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3]
복수초 (Adonis amurensis)

긴 겨울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짧아지고 저녁 퇴근 시간의 밝기가 조금씩 환해지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봄이 가까이 다가오면 산야에서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야생화가 바로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이라 한자를 해석해 보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식물명이기도 합니다. 무술을 가르치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을 떠도는 제자가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복수초는 (福:복 복) (壽:목숨 수) (草:풀 초)로 이루어진 이름으로‘장수하라’는 의미를 가진 풀입니다. 성미 급한 복수초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남부지방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는 주로 2월에서 4월까지입니다.
복수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이른 봄에 피는 꽃이면서도 지름이 3~4cm 내외의 큰 꽃이 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추위로 작은 꽃이 피는 것과 다르게 큰 꽃이 피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닫아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복수초를 이른 시간이나 흐린 날 산야에서 만나면 꽃이 핀 모습은 볼 수 없고 몽우리처럼 웅크린 모습만 감상하기 때문에 산야로 복수초 감상을 하기 위하여 나들이를 떠나려 한다면 화창한 한낮에 자생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날씨와 시간을 체크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산야의 계곡에 봄기운이 찾아들어 햇살이 파고든 물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복수초는 봄을 알리며 노란 꽃을 피우고 봄 햇살을 즐기게 됩니다. 발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다가가 복수초를 감상한다면 그 아름다움에 빠져 돌아 나오지 못하고 사랑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복수초의 꽃말은‘영원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극화훼농원 한현석대표 I 행자부/농림부 신지식인
tkhanhhs@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8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