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향 첨가 사람들은 말한다. 여름의 향기는 다른 어떤 계절보다도 짙다고. 처음엔 땀 냄새 인 줄 알았다. 여름이 뭐가 좋다고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좋아하나 싶었다. 허나, 지금의 여름은 나에게 설렘의 향을 주는 계절이 되었다. 꿉꿉한 향이 날 때면 쏟아지는 장마에 뛰어들어 비와 한 몸이 되고 파도의 향이 날 때면 에메랄드 빛 바다에 몸을 맡기며 여유를 즐기고 열대야의 향은 별을 깨끗한 하늘 높이 휘영청 올려 준다. 오색빛깔 찬란한 향들이 나를 매혹하는 짙은 계절 여름, 이 계절은 뭐든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다. 나, 너, 우리 모두 여름의 향에 취해 있다. 이 향에 취해 안 좋을 게 뭐 있을까 즐겨라 적셔라 빠져라 청춘이면 이 여름에 여름 햇빛 속 청춘은 빛나고 있다. 그 여름 속 나는 빛나고 있을까 성복고 2학년 신준환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
[에너지와 환경]퇴장! 레드카드 받은 인류 이미 받았던 옐로우카드 축구에서 옐로카드를 받고 나서, 한 번 더 반칙을 하면 레드카드를 받습니다. 주변 동료부터 시작해서 주장까지 모두 심판에게 달려가, 이번 건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거나,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심판도 보고, 관중도 보고, TV로 중계된 명백한 상황이라면 확실한 퇴장! 레드카드가 됩니다. 불쌍하지만 말이죠. 그런데 이번 여름, 바로 그 레드카드를 지구는 인류를 향해 높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도 경고를 미리 받아 놓은 상태였습니다. 옐로우 카드를 한 번만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받았고, 수차례 경고의 신호가 있었지만 인류는 그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나 팀의 주장 같은 국제기구들의 주의도 무시를 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1997년 ‘교토의정서’는 채택해 2005년 발효하였으나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대량배출국들은 빠져버렸습니다. 2015년 다시 파리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하였으나 또 미국이 탈퇴해버렸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당사국총회의 195개국은 세계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합니다. 이 협정은 산업
[동남아 일주 요트 여행기] 랑카위에서 사바섬까지 #2 랑카위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리니 탁 트인 평원과 특유의 더운 훈기가 이곳이 남쪽 섬임을 알려준다. 이 공항의 느낌을 어디서 느꼈었더라? 생각해 보니 4년 전 필리핀 팔라완 코론 섬 공항에서 보고 느꼈던 그 풍경들과 비슷하다. 이고 지고 온 짐을 다시 이고 지고 택시를 잡는데 한국 생활에 익숙한 크루들이 짐이 많아 택시가 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한다. “걱정마, 이곳은 한국이 아니야, 기사들이 어떻게든 실어주고 가니까 염려 붙들어 매셔!” 국산 소형차보다 좀 더 큰 택시를 그랩 앱으로 불렀다. 트렁크에 큰 가방 세 개가 가까스로 실리고 남은 짐들은 안고 탄다. 현지 시간으로 8시. 아직 선셋 후의 노을빛이 길게 남아 30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하며 랑카위를 ‘주마간산’(走馬看山) 으로 둘러본다. 평범한 남도 섬인데 차량들은 작은 일제 차들이 많고 도로가 깨끗하다. 중간중간 큰 마트들이 보이고 곳곳에 marine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들이 여럿 보인다. KFC, 맥도날드, 스타벅스, 나이키 등 익숙한 다국적 간판들이 보이고 마리나에 가까워질수록 시골에서 점점 도회지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
ONE SPIRIT TEAM ‘군포시 리틀야구단’ 어릴 때부터 나의 피와 살이 되었던 개인훈련 야구 감독님이셨던 아버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하면서 5살 때부터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시작 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식으로 야구부에 들어간 이후, 개인훈련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신 아버님으로 인해 팀 훈련이 쉬는 날이면 저에게는 더 혹독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훈련 도중 혼나기도 정말 많이 혼났죠. 어린 마음에 개인 연습하는 게 더 무서울 정도였으니까요.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야구훈련 홀로서기를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끝난 후, 집에 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자 정문 바로 앞에서 하숙을 했었죠. 그리고는 저녁 먹은 후 또 다시 아무도 없는 야구부실에서 혼자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 훈련 등 다양한 훈련을 했습니다. 그 당시 부모님이 간섭하실 수 없는 환경이었으니 제가 충분히 딴 짓도 할 수 있었음에도 야구가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꼭 프로야구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도 있어서 거의 밤늦게까지 혼자 개인훈련을 했던 것이 제게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국제대회 경험도 쌓다 보니 고등학
‘노인과 바다’ 한옥 북캉스Book-cance하다! 그래,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은 진짜 누구였지? 다시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주인공과 주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었다. 유명한 고전이니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의 하나라는 이유로 오래전에 읽어 두기만 했다. 늙은 어부가 고기를 잡느라 온갖 힘을 다했다는 지루한 이야기로만 기억에 남아 있거나,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이겨내야 한다”라는 교훈을 새기고만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미주에서 활동 중인 이수정 작가가 《 노인과 바다》북토크를 열어 주기로 했기에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왜? 명작이라고 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수정 작가는 《노인과 바다》를 번역한 번역작가이고 독서지도사다. 미국 현지 공공 도서관 등에서 명작소설을 깊이 있게 읽는 북클럽을 수년간 진행해 왔기에 좋은 기회였다. 단편소설 《타이거마스크》로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내 편 돼 줄래요?》라는 책도 출간했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한옥에서 만나다’라는 제목을 걸고 주변 지인들과 SNS를 통해 광고를 했다. 《노인과 바다》를 한옥에서 읽는다고 뭐 특별할 리도 없지만, 굳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21] 맥 문 동 무더운 여름이 되고 그 무더위의 중간쯤이 되면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자랑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날씨 속에 움직일 엄두도 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폭염을 뚫고 나들이를 나간 분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자랑하는 그곳에 가 보면 더위를 잠깐이라도 잊을만합니다. 여름의 중간쯤부터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꽃이‘맥문동’입니다. 사실 맥문동은 약용식물로 밭에서 재배하던 식물입니다. 강인한 생명력과 여름의 꽃이 볼만하다는 이유로 아파트 등 화단의 나무 아래에 심겨지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각 지자체가 공원 등에 대단위로 심기 시작하고, 그 꽃이 피면 사람들은 맥문동 꽃을 감상하기 위해서 나들이를 떠나게 되고, 다녀와서는 보라색 물결을 이룬 사진을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보라색은 권력과 사치를 연상하는 색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술적으로는 신비롭고 우아하며 고귀함을 표현하기도 한다네요. 맥문동은 운이 좋은 야생화라 생각됩니다. 잡초처럼 취급되던 것이 약재 생산을 위하여 밭에서 재배되며 농민들의 소득원이 되어 농민들을 즐겁게 하더니, 어느 순간 화단을 장식하는 꽃으로
한국을 향한 인도 라비의 거위의 꿈 2018년 가을, 나의 결심 ‘한국에서 살아야지!’ 안녕하세요! 저는 인도에서 온 ‘라비’입니다. 한국살이 3년차입니다. 2013년 어느 날, 친구가 인도 채널에서 타밀어(타밀어는 제 모국어인 남인도어)로 더빙되어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 <상속자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많이 보기 시작했고, 한국의 문화와 그림 같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군침 도는 음식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드디어 2018년 가을, 2주 동안 휴가를 내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서울, 부산,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그때 결심했어요. ‘한국에서 살아야지!’라고 말이죠. 그리고 3년 뒤, 2021년 다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전공한 컴퓨터 과학 분야가 매우 발달한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대학원을 가기 위해 준비를 했어요. 한국은 공부하기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KGSP, ASEAN, 한국기업장학금(대웅, 삼성 등), 대학 장학금 등 다양한 장학제도가 있어 너무 감사했습니다. 인도에서 알았던 한국, 직접 와서 경험하며 내가 느낀 다섯 가지 차이 인도에서 있을 땐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는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 전시회와 기후변화 올해도 유로바이크 2023에 참가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했습니다. 독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이것이 진정 독일의 날씨인가?’하고 반문하였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에어컨이 없었다면 견딜 수조차 없었던 날씨였습니다. 6월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낮 기온은 32도, 아무튼 전시회 짐을 탁송으로 보내지 않고, 자전거만큼이나 큰 박스를 5개나 바리바리 싸들고 개인 짐까지 챙겨서, 공항 렌터카 빌리는 곳까지 가자니 정신이 없었고, 강렬하게 내리쬐는 땡볕과 공항 앞의 사람들을 태우려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고열로 인해 벌써부터 정신이 반쯤 나가 버린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빌린 차량이 SUV급임에도 전시회 짐을 전부 실을 수 없어 함께 간 일행 중 두 명이 한자리에 앉아가는 쇼까지 했습니다. 이러고 나니 정신이 아득히 멀리 가버린 듯했고, 도착한 숙소는 역시나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도 없었고, 태양은 저녁 9시나 되어서야, 마치 우리나라의 석양이 지는 시간처럼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전시회 기간과 그 이후인, 6월 말과 7월 초에 측정한 온도는, 기후학자들 얘기로 12만 5천년 중
40대‘신입’의 좌충우돌 직장적응 필살기 얼마 전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취업 필살기’를 썼었는데, 지금은 그런 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직장에서 좌충우돌하며 4개월째 ‘직장적응 필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하던 중국어 교육, 중국어 통번역과 전혀 다른 성격의 무역회사에서 44세의 나이로 취업을 하여 직장초년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저를 ‘신삥’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에서 30대 직장 동료에게 “시간 날 때 엑셀 좀 배우세요.”라는 말을 듣지만, 서러워 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무조건 해내야 합니다. 면접을 볼 때, 비록 무역의 실무 경험은 없지만, 통번역을 하며, 새로운 영역의 내용을 빠르게 익히는 것을 훈련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당당히 입사를 했습니다. ‘내 이름은 올드 신삥’ 큰소리는 쳤지만 신삥은 신삥이었답니다. 통역을 하며 무역용어를 띄엄띄엄 접하긴 했지만, 실무는 해본 적이 없어, 수입절차, 예를 들면 여러 검역절차, 세관절차, 각 국가의 선박해운마다 조금씩 다른 절차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번 들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게 될까 노트에 절차를 하나하나 자세히 적어가며 익혔습니다.
자 두 瓜田不納履(과천불납리)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 오이밭에서는 신을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바로 잡지 말라 현존하는 중국 선집 중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진 남조 시대의 《문선(文選)》에 나오는 글귀다. 군자는 모름지기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시경(詩經)》에도 주나라 시대의 으뜸 꽃나무로 매화와 오얏을 꼽았다. 중국이 원산지인 오얏은 자두를 이르는 순우리말로 여러 고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한 낱말이다. 자주색 복숭아라는 뜻의 자도(紫桃)가 자두로 변하여 1988년 표준말로 채택된 탓에 쓰임새가 많이 사라졌지만, 옥편에서 李를 ‘오얏 리’라 훈을 단 것처럼 한자 읽기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내친김에 ‘오얏 리(李)’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 도가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노자(老子)의 본명은 이이(李耳)인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태어난 그가 나무 목(木)과 사내아이 자(子) 두 글자를 합쳐 ‘오얏나무 이(李)’라는 성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오얏, 즉 자두는 역사가 오랜 작물 중 하나로서 2천 년 전쯤 로마로 전해진 이래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장미과 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