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날에 훌쩍 자란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녀 사이로 오월의 훈풍이 날아들고, 벚꽃 잎이 눈부시게 흩날린다. 봄기운이 깃든 푸른 잔디 위를 사붓사붓 거닐며 나는 그의 환영을 따라간다. 생기 넘치던 젊은 날을 보내고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나의 아빠를…. 아빠는 따뜻한 사람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끼고, 가꿀 줄 아는 분이다. 시들시들하던 화초도 그의 손길이 닿으면 활력을 되찾고 푸른 잎을 틔웠다. 어린 시절 키우던 강아지가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던 것과 이끼 하나 없는 깨끗한 어항에서 물고기가 힘차게 헤엄쳐 다니며 종족수를 늘려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의 보살핌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강아지는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흔들며 자신이 받은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아빠에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해 본 적이 없다. 식물도, 동물도 전심을 다 해 돌보는 아빠가 자식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극진했을지 지금에 와서야 헤아려 보게 된다. 아빠는 두 딸이 자라는 내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결같은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4] 스티로폼 카빙 ‘영원한 생명력’을 불어 넣다 저처럼 푸드카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요? 푸드카빙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 않기에 농수산물 시장에 카빙용 재료를 구입하러 가면 상인 분들은 저를 보고 예술 하시는 분 오셨다고 합니다. 그나마 푸드카빙이 뭔지 아는 분들은 푸드카빙 전문가, 푸드아티스트, 식품조각가, 과일공예가, 식재료예술가 등으로 불러주시죠. 저는 다른 분들께 저를 소개 할 땐 ‘식재료에 생명을 불어 넣는 마술사!’로 소개한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술사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야채로 만든 작품들이 형태를 잃어가는 것이랍니다. 즉 작품이 상하면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오기에 과일은 바로 먹고 당근으로 만든 용이나 기타 작품들은 상하면 버린답니다. 카빙작품을 완성하는데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5시간 이상 걸려서 완성되는 작품들도 있는데 이렇게 빨리 없어지니 참 아쉽고 아깝습니다. 힘들게 만든 작품인데 좀 오래 두고 볼 수 있는 건 없을까? 왜 이런 생각을 안 했을까요? 당연 했습니다. 그래서 스티로폼을 사용해 스티로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