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2] 동백(Camellia japonica) 겨울에 꽃이 피어난다고 동백(冬柏)이라 부르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 서식하고 있지만 내륙의 가장 북쪽 자생지로 고창의 선운사 경내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의 내륙에서 동백을 감상할 수 있는데 정보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들겠지만,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닌 스스로 자생하고 군락을 이룬 것이 고창의 자생지가 된 것이니 이점을 이해하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동백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동백 특징이라면 꽃이 반개화(半開花)상태에서 꽃송이가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의 길가 가로수에 사용되는 동백은 자생종이 아닌 경우가 있어, 꽃이 활짝 피거나 겹꽃 등으로 피기 때문에 자생종과 도입종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옛날 동백의 열매에서 짜낸 동백기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머리에 발라 머릿결을 단장하던 용도로 자주 사용되었죠. 멋쟁이였던 우리 아버지가 늘 기름을 발라 머리를 뒤로 넘겨 빗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때 동백기름을 사용한 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기적으로 유추해보면 틀림은 없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28] 신윤복 <미인도> 속 ‘물(物)’의 정체 당기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밀어내면 아주 가버릴지도 모른다. <미인도>가 그렇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나를 끝없이 끌어당긴다. 가슴 언저리 노리개를 매만지는 손길, 다른 한 손은 옷고름을 잡고 있다. 당기기만 하면 풀어질 듯하다. 치마가 내려갈까 눈길을 아래로 두니 한쪽 발을 밖으로 내밀고 있다. 마치 나에게 오라고 하는 듯이. 뭉게구름 모양의 트레머리를 한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 내려온 선녀 같다. 짙은 머릿결에서 이어지는 목선에는 잔잔한 솜털이 그려져 있다. 가슴, 발, 머리, 목, 눈길을 둘 데가 없다. 한없이 당겨대는 그녀 앞에 나는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미인’은 무슨 생각으로 내 앞에 이렇게 서 있을까? 이제 미인의 마음을 볼 차례다. 마음은 얼굴이다. 이를 보는 순간 멈칫한다. 무슨 표정일까? 알 수 없음에 밀쳐진다. 표정을 읽어낼 수가 없다. 끌어당기면서 밀어내는 묘한 그림이다. 《삼국유사》에는 서동요의 주인공 선화공주를 요염하면서 아름답다는 의미로 ‘미염무쌍(美艷無雙)’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끌어당기는 요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1] ‘누구나’ 즐기는 예술 공연 예술계에 최근 자주 들리는 용어 중에 베리어 프리(barrier free)라는 말이 있다. 베리어 프리란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을 말한다. 예술이란 원래 누구나 즐기고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나이나 신체적인 장애로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계엔 장애인을 위해 베리어 프리를 표방하는 공연, 전시가 늘어나고 있다. 국립 현대무용단의 어린이 대상 무용 공연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용 낭독공연이 있다. 이 연극은 마치 구연동화처럼 무용극의 한 장면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말로 묘사해주는 공연이다. 이미 이 연극을 미리 봤던 나는 일부러 시각장애인용 낭독공연을 보았다. 낭독자의 디렉션에 따라 눈을 감고 낭독에 따라 온전히 상상력을 동원해가며 장면을 그려보는데 평소와 다른 방법으로 공연 보는 그 시간이 참 신선했다. 공연 보는 방법이 달라지니 상상력이 극대화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제껏 눈으로 보던 익숙한 세상이 새로운 차원에서 열린 느낌이랄까. 시적인 표현으로 무용수의 동작을 듣는 것은 눈
“One for all” - “All for one” “10년 후에도 둘 다 싱글이면 결혼할까?” “글쎄?” 술자리에서 말한 농담 반섞인 대화가 현실이 되어 10년 후, 우린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상사에서 근무했던 저는 영어하고는 거리가 멀어 평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일본에 유학하기로 결심했었죠. 부모님과 형제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1년 처음으로 일본 땅을 밟았습니다. 무섭고 두려움 같은 것은 별로 없는 성격이라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사귈 수 있었어요. 일본 유학생활은 신났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남편도 만나게 되었죠. 저의 일본어 선생님! 그때는 정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서로 도와주는 관계였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의 유학이 끝나고 귀국 한 저는 대전 엑스포에서 근무했죠. 때마침 한국여행 온 남편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저 또한 일본으로 출장 가게 되면 연락해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도 주고받았죠. 서로 사이는 가까워졌지만 인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쯤, 저에게 한국을 떠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IMF라는 금융위기와 더불어 친구 소개로 큰 마음먹고 시드니로 출발했지요. 그곳에서 일본과 한국여
[박준범의 종횡무진 고고(古考)한 이야기 (2)] 일제강점기 ‘서울 구(舊)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을 발견하다. ▲ 서울 구(舊)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처음 발견 했을 때 모습 조사와 발견과정 근대산업문화유산이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장과 시설물을 말한다. ‘산업문화유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장의 굴뚝을 떠 올리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약간의 연배가 있는 분들은 우리가 산업화를 이룬 1960~1970년대의 사회상을 함께 떠 올리며,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방문 길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을 한없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에피소드를 생각해 낼지도 모르겠다. 공장은 산업시설 그 자체이니까?! 서양에서는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근대산업유산’은 공장의 굴뚝 이미지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제일 먼저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산업국가의 입지를 굳힌 영국에서 공장의 굴뚝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로 인해 도시가 오염되고, 산업화의 산물인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가 영국 특유의 안개와 결합되어 스모그(smog = smoke + fog)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내가 바로 리더! ▲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곳 /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는 곳 / 따듯한 온기가 머무는 곳 / 온마음을 다해 고객의 고유함을 찾아주는 곳 워킹맘 초창기 헤쳐나가기 저에게는 20년 동안 다닌 첫 직장에서 결혼과 출산을 거쳐 꾸준히 회사를 다닌 ‘1호 워킹맘 나영주’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이 회사 내에서 있었습니다. 저의 윗 선배들은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그만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후배들에게 육아를 하면서도 워킹맘으로서 삶을 잘 사는 롤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책임감 속에 20년을 다녔습니다. 제가 입사할 때 100명 정도였던 직원은 20년 새 4천명이 넘었고, 매출액도 350억에서 2조가 넘는 회사로 성장했으니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일이 너무 많아 정신없이 바빴습니다. 보직도 생산, R&D 등 재무회계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일을 다 해본 것 같아요. 그 중 마지막 12년은 HRD부서에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직원들을 상대하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우리 회사를 이끌어갈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세월과 함께 흘러간 리더상의 변화 제가 과장 정도까지 가졌던 리더로서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아~ 법정 스님의 책이 여기 있었구나!’ 책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다시 집어 든 책 속에서 쪽지 하나가 떨어진다.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17년 전 병실에서 만난 환자의 보호자 연락처다. 한 달 동안 2인실에서 지내며 속 얘기를 하던 일이 생각나 전화를 하려다가 ‘아차’싶어 다시 종이를 접었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40대 동사무소 여직원은 그때 골수이식을 앞두고 있었다. 국내에는 적합한 골수가 없어서 해외에서 기증자를 찾았지만 말이 기증이지 4천만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분당 아파트를 처분해서 병원비를 마련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날마다 환자의 언니가 와서 밤새며 간호를 했다. 그러면 난 왜 그 병실까지 갔는가? 인도에 다녀오고 급성간염으로 응급실로 향했다. ‘리시께시’에서 20루피를 주고 바나나와 오렌지를 샀다가 원숭이에게 습격을 받아, 약을 한 주먹씩 먹어서라고 혼자서 추정해 본다. 종이봉투에 과일을 담으라는 로운리 플레넷의 깨알 같은 조언을 깜빡 잊었다. 비닐봉지에 과일을 담아 덜렁덜렁 걷고 있을 때 원숭이 떼를 만났다. 그중 몸집이 좀 있어 보이는 원숭이가 과일 봉지를 낚아챘다. 봉지는 힘없이 뜯겨나가고 오렌지가 굴
[주수연의 인생 단상 19] 손에 넣고 싶다면, 눈에 보이게 하라 ‘벌써 한 해가 다 갔는데, 왜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지?’ 매일 새로운 사건, 사고가 터지는 일상에서 늘 해야 할 업무가 등 뒤에서 나를 밀고 있다고 느꼈던 예전에는 매 연말이 다가올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매 순간 일을 하고 있었음에도 늘 아무것도 이루어낸 게 없다고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죠. 특히 이 시기는 회사에서 각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기라 매우 중요한데, 연초의 기억은 까마득한 옛날 일이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벌써 2021년도 이제 거의 다 흘러갔습니다. 여러 강의를 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역시 ‘시간관리’였던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단연코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요?’였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는 많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고 바쁘게 일상에 쫓기듯 살아내는 우리의 고민은 거의 비슷한가 봅니다. 과연 우리는 시간을 관리할 수 있을까요? 24시간이라는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집니다. 이러한 시간은 가만히 두어도 흘러가고, 붙잡으려 해도 붙잡을 수 없지요. 매일 리셋되는 시간을 소중하게,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6]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3년 전 집안 형편이 어려워 기회 균형 전형으로 서울대학교에 지원했던 학생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필자에게 자기소개서 구성 상담을 받으러 왔었는데, 상담 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감명 깊게 6번이나 읽었다며 자신의 자기소개서에 꼭 넣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의 제목은 《롤리타》, 나이 어린 여성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그 롤리타 맞다. 요즘 시대적 관점으로 당장 미성년자보호법이 떠오르며 금기시 되는 소재라 학생의 학교 선생님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다 만류하셨단다. 나 역시 이 책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조혼의 풍습 및 문화적 다양성, 문학적 상상력 등의 이야기들을 소재로 글을 풀어가면 좋겠다고 조언해 책을 서류에 기록하게 도왔다. 참고로 춘향전의 춘향이와 이도령은 16세 동갑이었고 4·19혁명, 촛불혁명은 중·고등학생, 우리의 10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소설《롤리타》는 출판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당당히 세계문학전집에 실려 있는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자기소개서에 사회적으로 예민한 인물들을 언급하게 될 때 “이런 내용을 입시 서류에 써도
[그래놀자 프로젝트 경험기] 올바른 가치의 경험을 ‘그래놀자’로 선물하세요! 권: “공정무역 처음 들어봤어요.” 원: “저는 학교에서 배웠어요.” 권: “고소하고 달달하고 이런 맛은 처음이에요.” 원: “음~ 와!! 맛있어요.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그래놀자’식 경험 키트를 통해 그래놀라를 실제로 함께 만들어 본 초등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가을이 짙게 물든 토요일 오후, 아이들과 함께 그래! 놀자! 아이들은 직접 만들어본 달콤하고 고소한 먹거리, 새롭게 알게 된 공정무역의 가치, 그동안 먹어보았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에 즐거워했다. 그렇게 만든 그래놀라는 아이들과 함께 하기 전 혹시나 실수하지 않으려고 연습으로 혼자 만들어 보았던 그래놀라 보다 정말 훨씬 맛이 좋았다. 그래놀라를 만들기 전 오트밀을 입에 넣더니 “진짜 종이 찢은 맛이 나요!” 정읍에서 만들어진 볶은 곡식들은 그냥 먹어도 맛있다는 아이들. 아몬드랑 캐슈넛, 건체리가 공정무역으로 수입된 먹거리인 것을 알고 난 후, 그래놀라는 만드는 중 함께 해 본 워크북에 붙임딱지 붙이기도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맛있게 만들고 키트에 담긴 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