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전공이 무엇이오? ” 가끔 40년 교직 후 정년퇴직했다고 말하면 무슨 과목 선생이냐 묻는다. “당신 전공이 무엇이오?” 하고 묻거나 “무슨 과목 가르쳤나요?” 라고 물으면 즉답하기가 망설여진다. 국어, 영어, 수학도 아닌 그렇다고 음악, 미술도 아닌 터라 말하기가 무척 애매하다. “무슨 과목 선생처럼 보이냐?”고 되물으면 그 답 또한 다양하다. 세 과목을 가르쳤으니… 학생들에게 가정과목과 컴퓨터수업을 15년씩 30년을 하던 중 내 의지와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2008년부터 퇴직 전까지 나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직업과 진로’라는 과목을 10년 가르쳤으니 즉답하기 어려울 수밖에. 내가 직업과 진로라는 과목을 가르치게 된 사연의 시작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이건 내 의지와 달리 위에서 하라고 하니 평교사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직업과 진로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교내에는 진로 상담교사(부장급)를 하겠다고 진로 연수를 받은 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더러 진로 수업을 하라니 당황할 수밖에… 진로라는 과목은 출제나 시험이 없이 ‘수우미양가’의 평가가 아닌 ‘이수 & 미이수’의 선택만 있는 과목이다. 관리자의 최후통첩은 30년 경력 교사
책 거 리 가르치고 배우는 자! 쫓고 쫓기는 자? 아닙니다. 아름답게 배우며 가르치는 자의 모습이 있기에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당연 선생님과 학생이냐고요? 아니죠! 둘 다 선생님이고요. 같다면 언어를 가르치는 분들이죠. 국어와 영어! 그런데 이 두 분이 어떻게 영어로 된 ‘대지’원서를 365일 읽었는지, 매일 20분을 통해 서로 무엇을 주고받았는지 입장이 다른 두 사람의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같이 싣게 되었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더 미약하리라.’ 새로운 영어책을 고를 때마다 나를 움츠리게 하는 말이다. ‘개꼬리 3년 묻어 소꼬리 안 된다’는 말처럼 영어 공부에 관심을 기울인 지 수 년이 흘렀어도 나의 영어 실력은 일천하다. 배낭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싶어 시작한 전화영어, 화상영어는 문법이 파괴된 돌고래식 문장이었다. 언감생심 유머를 섞어 말하는 그들만의 화법을 이해할 수 없어서 소외되길 반복하다가 아웃사이더의 심정이 이런 거구나! 자조 속에 자주 빠졌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3년 전 별실에서 영어 선생님과 단둘이 근무하는 기회를 얻었다. 선생님은〈결혼이야기〉시나리오를 출력해 오더니 매일 한 쪽씩 외워보자고 한다.
2022년 춘천국제마라톤에 도전!15명 풍경을 담다! 3년만의 화려한 외출! 산등선을 신비하게 물들이는 아침 해의 인사를 받으며 춘천으로 향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습니다. 바로 2022년 춘천국제마라톤대회(이하 ‘춘마’)가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임에도 고속도로에 가득한 차들과 휴게소 곳곳에서 만나는 마라톤 복을 입은 사람들로 벌써부터 춘마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죠. 초등학생부터 70세가 다 된 분에 이르기까지 15명의 참여자들 중에는 이미 풀코스를 2회 이상 뛴 분부터 시작해, 처음 대회에 참여하는 새내기들도 여럿 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쉽게 뛰지 못하는 2명의 멤버도 물품 조달과 사진촬영 등으로 도움을 주었지요. 오래전부터 꾸준히 달리기훈련을 해왔던 저희 <행복한동네문화만들기운동> 식구들은 2014년을 시작으로 ‘춘마’에 도전해 많은 맴버들이 42.195km를 완주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지요. 코로나 팬더믹으로 공식적인 마라톤대회가 없었던 기간 동안도 우리는 봄, 가을 일 년에 두 번은 하프마라톤을 뛰는 것을 목표로 달리기 훈련을 해왔습니다. 달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하게 이루어가는
40대‘신입’의 좌충우돌 직장적응 필살기 얼마 전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 ‘취업 필살기’를 썼었는데, 지금은 그런 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직장에서 좌충우돌하며 4개월째 ‘직장적응 필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 하던 중국어 교육, 중국어 통번역과 전혀 다른 성격의 무역회사에서 44세의 나이로 취업을 하여 직장초년생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저를 ‘신삥’이라고 부른답니다. 이곳에서 30대 직장 동료에게 “시간 날 때 엑셀 좀 배우세요.”라는 말을 듣지만, 서러워 할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무조건 해내야 합니다. 면접을 볼 때, 비록 무역의 실무 경험은 없지만, 통번역을 하며, 새로운 영역의 내용을 빠르게 익히는 것을 훈련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고 당당히 입사를 했습니다. ‘내 이름은 올드 신삥’ 큰소리는 쳤지만 신삥은 신삥이었답니다. 통역을 하며 무역용어를 띄엄띄엄 접하긴 했지만, 실무는 해본 적이 없어, 수입절차, 예를 들면 여러 검역절차, 세관절차, 각 국가의 선박해운마다 조금씩 다른 절차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번 들었던 내용을 다시 물어보게 될까 노트에 절차를 하나하나 자세히 적어가며 익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봄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아이들의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째이다. 겨우내 고요하고 잔잔했던 일상들이 3월의 개학과 동시에 “준비, 땅!”을 외치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일 두 녀석의 학교에서 날아오는 각각의 공문들에, 문자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뭐, ‘새 학기의 봄은 이래야 제 맛이지.’라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유난히 이런 분위기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내 모습에 의아함마저 느낀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코로나 이후, 이렇게 ‘정상적인 새 학기’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2023년 신학기는 일상처럼 해 오던 ‘코로나 증상 자가 진단’없이 등교하는 첫 해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학교 가기 전 습관적으로 핸드폰 앱을 켜고 자신의 몸 상태를 입력했다. 그런데도 작년 3월은 각 학교마다 코로나 확진자들로 넘쳐났고, 이러다가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공포감마저 들었던 달이었다. 그랬던 일상이 정말로 신기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오기 전, 3년 전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다. 휘몰아치는 바이러스의 폭풍우 속에서 언제쯤 마스크를 끼지 않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날이 올까 싶
2022 춘천마라톤, 21.0795km(하프) 첫 출전! 마라톤 출전을 위한 맹연습 더운 여름날 비지땀을 흘리면서 달리기 연습을 했다. 10km를 뛰는 일은 그리 어렵게 여겨지지 않았는데, 하프를 뛰어야한다고 생각을 하니 연습을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까지 10km이상을 7번 정도 뛰었다. 15km이상은 한 번밖에 뛰지 못한 상태로 출전을 해야 했다. 주변에서는 10km를 뛰는 것도 무리인데 무슨 하프를 뛰느냐고 난리였다. 그래서 하프를 완주만 하겠으니 그리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켰다. 연습을 할 때도 얼마나 간섭이 많았는지 모른다. “마라톤 하면 살 빠진다더라! 빠질 살도 없는데 무슨 마라톤을 하냐? ”조금 부실한 왼쪽 다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오른쪽 발목에 염증이 생긴 일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병원에 가지 않지만, 마라톤 연습을 계속해야 하니까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도 받았다. 다행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고 몇 번 물리치료를 받고는 금방 회복을 했다. 뛰면서 발과 발목을 다치지 않게 하는 요령도 익히게 되었다. 주변에서 잘 달리라고 신발도 선물로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 준 덕분에 조금씩 용기를 냈다. ‘이 나이에! 완주라도
내 인생의 첫 마라톤 저는 중국 사천성에서 왔고. 올해 31세로 한국에 산지 6년이 넘어갑니다. 워낙 활동적인 성격 탓에 달리기, 자전거 등의 운동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운동할 때 에너지가 생기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2021년 3월부터 저는 라이딩과 달리기 등의 훈련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때는 20km로 시작해, 40km, 60km로 점차 훈련 거리를 늘렸습니다. 그 결과 2022년 7월, 같이 훈련 한 분들과 함께 산본에서 춘천까지 하루에 90km 라이딩도 했답니다. 라이딩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 바로 달리기 훈련에 돌입! 2022년 10월 23일, 인생의 첫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춘천마라톤에 도전하기까지 처음으로 한국의 ‘행복한동네문화만들기운동’커뮤니티에 참여해 함께 마라톤 훈련을 할 때, 가르쳐 주는 선생님들은 저에게 마라톤을 잘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 주셨지만, 제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에 있을 때 마라톤은 굉장히 어려운 경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라톤이라는 단어를 대학 다닐 때 처음 들었어요. 대학 친구가 한 백발의 미국인과 함께 마라톤에 참가했다는 이야
물아일체(物我一體)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은 나의 손꼽히는 필독서다. 주례사 비평으로 상찬이 난무하는 출판계의 관행에 실명 비판으로 용감하게 맞선 책이다. 그 책을 읽다 보면 책을 무작정 읽기보다 나의 주견을 갖고 읽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부지불식간 스며든다. 빌려서 책을 읽더라도 소장할 만한 책이면 주문하여 서가에 고이 꽂아 놓고, 이런저런 모임에서 뜻하지 않게 손에 들어왔지만 별 볼 일 없는 책은 붉은 노끈으로 묶어 재활용장에 내놓게 된 것이 바로 《장정일의 독서일기》덕분이다. 《기후 위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과 《파타고니아》는 2022년에 만난 인생 책이다. 걸어서 출퇴근하고, 고기 없는 식단(도시락)을 하루 한 끼 실천하고, 1년 동안 옷을 사지 말자는 서원을 낸 까닭도 이 두 책에서 기인한다. 자동차, 고기 소비, 비행기가 탄소배출의 가장 큰 원인이란 말과 함께 그렇다고 무작정 녹색만 들어간다고 열광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녹색 자본이란 말처럼, 환경을 보호하는 척하면서 장사하기 바쁜 정치가, 기업가도 비판한다. 지구 환경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나 자신부터 행복한 변화가 찾아왔다. 분초를 다투는 출근 시간에 차를 두고 걷
11월호,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를 읽고 ∼ 신문에 대한 내 기억은 스크랩부터다. 여고 때 국어 선생님께서 일주일마다 몇 종류의 신문을 한꺼번에 주시면서 주요 내용을 스크랩하도록 개인숙제(?)를 내 주셨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어서 하라고 하시는 걸까?’ 의아해하며 근 1년을 열심히 했다. 한자가 많고 비교해 가며 선정해야 했기에 어렵긴 했지만 사회적인 눈을 뜨고 글쓰기에 대한 안목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대학 때 학보사 기자에 합격했을 때 참 기뻤다. 면을 나누어 맡고 편집계획을 세워 자료를 찾고 인터뷰도 해서 기사를 쓰고 교정도 하고 인쇄를 하기 위해 서울로 출장을 가고, 뒤풀이를 하면서 술 한 잔도 해보고… 좋은 경험이었다. 신문기자의 꿈은 교사가 되어야 했기에 도전도 못해보고, 그 꿈을 딸에게 걸었지만 그녀 또한 교사의 길을 갔다. 신문은 진실과 정의를 모토로 사회를 비판 개조해 나가며 건전한 문화전파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신문의 가치관은 개인과 사회의 삶의 질을 결정하고 그로 인해 생성되는 언론의 수준은 대중의 신뢰를 얻게 되며,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의 수준과 직결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몇 번의 정권이 바뀌고 사회는 복잡해지며
새벽을 깨웠던 며칠간의 나날 돈을 따라서, 때론 돈과 상관없이 아침 6시에 첫 번째 알람이 울렸다. 아내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핸드폰의 소리를 껐다. 나의 모닝콜은 정확히 30분 뒤에 울릴 예정이라 반 시간의 달콤함을 더 즐기다 눈을 뜰 예정이다. 7시 30분이면 집을 나서는 아내의 출근 전 풍경은 분주하고도 빠듯하다. 아침에 국이라도 하나 끓여놓고 나서는 날이면 시간을 더욱 살뜰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아침을 준비하기도 빠듯할까 싶어 나도 슬그머니 식탁으로 나왔다. 요즘같이 가을 추위가 성큼 다가오는 날엔 해가 짧아지고 날 밝는 시간이 점점 늦어져서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 식탁에는 과일이 놓이고 갓 데운 빵과 함께 마실 커피가 올려진다. 순차적으로 커피포트에 물을 받아서 끓이는 동안 알맹이로 있는 커피를 그라인드에 갈아서 핸드 드립을 준비한다. 서버에 거름종이를 올리고 작은 주전자에 담은 물을 갈린 커피 위에 부으면 커피 빵이 부풀어 오르며 신선하고 상큼한 향을 발산한다. 심호흡하듯 후각으로 커피 향을 빨아들이면 그 원산지인 케냐의 초원이 떠오르기도 하고 과테말라나 인도네시아의 자바가 상상되기도 한다. 계란프라이에 쨈까지 대령을 하면 완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