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3] 12월의 허브이야기 캐모마일 [Anthemis Noblilis] 캐모마일(Chamomile)은 지중해에서 2000년 넘도록 사용되었던 허브입니다.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캐모마일은 그 향이 국화 향과 친숙하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고대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유럽 전 지역에 퍼져있죠. 캐모마일의 향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향이 난다고 하여 ‘땅의 사과’라는 희랍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작은 사과의 뜻인 ‘만자닐라(Manzanilla)’라고 부르고, 17세기 식물학자 니콜라이 칼페머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 태양의 신 ‘라’에게 바쳤으며, 고대 이집트의 승려들은 신경질환에 이 허브를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색슨족은 이것을 9개의 신성한 허브 중에 하나로 숭배하고 ‘마우덴(Mauthen)’이라 불렀습니다. 캐모마일은 로만 캐모마일과 저먼 캐모마일 두 종류의 에센셜오일이 있는데 로만 캐모마일은 옆에 있는 다른 식물을 건강하게 보살핀다고 하여 ‘식물의 의사’라는 별명이 붙었고, 저먼 캐모마일은 꽃은 데이지와 비슷한 작은 백색으로 로만보다 더 강력한 항염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9] 동남아 가사도우미로 돌봄 인력 숨통 열 수 있을까요? 0.78명까지 추락한 출산율에 나라의 미래가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 대책으로 강력하게 검토되는 제도가 있답니다. 바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입니다. 한국의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약 46.3%로 늘어나는 주거비, 교육비 등으로 인해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통계청(2021)에 따르면 외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3만 원,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61만 원인데 이러한 소득격차로 맞벌이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이 되었습니다. 맞벌이 가구의 육아는 많은 경우 양가 부모님의 헌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될수록 극한의 육아 환경과 맞닥뜨리게 되므로 맞벌이 가구에서의 둘째 출산은 엄두도 못 내게 됩니다. 돌봐주실 부모님들께 허락을 받아야 낳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인과 중국동포에게만 허용된 가사도우미, 동남아 출신에게도 허용 아시아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답니다. 홍콩에만 37만 명의 상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있는데 월급은 평균 74만 원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10] 7월의 허브이야기 ‘주니퍼베리’(Juniper berry) Juniper라는 영어 이름은 ‘어린 장과’를 의미하는 라틴어 juniore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장과’는 많은 씨가 들어 있는 어린 열매, 과피가 다육질인 열매를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노간주나무 열매라고 합니다. 이 나무는 수천 년 전부터 전염병 확산방지와 종교적 의식을 목적으로 집과 장례식에서 태웠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사용했고 정신과 육체를 정화시키기 위해 이 향을 피웠으며, 중세에는 마귀, 질병 독을 가진 해충들을 퇴치한다고 여겨져 각 집의 입구 쪽에 심기도 했습니다. 주로 악마들의 눈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데 이용되었습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천연두의 전염을 막기 위해 로즈메리와 함께 태웠으며 콜레라, 장티푸스, 페스트 등의 예방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프란시스퀴스 실비우스(Dr. Franciscus Sylvius)가 피를 깨끗하게 해준다고 해서 두 번 증류한 그레인 알코올과 쥬니퍼베리를 섞어 만든 주니에브르(Genièvre)란 술을 선보였는데, 당시 네덜란드를 점령 중이던 영국의 병사들에게 특히 이 술의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7] 원나라의 등장과 고조선, 일본의 등장과 대한제국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조선은 단군이 세운 조선을 말합니다. 대부분 이성계의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고’를 붙였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기자조선 또는 위만조선보다 앞서 세워졌다고 해서 ‘고’를 붙인 것입니다. 또 ‘古(고)’에는 오래되었다는 뜻 말고 ‘고전(古典)’이나 ‘상고주의(尙古主義)’의 ‘고’처럼 ‘이상적인’이란 의미도 갖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첫 나라이면서 이상적인 국가라는 의미의 ‘고조선’이란 나라 이름이 생기게 된 배경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송나라가 멸망하고 이민족인 몽골(원)이 새로운 중국의 주인으로 바뀌어 가는 시기였습니다. 고려의 입장에선 예전에 요나라와 금나라의 침략과 압력을 받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주인은 여전히 송나라였습니다. 따라서 한족의 송나라가 멸망하고 이민족의 몽골이 중국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은 지금까지 고려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답니다. 우리는 흔히 일연의 《삼국유사》가 몽골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편찬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언급하고 단군신화를 실은 이유도 원에 대한 저항정신을 고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8] ‘이주의 시대’ 국내 환경 세계화와 제4차 산업혁명,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 담론이 주는 위기와 기회에 따르는 변화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경제와 평화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이 때에 전 세계는 어느 때보다도 살아남기 위한 저마다의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위기에 대한 빠른 준비와 대처만이 모두가 꿈꾸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미래발전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희망을 실현시키려면 무엇보다 좋은 정책과 방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호에서 살펴보았던 ‘이주의 시대에 세계 환경’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국내 환경’에 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주의 시대에 대비해야 할 국내 환경을 위한 질문은 ‘한국의 이민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한가?’입니다. ‘이민정책은 인구정책이다’라는 정언명제가 있을 만큼 이민정책의 방향은 인구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경제활동인구의 추이는 향후 이민자의 규모를 예측하는데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1. 저출산 : 2018년은 싱가포르 등의 도시국가를 제외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8] 가장 귀한 황금은 그대 익산 보석박물관에는 어떤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을까. 혹시 선화가 서동에게 건넨 황금이나 서동이 쌓아둔 황금이 전시되어 있는 건 아닐까. 둘도 없는 절세미인 선화공주에 대해《삼국유사》에는 ‘짝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요염함(미염무쌍)美艶無雙’이라고 했다. 또 마를 캐는 한 소년이 한 나라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했으니 그 소년의 총명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록에는 ‘마음과 생각의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워 (기량난측)器量難測’이라고 했다. 선화를 꾀어낸 서동이 짐짓 앞으로의 호구책을 걱정하자 선화는 어머니 마야부인이 건네준 황금을 보여준다. 이것이면 평생 지낼 만하다고 하자 서동은 깜짝 놀란다. 이런 거라면 내가 마를 캐던 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했다. 서동과 선화공주는 많은 황금을 신라 진평왕에게 보내 인정을 받았다. 서동은 나중에 백제의 인심을 얻어 왕이 되었고, 둘은 옛일을 회상하며 익산에 미륵사를 창건하였다. 사람들은 서동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정치 경제적 배경으로 익산의 황금을 들곤 한다. 그래도 똑똑한 서동이 어떻게 사람들이 몹시 좋아하는 황금을 옆에 두고도 몰랐다는 구조로 이야기를 이끌어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10] 지방과 대학을 살리는 유학생 한국의 유학생 도입과정은 경제개발계획과 아울러 정부 초청 대만 유학생이 유입되기 시작한 1965년에서 1979년을 제1기로 본다. 제2기인 1980년에서 2003년에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92년 한중 수교 등으로 인한 국격 상승과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유입국과 유학생 수가 폭증하였다. 그 후 2010년까지 5만 명 유치를 목표로 ‘Study Korea Project’를 진행했으나 초과달성으로 8만 3천여 명을 유치하여 일본을 제치고 세계 10위권의 유학생 유치국이 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당시에는 중국 유학생이 급증하여 전체 유학생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였다. 202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제5기에는 20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유치하게 되었고, 이 가운데 베트남 유학생이 급증하고 생계형 유학생이 증가하는 등 유학생 판도에도 많은 변화와 도전이 찾아왔다(지문선, 2023). 한국의 유학생 정책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수인재를 유치하여 한국의 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도록 한다. 둘째,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리고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 셋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성공적인 삶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12] 9월의 허브이야기 제라늄(Geranium) 학명:Pelargonium graveolens 제라늄(Geranium)은 상냥하고 따뜻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허브는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지중해 지역의 유럽, 모로코, 이집트,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재배하는 ‘쥐손이풀과’에 해당합니다. 제라늄의 학명인 ‘Pelargonium graveolens’는 길게 뻗은 제라늄의 씨앗이 황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하여 ‘황새’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pelargós’에서 유래하였고, ‘graveolens’는 라틴어로 ‘강렬한’, ‘묵직한’을 의미하는 ‘gravis’와 ‘냄새를 풍기다’라는 뜻의 ‘óleo’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18세기에 유럽으로 도입되었는데 제라늄 품종은 200여 가지가 있으며, 꽃의 형태와 향기가 다양한데 에센셜 오일로 많이 사용하는 품종은 제라늄과 로즈 제라늄, 애플 제라늄(Pelargonium odoratissimum) 등이 있습니다. 이름에서처럼 꽃에서 사과 향이 난다고 하여 애플 제라늄이고 장미 제라늄은 장미 향이 납니다. 영국에서는 겨울철에도 장미 향을 맡기 위해 장미의 향기와 비슷한 장미 제라늄을 실내
[동남아 일주 요트 여행기] 랑카위에서 사바섬까지 #2 랑카위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리니 탁 트인 평원과 특유의 더운 훈기가 이곳이 남쪽 섬임을 알려준다. 이 공항의 느낌을 어디서 느꼈었더라? 생각해 보니 4년 전 필리핀 팔라완 코론 섬 공항에서 보고 느꼈던 그 풍경들과 비슷하다. 이고 지고 온 짐을 다시 이고 지고 택시를 잡는데 한국 생활에 익숙한 크루들이 짐이 많아 택시가 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한다. “걱정마, 이곳은 한국이 아니야, 기사들이 어떻게든 실어주고 가니까 염려 붙들어 매셔!” 국산 소형차보다 좀 더 큰 택시를 그랩 앱으로 불렀다. 트렁크에 큰 가방 세 개가 가까스로 실리고 남은 짐들은 안고 탄다. 현지 시간으로 8시. 아직 선셋 후의 노을빛이 길게 남아 30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하며 랑카위를 ‘주마간산’(走馬看山) 으로 둘러본다. 평범한 남도 섬인데 차량들은 작은 일제 차들이 많고 도로가 깨끗하다. 중간중간 큰 마트들이 보이고 곳곳에 marine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들이 여럿 보인다. KFC, 맥도날드, 스타벅스, 나이키 등 익숙한 다국적 간판들이 보이고 마리나에 가까워질수록 시골에서 점점 도회지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
흰색셔츠 검정바지 일본 출근복 후드티 청바지 한국 출근복 사이에 낀 나!! 일본 도쿄에서 4년 정도 근무하고 2022년 9월말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IT회사에 다시 출근한지 벌써 4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업무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자주 비교하게 됩니다. 먼저 출근 할 때의 모습, 도쿄에서의 출근 지하철은 조용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백팩을 앞쪽으로 매면서까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사람들을 밀치는 것은 물론, 가방으로 치기도 하니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출근 첫 날, 저를 더 당황케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제 자신의 출근 복장이었습니다. 전 일본인처럼 ‘검정바지에 흰색셔츠’를 입고 출근했습니다. 그나마 변화를 준다고 구두가 아닌 단화를 신고 갔는데 저만 우울한 사람처럼 입고 온 겁니다. 더구나 제 직업이 IT관련업무여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직원들은 너무 편한 옷을 입고 있었죠. 후드티에 청바지 혹은 면티에 면바지는 마치 집에서 마실 나온 듯 자유로운 복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일본으로 가기 전 한국에서 직장을 다닐 때는 이렇게 입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청바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