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범의 꼬리 (Physostegia virginiana)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0]

 

꽃범의 꼬리 
(Physostegia virginiana)

 

 

폭염으로 지치고 힘이 들고 거기에 더하여 기록적인 폭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름이지만, 이 힘들고 어려운 날이 며칠쯤 지나면 뜨거운 기온도 어느 정도 참아낼 수 있는 기온으로 바뀔 것입니다. 기온이 조금 바뀐 것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 틈엔가 하늘의 높이가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화단의 한쪽에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식물로 우리나라 야생화인 범꼬리와 닮았으나 꽃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꽃범의 꼬리’라고 불리게 된 식물입니다. 이 품종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모종을 구해 화단 한쪽에 심어 두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포기를 늘리며 여름이 지나갈 즈음이면 화려한 꽃을 피워주는 예쁜 꽃입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면 아래쪽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피어나기 때문에 개화기도 긴 것이 특징입니다. 무더운 시기가 지나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꽃범의 꼬리의 화려함에 반한 것인지 벌과 나비들도 잔칫상을 벌여놓은 듯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범의 꼬리의 꽃말은 ‘추억’ 혹은 ‘젊은 날의 회상’이라고 합니다. 이 식물이 꽃을 피운 화단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하늘을 올려보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란 하늘 아래 흔들거리는 꽃범의 꼬리는 화려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범이 꼬리를 흔들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폭염으로 힘이 들었지만 이 품종의 꽃말처럼 이미 무더운 여름은 추억속의 어느 날로 변해 있을 겁니다. 꽃이 피어 있는 화단에서 젊은 날을 회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듯한 여름이 지나가는 어느 날의 꽃소식입니다.

 

태극화훼농원 한현석대표

행자부/농림부 신지식인

tkhanhhs@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5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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