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농부 이야기 9] 아이들도 좋아하는 버섯을 아시나요? 한 톨의 쌀이 수확되기까지 벼에 농부의 손길이 몇 번이나 가는지 들어본 적이 있나요? 여든 여덟 번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숫자는 아니겠지만 농부가 얼마나 큰 정성을 기울여야만 한 톨의 쌀이 수확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노력은 쌀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버섯들 속에도 담겨있답니다. 제가 재배하는 ‘송화고 버섯’도 마찬가지이고요. 한 송이의 버섯을 수확해서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가려면 셀 수 없을 만큼의 손길이 가야만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버섯들이 어떻게 재배되어 식탁에 올라가는지, 어떤 풍성한 영양소를 담고 있는지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로 제가 재배하는 송화고 버섯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상상농부가 키우는 송화고 버섯 ‘송화고 버섯’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집니다. 송화고, 송고, 송화, 고송 등 말이지요. 하지만 공식적인 품종명은 ‘추재2호’입니다. 즉 동일한 종균에 동일한 버섯임에도 초기 재배하는 분들이 상표권 등록을 통해 독점화 하다 보니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저의
[스마트팜 그린몬스터즈 스토리] 네 명의 괴물 청년이 뭉쳤다. ‘그린몬스터즈’ 기계·전자분야의 LG연구원 출신 서원상 대표, KOPIA 해외 농업연구원 출신 전요한 공동대표, 토목 건축분야의 양요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품 디자이너인 윤소현. 이렇게 농업 배경이 전혀 없는 20~30대 청년 네 명이 뭉쳤습니다. 노지에 농사를 짓는 일반 농업이라면 기존 농업인이나 영농후계자들과 비교했을 때에 특별히 뛰어나기 힘들겠지만 대신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팜은 공학적인 것들이 밀집되어 있는 시설이니 공학 분야 연구원 출신인 우리들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업은 일한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지요. 우리 네 명 중 디자이너인 윤소현님을 제외한 세 명은 모두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교육생 1기를 수료한 동기들입니다. 그 중 서원상 대표와 전요한 대표는 1년 반 정도 정기교육과정에서 함께 현장과 경영실습을 했을 뿐 아니라, 교육이 끝난 후 다른 스마트팜 농가에서 같이 일을 하며 호흡을 맞췄지요. 나만의 스마트팜을 짓겠다는 꿈이 있었던 서원상 대표는 스마트팜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2021년 4명의 창업멤
[상상농부 이야기 8]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작년 12월경 지역의 농협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업 문제로 상담을 하던 중 “버섯 농사 할 만 하세요? 쉽지 않을 텐데요.”라는 직원 질문을 받고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단순한 질문이 아닌 정말 무게가 실린 현실감 있는 질문처럼 여겨졌기 때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짧은 시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나 “현실을 더 잘 아시잖아요.”라는 저의 답변에 그분이 던진 “농사를 통해 한 달에 순수익 백만 원 남기는 것은 정말 정말 쉽지 않아요. 귀농 교육은 현실성이 없어요. 나름 선방하셨다니 다행이지만 많은 분들이 힘드실 거예요”라는 말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대화 내용을 계속 곱씹고 곱씹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차가운 농촌 산업의 현실과 수많은 실패의 원인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소수만이 농업을 통한 수익을 내고 있고, 단순한 수익을 넘어 새로운 사업과 새로운 농촌 문화를 만들어가지 못할까 등등을 말이지요. 이런 가운데 귀농인들이 놓치고 있는 큰 원인으로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들면 만사형통할 것이라는 생각 귀농한
[상상농부 이야기 12] 음식의 감초는 ‘양송이버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먹어본 버섯을 꼽아 본다면 아마도 양송이버섯을 들 수 있습니다. 고기와 곁들여 먹는 녀석으로 선택하거나, 스프를 좋아하는 분들은 고명으로 넣을 버섯으로 아주 다양한 곳에서 양송이버섯은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사실 이 양송이버섯은 다른 버섯들과 달리 외모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일단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에 몇 발자국 앞서 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양송이버섯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손길을 기다리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상상농부 이야기에서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양송이버섯’이 어떻게 재배되는지, 어떤 양송이버섯이 싱싱한지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나무가 아닌 퇴비 출신이에요 대부분의 버섯은 원목 나무나 톱밥을 재료로 만든 배지를 통해 재배합니다. 하지만 양송이는 독특하게도 푹푹 썩히고 썩혀서 만든 ‘퇴비’ 배지 출신이랍니다. ‘퇴비’라는 말 속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철저한 살균과정이 없다면 건강한 버섯을 재배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기에 나무를 이용한 버섯 배지와 달리 다소 복잡하고 더 정교한 과정 등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양송이 배지는
오래 기다린 건강한 땅의 힘, 농업을 넘어 미래 콘텐츠로! ‘그래도팜’ 원승현 대표 대학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 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청년은 2015년, 돌연 토마토 농사에 뛰어들게 됩니다. 토마토 농장에서 농업의 미래 콘텐츠를 발견해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그래도팜’의 원승현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만들어낸 가장 기본적인 철학과 가치 강원도 영월, 맑은 주천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산 아래 굽이진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각적인 주황빛 공간이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가고 싶게 하는 이곳은 토마토 농사와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고 있는‘그래도팜’의 복합문화공간입니다.‘그래도팜’은 1983년 설립 이래로 40년이 넘게“농민은 땅을 살리고, 살아 있는 땅은 농작물을 이롭게 키우며, 이롭게 자란 농작물은 사람을 건강하게 살린다.”는 철학을 바탕으로‘땅을 살리는 농사’를 짓고 있는 유기농 전문 농장입니다. 2015년 이직을 위해 잠시 쉬면서 부모님이 계신 영월 본가에 내려왔던 원승현 대표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브랜드’로서 부모님의 농업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님은‘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선함의 끝판 왕 딸기 재배를 위해 올 한해 제가 속해있는 충남대학교 영농창업사업단에서는 국내외 현장실습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그 가운데 여름에는 교수님 두 분과 저를 포함한 교육생 12명이 3주 동안 해외 선도농가 견학을 목적으로 네덜란드를 방문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대표적인 농업선진국으로, 네덜란드의 프리바 스마트팜 복합 환경제어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친숙할 뿐 아니라, 수업시간과 스마트팜 교육시간에 매번 시설이 크고 배울 점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네덜란드에 딱 도착했을 때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에 비해 거의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네덜란드는 대규모 시설재배를 하기에도 적합하고, 농업인 비율이 인구의 30%나 되어 국가차원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차원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과일과 채소들이 우리나라처럼 예쁘게 진열되어 있지 않고, 농가에서도 별다른 선별과정 없이 마트에 납품하기 때문에 적과나 적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것은 유럽 전반에 유기농에 대한 분위기가 확산
[상상농부 이야기 13] 송이버섯은 자연산 밖에 없어요!! 자연산 송이버섯 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나요? 진짜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버섯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기, 맛이라고 말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비싼 정도가 아닌 ‘너무 비싸다’라는 생각일 것입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수많은 버섯들 중 제법 높은 가격이 있는 녀석들(송화고, 참송이, 노루 궁뎅이, 동충하초 등)이 있음에도 ‘자연산 송이’라는 말 앞에는 다들 침묵하고 말지요. 그렇다면 송이버섯은 왜 자신만의 독특한 맛과 향의 특징을 가지고, 그렇게 비싼 가격대를 형성할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송이의 특징만 알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자연산 송이버섯은 진짜 자연산 밖에 없습니다. 송이버섯은 자연산만 있을까요? 아니면 인공 재배로 생산되는 녀석들도 있을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송이버섯은 자연산 밖에 없습니다. 자연산도 있고, 재배용도 있는 표고, 느타리 등의 버섯들과는 다릅니다. 가끔 자연산 송이버섯의 인공재배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오거나 송이버섯을 거의 닮은 버섯이 대량 재배 생산 가능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곤 하지만 송이버섯은 자연산 외에는 없습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