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2] 11월의 허브이야기‘Yarrow’(야로우) 학명 Achillea Millefolium Yarrow란 이름은 이 식물의 앵글로색슨 명인 ‘gearwe’, 네덜란드 명인 ‘yerw’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milfoil’이라 하는데 종명인 millefolium 즉, 라틴어의 ‘많다’라는 뜻으로 1,000을 의미하는 ‘mille’과 잎이라는 뜻의 ‘foliu’의 합성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톱니가 많은, 무수한 많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양 톱풀’이라 불리고 있으며, 톱풀을 봄나물로 먹습니다. 서양에서 ‘야로우’는 학명인 ‘아킬레야’로도 통용되며 예부터 상처의 치료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상용으로서 꽃빛이 아름답고 다양해서 화단용으로 부르는 이름은 ‘아킬레야’라고 하고 약용의 ‘허브차’(茶)로 이용할 때는 ‘야로우 차’(yarrow tea)라 하여 자칫 별개의 식물로 혼동하기 쉽습니다. 학명의 Achillea는 ‘일리아드’의 영웅 ‘아킬레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인데 ‘아킬레스’(Achilles)가 트로이전쟁 때 부상한 병사들의 상처를 이 풀로 고친 데서 붙여졌다 합니다. 아킬레스는 반인반
[바다의 문법이야기 20]‘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넘어 별에 이르도록)’ 겨울 요트 여행기 (5) 새벽 5시, 배를 묶어둔 낚싯배에 인기척이 들려 잠을 깼다. 항구 안에는 아직 12월의 어둠이 가득, 미명도 느껴지지 않는다. 옆 낚싯배가 곧 출항을 할 것 같아 황급히 크루들을 깨우고 줄을 풀러 후진으로 요트를 뺐다. 깨자마자 잠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두꺼운 파카 하나만 걸치고 작은 항 안에서 출항하는 새벽 배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요트를 조종했다. 안크루는 서둘러 기름을 넣고 조크루는 출항 준비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동이 트고 앞이 보여 드디어 출발이 가능하다. 모항항 입구 쪽에 암초가 있어서 암초를 피해 우회전 한 뒤 거리를 줄이려 섬에 붙어 전진한다. 파도는 어제보다 많이 줄어 마음이 편한데 물때가 문제다. 엔진을 3천 RPM까지 밀었는데 속도가 3.8노트. 2노트 가량의 조류가 배 전진 방향의 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해가 질 때까지 목표하는 서해 갑문에 도착하기는 글렀다. 바람마저 정면에서 불어 세일도 쓸 수 없다. 이럴 땐 물때가 바뀔 때까지 인내하는 수밖에. 예측을 보니 정오쯤
[바다의 문법이야기 16] 겨울 요트 여행기(1)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요트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요트를 가진 사람들은 갑작스런 재난에 요트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요트가 없는 사람들은 집을 팔고 요트에 들어간 탓이다. 함께 쓸만한 요트를 찾아보려 유럽 쪽 딜러들에게 연락을 하던 지인의 전언으로는 유럽 쪽 중개인들도 쓸만한 중고 요트가 없다며 이전보다 1.5배씩 중고 요트 값이 올랐다 한다. 그리고 그나마 국내에 있는 작은 요트 중고 사이트에도 내가 찾는 35~40피트급의 요트들은 씨가 말랐다. 아쉬움에 일본, 미국, 유럽 중고 요트 사이트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데 네이버 검색에 문득 배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참고로 기점으로 삼고 있는 김포의 아라마리나는 배 길이 40피트 이상의 마스트 높이를 가진 배들이 들어오기 힘들다. 인천을 향하는 두 번째 다리인 아라대교의 높이가 낮아 42피트급 배들이 들어오다가 나침반이 깨지고 마스트가 긁혔다는 이야기들을 다른 선장님들로부터 여럿 들었었다. 지난 가을에 모아나호와 아리엘호를 몰고 상륙정을 배에 싣고 섬에 상륙해 8명의 인원이 캠핑까지 진행했던 대모험에서 크루들을 데리고 아름다운 인천, 경기 지역의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3] 복수초 (Adonis amurensis) 긴 겨울밤이 어느 순간 조금씩 짧아지고 저녁 퇴근 시간의 밝기가 조금씩 환해지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렇게 봄이 가까이 다가오면 산야에서 꽃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단골로 등장하는 야생화가 바로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한자로 이루어진 이름이라 한자를 해석해 보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식물명이기도 합니다. 무술을 가르치던 스승의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을 떠도는 제자가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복수초는 (福:복 복) (壽:목숨 수) (草:풀 초)로 이루어진 이름으로‘장수하라’는 의미를 가진 풀입니다. 성미 급한 복수초는 해가 바뀌기 무섭게 남부지방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는 주로 2월에서 4월까지입니다. 복수초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면 이른 봄에 피는 꽃이면서도 지름이 3~4cm 내외의 큰 꽃이 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봄꽃들이 추위로 작은 꽃이 피는 것과 다르게 큰 꽃이 피기 때문에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닫아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포모(소외불안)에서 포모(의미추구)로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인 2030세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들은 그 이전세대인 X세대나 베이비붐세대와 비교할 때, 집단보다 개인을, 소유보다 공유를, 상품보다 경험을, 일보다 워라밸을 더 중요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약35%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미래의 주역들입니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 이런 MZ세대가 ‘포모족’으로 불리는 이유를 혹시 아시나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증후군)는 심리학용어로 ‘나만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빠지면 뒤쳐진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는 신경증적인 반응으로, 자산을 소유하지 못하면 벼락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MZ세대 속에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MZ세대들이 불안을 느끼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 프로이드와 아들러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의 심리치료 제3학파인 로고테라피를 창시했던 빅터프랭클(Viktor Frankl)은 인간은 원래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우리 속에 의미를 추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10] 변화무쌍한 유기체, 예술 예술, 변화무쌍한 유기체 지난여름 지방의 모 도립미술관에서 올린 기획 전시는 그 내용으로 인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돼 철거되었다. 기획전의 제목이 ‘애도: 상실의 끝에서’였던 이 전시는 전쟁과 전염병, 각종 재해 등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승화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전시였다고 한다. 논란이 된 작품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5마리의 살아있는 금붕어를 링거병 안에 넣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붕어가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제작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전시된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가 폐사했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철거했다. 이쯤 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현대미술 작가가 있을 것이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다. 얼마 전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는 죽어가는 파리 떼를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의 ‘백년’이라는 설치 작품이 동물보호단체(PETA)의 민원으로 해체된 일이 있었다. 이 작품은 커다란 유리 상자를 두 부분으로 나누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1] 물봉선 (Impatiens textori) 어느 날부터인가 날씨가 시원해진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한낮의 열기도 수그러들었기 때문에 들판을 걷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들판을 지나 산의 초입 개울가에는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물봉선이 피었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것은 마당 한쪽을 장식하고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봉선화는 중국 남부 따스한 곳이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관상을 하기 위해서 옛날부터 마당에 심던 것이라 물봉선과 봉선화는 늘 헷갈리는 식물이자 이름인 듯합니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는 마당에 심겨진 것을 감상하면 되겠지만 물봉선을 보려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들판을 걸어 산의 초입이나 개울가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것도 서둘지 않으면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한낮이 지나 오후가 되면 서서히 꽃이 시들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이른 아침에 물봉선이 꽃을 피운 장소를 찾아가면 밤새도록 만들어진 이슬이 맺혀있는 물봉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햇살 퍼지는 시간이 되면 햇살이 비춘 물방울이 반짝거리는 빛망울을 뒤로한 멋진 물봉선을 만날 수 있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2] Show must go on!! 예술, 정신을 위한 백신 공연장에 근무하다 보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직원 구내식당에 갔는데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의 주인공인 유명 배우가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든지, 야근 후 귀가 길에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소통중인 멋진 아이돌의 진솔한 모습을 본다든지, 늘 완벽한 연주복에 근엄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지휘자가 리허설에 캐주얼을 입고 있는 편한 모습을 본다든지… 일터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무료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보너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중의 하나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틀 동안 우리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주 다음날 출근길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전날 연주 후 악기 보관함과 개인용 트렁크가 백 스테이지에 도열해 있었습니다. 어느 연주자가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느라 바빴는지 연주 때 신었던 반짝이는 구두 한 짝이 트렁크 밑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살짝 사진에 담으며 전날 연주의 감동을 소환했습니다. 지금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8] 5월의 허브이야기 장미(ROSE)학명:Rosa Centifolia 5월의 허브 장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꽃으로 사랑, 아름다움, 행복, 순결을 상징합니다. 학명 ‘Rosa’는 라틴어로 ‘장미’라는 뜻이며 고대 이집트,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중국 등에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수많은 벽화나 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장미의 품종은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인 로즈 다마스크(Rosa damascena)와 로즈 캐비지(Rosa centifolia)에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며 로즈 다마스크는 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현재는 불가리아, 튀르키예, 프랑스에서 재배되고 로즈 캐비지는 모로코, 프랑스, 이탈리아, 튀니지, 중국에서 재배되는 품종입니다. 로즈 다마스크는 주로 수증기 증류법으로 오일을 추출하여 ‘로즈 오또(rose otto)’ 또는 ‘로즈 아타르(rose attar)’라 부르고 로즈 캐비지는 용매추출법으로 오일을 추출하여 ‘로즈 앱솔루트(rose absolute)’라 부릅니다. 로즈 오일은‘천상의 향기’라 불릴 정도로 진한 향이 납니다. 로즈 오또는 노란색의 끈적임이 없는 가벼운 오일로 싱그러운 장미꽃 향이고, 로즈 앱솔루트는 적갈색의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6] 왜 일본은 우리를 무시하는가? 요즘 한일 관계가 뜨겁습니다. 위안부, 징용, 독도 등등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뜨겁긴 한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일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서술했습니다. 엄연히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인데 이웃나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것도 초등학교에 교과서에 실었으니 말입니다.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커서 어른이 된다면 독도를 ‘무력’으로라도 빼앗아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웃나라가 우리 땅을 자기 땅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이웃나라를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왜일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일까요. 역사를 한 번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은 무엇일까요? 일본과의 싸움인 임진왜란이라고도 하고, 청나라에 굴복한 병자호란이라고도 하겠지만 압도적인 대답은 역시 일본에게 36년간 나라를 빼앗긴 것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5천 년 역사를 이어가다보면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임진왜란처럼 방심하여 왕이 나라 끝 의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