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2] 동백(Camellia japonica) 겨울에 꽃이 피어난다고 동백(冬柏)이라 부르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 서식하고 있지만 내륙의 가장 북쪽 자생지로 고창의 선운사 경내를 들 수 있습니다. 그 외의 내륙에서 동백을 감상할 수 있는데 정보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들겠지만,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닌 스스로 자생하고 군락을 이룬 것이 고창의 자생지가 된 것이니 이점을 이해하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동백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동백 특징이라면 꽃이 반개화(半開花)상태에서 꽃송이가 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부지방의 길가 가로수에 사용되는 동백은 자생종이 아닌 경우가 있어, 꽃이 활짝 피거나 겹꽃 등으로 피기 때문에 자생종과 도입종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옛날 동백의 열매에서 짜낸 동백기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머리에 발라 머릿결을 단장하던 용도로 자주 사용되었죠. 멋쟁이였던 우리 아버지가 늘 기름을 발라 머리를 뒤로 넘겨 빗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때 동백기름을 사용한 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기적으로 유추해보면 틀림은 없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 용담(Gentiana scabra Var.)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독자 여러분!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충북 청주시에서 ‘태극화훼농원’을 운영하고 계시는 한현석 대표님이 독자분들을 위해 야생초에 대한 이야기를 매월 기고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올해 12월호 보라색 꽃인 관상용 야생화 ‘용담’스토리를 시작으로 내년에 더 풍성한 이야기를 담아주실 것을 기대해 봅니다. 용담은 전국의 산야에서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초장은 20~70cm로 개체마다 차이가 크며 줄기 상단에 보라색 꽃이 피어납니다. 개화 기간이 긴 편이라 관상용으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야생화이죠. 이 꽃은 늦은 가을까지 우리의 들녘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꽃으로 늦여름에 피기 시작하여 11월까지도 볼 수 있답니다. 용담(龍膽)은 ‘용의 쓸개’라는 의미입니다. 용담은 오래 전부터 뿌리를 말려 약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 약효에 관련한 일화가 많고 그 맛이 매우 쓴 것이 특징이죠. 얼마나 쓰면 이름을 용담이라 했을까요? 시험 삼아 뿌리를 조금 잘라서 입에 넣어보면 쓴맛 때문에 눈앞에 용이 왔다 갔다 할지도 모릅니다. 용담은 도시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한적한 시외에서 볼 수
매화노루발 (Chimaphila japonica)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열탕에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찾아오면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이 품종의 이름은‘매화노루발’이라 부릅니다. 전국의 나무숲 중에서 빛이 잘 들어오는 장소에 자라는 품종입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이 시기 즈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아 나서는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매화노루발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서 산속을 오랜 시간 걷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장소가 안면도의 바닷가 솔숲입니다. 전국적으로 솔숲을 살피면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안면도의 솔숲은 매화노루발이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모여 자라고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인 듯합니다.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솔숲에 쪼그리고 앉아 매화노루발을 감상하다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게 꽃말 하나는 잘 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화노루발의 꽃말은‘소녀의 기도’입니다. 눈이 부시게 희게 피는 꽃은 다소곳하게 아래쪽을 보고 피어 있습니다. 마치 무엇인가 소원을 빌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무더위 피해 바닷가를 찾아간다면 솔숲을 조용히 살펴봐 주세요. 기도하는 소녀들의 모습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0] 꽃범의 꼬리 (Physostegia virginiana) 폭염으로 지치고 힘이 들고 거기에 더하여 기록적인 폭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름이지만, 이 힘들고 어려운 날이 며칠쯤 지나면 뜨거운 기온도 어느 정도 참아낼 수 있는 기온으로 바뀔 것입니다. 기온이 조금 바뀐 것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 틈엔가 하늘의 높이가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화단의 한쪽에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식물로 우리나라 야생화인 범꼬리와 닮았으나 꽃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꽃범의 꼬리’라고 불리게 된 식물입니다. 이 품종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모종을 구해 화단 한쪽에 심어 두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포기를 늘리며 여름이 지나갈 즈음이면 화려한 꽃을 피워주는 예쁜 꽃입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면 아래쪽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피어나기 때문에 개화기도 긴 것이 특징입니다. 무더운 시기가 지나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꽃범의 꼬리의 화려함에 반한 것인지 벌과 나비들도 잔칫상을 벌여놓은 듯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범의 꼬리의 꽃말은 ‘추억’ 혹은 ‘젊은 날의 회상’이라고 합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4] 노루귀(Hepatica asiatica)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나고 비가 내린다는 우수까지 지나면 긴 겨울도 서서히 물러갈 준비를 하는 시기가 됩니다. 거기에 더하여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도 지나면 깊은 산속의 계곡에도 봄이 찾아들고 차가운 계곡물도 졸졸졸 흐르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옵니다. 이 시기는 찬 기운이 계곡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작은 야생화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부지런히 산을 찾은 이들을 반겨줍니다. 이렇게 산속의 나무나 풀들은 푸른 새싹을 올리지 않았지만, 계곡의 시냇물이 흘러 습기 있는 산속에서는 노루귀가 꽃을 피우고, 이제 막 흘러가기 시작하는 계곡물 속에 비춘 태양을 즐기며 작은 꽃을 흔들거리며 피어납니다. 노루귀는 이른 봄의 꽃으로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는 야생화입니다. 산속 낙엽 덤불 사이에서 꽃만 올린 모습은 가녀린 느낌이 들지만, 얼마나 영리하고 영특한지 흐린 날이거나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며 닫아 버립니다. 그 이유는 추운 밤 날씨에 암술과 수술이 동해 피해를 입어 번식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잎을 닫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계절에 따라 꽃이 피는 것처럼 보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6]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봄철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인파로 온종일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면 온갖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우고 사람들을 야외로 불러내기 때문일 겁니다. 각 지역에서는 이렇게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예쁘고 화려한 꽃을 심어두고 놀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들판이나 산속에서는 소박한 야생화들도 인적 드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려고 꽃을 피우고 눈길을 잡으려 열심인 봄철입니다. 나른한 봄철이면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보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품종이 있습니다. ‘구슬붕’이라 불리는 품종으로 키는 대부분 5cm 내외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가을에 꽃을 피우는 용담과 비슷하지만 용담에 비해 키가 매우 작기 때문에 ‘소용담’이라 불리기도 하는 야생화입니다. 산과 들을 무심코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의 구슬붕이를 만나면 누구나 무릎을 꿇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 꽃을 다시 한 번 보겠다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는 찾지 못하는 일이 흔한 품종입니다. 구슬붕이는 햇살이 비추는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3] 복수초 (Adonis amurensis) 긴 겨울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짧아지고 저녁 퇴근 시간의 밝기가 조금씩 환해지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봄이 가까이 다가오면 산야에서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야생화가 바로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이라 한자를 해석해 보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식물명이기도 합니다. 무술을 가르치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을 떠도는 제자가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복수초는 (福:복 복) (壽:목숨 수) (草:풀 초)로 이루어진 이름으로‘장수하라’는 의미를 가진 풀입니다. 성미 급한 복수초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남부지방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는 주로 2월에서 4월까지입니다. 복수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이른 봄에 피는 꽃이면서도 지름이 3~4cm 내외의 큰 꽃이 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추위로 작은 꽃이 피는 것과 다르게 큰 꽃이 피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닫아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1] 물봉선 (Impatiens textori) 어느 날부터인가 날씨가 시원해진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한낮의 열기도 수그러들었기 때문에 들판을 걷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들판을 지나 산의 초입 개울가에는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물봉선이 피었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것은 마당 한쪽을 장식하고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봉선화는 중국 남부 따스한 곳이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관상을 하기 위해서 옛날부터 마당에 심던 것이라 물봉선과 봉선화는 늘 헷갈리는 식물이자 이름인 듯합니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는 마당에 심겨진 것을 감상하면 되겠지만 물봉선을 보려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들판을 걸어 산의 초입이나 개울가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것도 서둘지 않으면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한낮이 지나 오후가 되면 서서히 꽃이 시들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이른 아침에 물봉선이 꽃을 피운 장소를 찾아가면 밤새도록 만들어진 이슬이 맺혀있는 물봉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햇살 퍼지는 시간이 되면 햇살이 비춘 물방울이 반짝거리는 빛망울을 뒤로한 멋진 물봉선을 만날 수 있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7]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 ‘꽃마리’라는 야생화를 아시나요? 이 꽃은 예전에 ‘꽃말이’라고 부르다가 언제부터인가 ‘꽃마리’로 이름이 변했다고 합니다. 산과 들 그리고 빈 공터 등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하게 자라고 있지만 이 꽃을 자세히 바라보거나 관심을 주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혹시 ‘물망초’는 아시나요? 이 꽃은 꽃마리와 같은 식물이지만 서양에서 자라는 야생화입니다. 학창 시절에 아마도 한번쯤은 물망초를 이야기해 봤거나 시적인 표현으로 써 봤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야생화인 꽃마리는 신경 써 주지 않으면서 서양의 물망초는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꽃마리는 늘 뽀로통하며 조용히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듯합니다. 물망초의 꽃 크기가 6~9mm인 것에 비해서 꽃마리의 꽃은 2mm 정도의 매우 작은 꽃이 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자라고 알아주지 않고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요즘 야생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물망초의 자생종인 꽃마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꽃마리를 찬찬히 관찰해보세요. 돌돌 말린 꽃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3] 변산바람꽃 (Eranthis pinnatifida) 찬바람 불어오는 깊은 겨울입니다. 벽에 붙어 있던 한 장짜리 달력은 어느 순간 두툼한 12장짜리 새 달력으로 바뀌어있습니다. 해가 바뀐 깊은 겨울 속에서 약간의 온기를 느낄 무렵이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기저기로 꽃소식을 물어보며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산속에 겨울이 두껍게 자리 잡은 1월이 지나갈 즈음이면 이미 겨울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 부안에서 발견하여 이름을 지었다는 ‘변산바람꽃’이 그것입니다. 겨울이 지나가지도 않은 시기에 약간의 온기를 느끼는 이른 시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긴 기다림을 겪은 이후에 세상에 그 모습을 알린 기특한 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변산바람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차가운 산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흔들거리는 을씨년스러운 시기이지만 야생화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떠나 보세요. 변산바람꽃이라 해서 변산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남부와 중부지방에서도 수소문을 하면 자생지를 알 수 있고 자생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햇빛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