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 하나 김 준 태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驛前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녁 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설 하찮고 관심을 두지 않을 너무나 작은 생명에 소망을 두는 삶은 인간보다 노을이 시퍼런 눈으로 관찰하며 격려한다. 인간과의 교감은 그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막내딸을 찾아가며 보따리 보따리 싸 들고 가지만, 헐거운 매듭으로 삐져나온 아주 작은 생명을 섬세히 이해하는 마음.
첫 눈 오는 아침 흰 눈 내리는 아침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소복 소복 땅 위에 쌓인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은 금세라도 세상의 아름답고 추한 것 더럽고 모난 것들을 다 덮어 버린다 흰 눈처럼 세상에 추한 것, 더러운 것 모난 것, 모든 것 덮어주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넓은 가슴으로 덮어주며 살고 싶다 이 아침 하늘에서 흰 눈은 소리 없이 한없이 내린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0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