기꺼이 잘 다녀오라고 위로하는 교장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생이 있다. 내게 주어진 2주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모든 일이 조화롭고 순적하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오늘 오후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구 반대편을 향해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1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9] 흰어리연 학명 Nymphoides indica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뜨겁고 무더워지면 무작정 물가를 찾아가게 됩니다. 시원한 산속 계곡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계곡물이 흐르는 장소는 모두 먼 곳에 있는 것 같아 주변의 제법 큰 저수지를 찾아 나서 봅니다. 수련과 연꽃의 커다란 잎들이 보입니다. 물속의 수생식물만 바라봐도 더위를 조금은 잊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위를 피해 저수지를 찾다가 뜻하지 않게 흰어리연을 만나면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노란 꽃이 피는 노랑어리연은 비교적 흔하게 자생하는 모습을 만나거나 볼 수 있지만 흰어리연은 생각보다 흔하게 만날 수는 없는 품종입니다. 운이 좋아 흰어리연이 자라는 저수지를 만난다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다른 식물의 세력에 밀려 사라져 버리는 일이 흔합니다. 흰어리연의 꽃말은 ‘청순’ 혹은 ‘순결’이라고 합니다. 꽃말 때문인지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번식을 하면 이상스럽게도 사라져 버려서 애를 태우게 됩니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도 더위를 피해 흰어리연이 사라져 버린 저수지를 찾아 갔지만 흰어리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생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포 도 포도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인 이육사의 《청포도》 싯구처럼 7월은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지난 6월 말 첫 수확을 시작하여 여름 내내 잔뜩 영근 포도송이를 따기에 부산한 고장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경북 영천이다. 이곳의 포도재배면적은 2,200ha 정도로 수확량은 전국 10%를 차지한다. 대구에서 가까운 영천은 강수량이 적은 대신 일조량이 풍부하여 당도가 높고 알이 굵은 최상급 포도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포도는 전 세계 과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전역에서 폭넓게 재배되고 있다.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포도의 최대생산국은 프랑스일까? 정답은 이탈리아로 연간 850톤 정도를 생산하여 단연 1위이다. 2위 중국, 3위 미국, 4위 프랑스, 5위 스페인 순인데 칠레, 남아공
내 삶을 버티게 해주는 기록의 힘! 사 회 일 지 여행으로 가득한 20대를 살 수 있을까? 대학을 졸업하며 서른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며 살겠다 다짐했습니다. 문예창작과를 재학하던 2015년에는 취업률이 낮은 예체능 계열 학과를 통폐합하던 시기였기에 우리 학과장님도 폐과를 막기 위해 총장실을 몇 번씩 오가곤 했죠. 친구들과 함께 건국대학교 학과 통폐합 반대 시위에 다녀오기도 하며 현실이 서럽던 날들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 좋은 직업은 사회가 원하는 것이었으나 유명 연설이나 기업가들의 강의에서는 늘 ‘20대에 도전하라.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으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고, 이 모순 속에 갈등하던 저는 출판사, 방송사 취업 대신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방황이 아닌 도전으로 남고 싶었어요! 20대. 아직 책임져야 할 것이 내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을 때, 보다 자유롭게 하고싶은 일을 다 해보며 무너지고 실수하고 혹은 그 모험이 틀렸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무작정 요리를 배우고 자격증을 하나씩 따다가 한 삼촌을 만났죠. 50개가 넘는 자격증을 가지고 책을 하루에 1권씩 읽는다는 말을 듣고, 어쩌면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룬
칠레에서 본 K-문화 서른두 살 먹은 아들이 토요일 낮에 놀러 나갔다가 일요일 새벽 3시에 들어왔다. 친구를 만나 같이 지내려 했는데 친구가 같이 놀 수 없게 되어 부득이하게 혼자 계획에 없던 K팝 파티에 다녀왔다고 했다. 아들은 네 명의 칠레 여자애들이 ‘혼자 왔으면’ 자기네들과 같이 놀자하여 응해주었는데, 명색이 K팝 파티라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입장료인지 식대인지를 흔쾌히 내주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아들아! 니는 낭비가 심해~”라 말할 순 없어서 '잘했다'고 말해 주었다. 아무튼, 주말 젊은이들에겐 일반 디스코텍 문화가 주류였을 텐데 어느새 K팝 문화가 자리했다. 25년 전 칠레 산티아고 산티아고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마포초’강은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 흐른다. 그 곁, 그러니까 산티아고의 중심에는 우리 교민들끼리 ‘남산’이라고 부르는 ‘Cerro San Cristóbal’이 있다. 스프링쿨러를 동원하고 도랑을 파 물을 흘려 나무에 물을 주어가며 애쓴(1년 중 8개월간 연속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에) 끝에 280m 높이의 산에 나무들이 나름 울창하게 자라 시민들에게 훌륭한 쉼터로 자리 잡았다. 산 동쪽 초입부에 적당한 크기의
[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당신의 모든 순간이, 달달하기를 ‘달달과자점’ 베이킹의 시작 베이킹과의 처음 만남은 중2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뇌종양 때문에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수업은 1~2교시만 받고 집에 와서 지내느라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죠. 그 당시엔 유튜브나 인터넷이 흔치 않았기에 엄마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정보를 찾아보며 도너츠나 호두파이 등 베이킹을 해보았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관심이 더 많이 생겨 하교 후에 피자집, 카페, 키즈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모아 디저트, 빵, 초콜릿 등을 만드는 베이킹 원데이 클래스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부모님께서는 그만두고 공부하라 하셨지만 저는 너무 좋아서 계속 배우러 다녔죠. 대학도 행정학과를 진학한 후 공무원이 되길 원하시는 부모님의 뜻을 대놓고 거스리지는 못하고, 나름 머리를 써서 부모님 모르게 외식조리학과가 있는 학교의 행정학과를 지원해 입학한 후 외식조리학을 부전공으로 해서 꿈을 계속 키워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제가 정말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 후에는 주말의 개인 시간이 자유로운 대학교 행정직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주말에 본격적인
ChatGPT야, 무엇이 옳으냐 최근 두 달 사이 ChatGPT에 1억 명의 사용자가 모였다는 기절초풍할 뉴스가, 한 번이라도 ChatGPT를 경험해본 사용자에겐 그리 놀랄 일은 아니겠지요. 처음에 반신반의했던 사람들조차도 ChatGPT의 대변자가 되기로 작정한 듯 자신의 경험을 친구나 동료들에게 설파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흔하게 보게 됩니다. 지난 호에서 이런 놀라운 경험과 전문가스러운 답변을 제공하는 ChatGPT가 유독 윤리 문제에 있어서는 석연찮은 결과를 제공하며 은근슬쩍 판단을 미루는 부분에 대해 잠깐 지적했었습니다. 결국 이런 부분이 최근 ChatGPT의 핫이슈가 되고 있는 저작권 문제나 논문, 과제의 대리 작성 등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사용자의 몫일까요? ChatGPT는 왜 이렇게 만들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개발자의 무지와 기업의 무책임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윤리는 본인들이 담당해야 할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는 윤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네요. 그리고 기업은 윤리적인 부분에 대해 윤리헌장이나, 윤리위원회처럼 외형적인 형식만 갖출 뿐 이익추
중국, 코로나, 무역, 세계질서 코로나 19로 못 갔던 중국 사업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은 지 딱 10년 되었습니다. 2014년 처음 중국 상하이에 방문하게 되었고 이번 2023년, 오랜만에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저는 매년 상하이를 중심으로 방문하다 코로나와 기타사정으로 인해 4년 동안 중국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전자상거래는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입국규제가 풀리면서 5월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심적으로는 코로나 종주국인 중국, 그리고 도시 전체를 폐쇄해 버렸던 상하이에 간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업무상의 일이라 가야만 했죠. 제가 방문하는 곳은 China Cycle Show 2023(중국자전거박람회)으로 2023년 올해 31회째 매년 상하이에서 열립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죠. 오랜만에 상하이 푸동공항에 내렸습니다. 익숙하면서 익숙하지 않은듯하게 공항에 들어섰는데 여전히 딱딱하고 삼엄한 출입국심사를 했습니다. 비자가 약간 이상이 있어 불려가기는 했으나 쉽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이리저리 들러 짐을 찾고 입국장으로 나오니, 협력업체에서 픽업을 나왔습니다.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9] 5월의 허브이야기재스민 (Jasmin)학명 : Jasminum Graniflorum 재스민은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어지는 꽃으로 다양한 허브들 중에서도 고급스럽기로 유명한 허브입니다. 에센셜오일 중의 최고로 ‘천사의 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꽃말은 ‘사랑스러움’, ‘당신은 내 것’이라는 의미가 있답니다. 또한 재스민은 달빛 아래에서 더욱 하얗게 빛나기 때문에 ‘숲속의 달빛 (Moonlight of grove)’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닙니다. 재스민의 꽃은 매우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으며, 약간 붉은 빛을 띤 브라운 색상의 점도를 가진 액체로 매우 풍부하고 온화한 꽃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프랑스의 향수 전문가들은 거의 모든 고급향수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재스민을 원료로 사용하였고, 유사 종을 사용하는 것과 합치면 여성 향수의 거의 83%에 사용되고 있는 향입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꽃차로서, 재스민차를 중국에서는 말리화차(茉莉花茶)로 부르는데 학명은 재스민 삼박(Jasminum sambac)이며 이 말리화도 에센셜오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인도 신화에서는 창조의 신 ‘비쉬누’의 부인이자 부와 행운을 관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