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육조거리, 서울시청사 지하 군기시터(軍器寺址) 문화유적을 직접 발굴한 고고학자 ‘박준범’을 만나다 12년 동안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를 발행하며 고고학자를 인터뷰 한 적은 없었습니다. 여름 땡볕이 수그러질 즈음, 설레는 마음으로 박준범 고고학자를 만나러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죠. 조선시대 광화문 육조거리 발굴현장을 직접 둘러본 후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비 때문에 발굴현장을 모두 덮어 보호해야 하니 아쉽게도 보지 못했습니다. 못내 서운한 마음을 뒤로하고 대신 현장에서 일하고 계신 고고학자 박준범 선생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드리려 합니다. 청소년 때 고고학자를 꿈꾸며 저는 원래 국사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순진하게 시골학교 선생님이 꿈이었죠.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하얀 실을 띄워놓고 유적을 발굴하는 장면을 보니 너무 멋있는 거예요. 결정적으로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이 “조선왕조실록도 번역이 다 되지 않았으니 역사에 관심이 있으면 전공을 해봐라”하는 말에 힘을 얻고 진로를 정했죠. ‘한창균’ 교수님과의 만남 저의 스승은 우리나라 처음 구석기 고고학을 하시고, 공주석장리를 발굴한 손보기 선생님의 제자인 한창균
[박준범의 종횡무진 고고(古考)한 이야기 (2)] 일제강점기 ‘서울 구(舊)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을 발견하다. ▲ 서울 구(舊) 양천수리조합 배수펌프장’처음 발견 했을 때 모습 조사와 발견과정 근대산업문화유산이란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장과 시설물을 말한다. ‘산업문화유산’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장의 굴뚝을 떠 올리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약간의 연배가 있는 분들은 우리가 산업화를 이룬 1960~1970년대의 사회상을 함께 떠 올리며,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방문 길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을 한없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에피소드를 생각해 낼지도 모르겠다. 공장은 산업시설 그 자체이니까?! 서양에서는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근대산업유산’은 공장의 굴뚝 이미지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제일 먼저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산업국가의 입지를 굳힌 영국에서 공장의 굴뚝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로 인해 도시가 오염되고, 산업화의 산물인 공장 굴뚝의 검은 연기가 영국 특유의 안개와 결합되어 스모그(smog = smoke + fog)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박준범의 종횡무진 고고(古考)한 이야기(1) ▲ 육조거리-1914년 경성부명세신지도 서울 광화문광장 조성거리 터파기 공사, 내 눈에 조선이 들어오다 서울은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역사의 시간과 공간을 담은 도시이다. 흔히 서울의 역사를 말할 때 한성백제부터 생각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이 도시에 사람들이 처음 살았던 연유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찾아 다녔던 유적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먼저 시대를 아주 내려와서 조선의 한양 육조거리 발굴 얘기부터 하겠다. 최근 서울시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을 위해 2019년 1월부터 발굴조사를 실시하여 2021년 5월에 완료한 세종문화회관과 정부종합청사 주변의 터에서 조선시대 육조를 비롯한 주요 관청터(삼군부, 중추부, 사헌부, 병조, 형조, 공조)와 관련시설 등이 발굴조사를 통해 새로이 확인되었다. 이는 문헌의 기록을 고고학이 증명한 아주 중요한 사례로 서울 고고학 연구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조사를 토대로 조선시대 육조거리 시간의 변화상을 쌓인 지층을 통해 살필 수 있었고, 이 토층을 기준으로 주변 유적을 조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참고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