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8]
물레나물 (Hypericum ascyron)
간간히 가랑비가 흩날리기는 하지만 바짝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씨는 뜨거워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한창인 시기에 산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네모지며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가 0.5∼1m까지도 자라는 품종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5∼10cm의 바소꼴이고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투명한 점이 있고 잎자루는 없습니다. 꽃은 제법 크게 피는데 지름이 4∼6cm이며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고 가지 끝에 1개씩 위를 향하여 달립니다. 그 꽃의 모양은 풍차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선풍기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산이 우거지고 그늘이 많아져서 그런지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진 듯합니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산길을 거닐다 물레나물의 노란 꽃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습니다. 흔할 때는 눈여겨 봐주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레나물이 자랄듯한 곳에서는 좌우를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꽃이 큰 편이라 자세히 살피지 않아도 꽃이 피어 있다면 쉽게 볼 수 있는데 자세히 살피는 것은 옛 추억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물레나물의 꽃말은 ‘추억’입니다. 무더위가 시작되고 있지만 산길을 걸어봐야겠습니다. 혹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모양의 꽃이 피는 추억 속의 물레나물을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태극화훼농원 한현석대표
행자부/농림부 신지식인
tkhanhhs@hanmail.net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3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