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당겨쓰지 않기
소원 당겨쓰지 않기 할머니께서 노란 박카스를 병뚜껑에 찰찰 담아 한 모금 주시면 그 맛이 황홀했다. 그러나 밥은 안 먹어도 박카스는 마셔야 하루를 견딘다는 아랫말 어느 과부의 중독 이야기가 소문 난 뒤로 박카스가 무서워졌다. 미래에 필요한 에너지를 당겨쓰다가는 어느 순간 내 발밑의 현재가 끝없이 지연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기도를 할 때면 미래에 얻을 결과를 미리 당겨 달라고 보채는 스스로에 놀란다. 아이들이 무탈하기를, 부모님이 건강하시기를, 사소한 오해로 맘고생하지 않기를,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를,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유지하기를, 거기까지라면 괜찮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자가 되기를, 당선이 되기를, 매력을 잃지 않기를! 그런저런 소원을 주워섬기다가 돌연 나의 바람이 과욕이구나 깨닫고 서둘러 멈춘다. 벌충이라도 하듯 평화, 통일, 민주주의, 지구환경을 언급한다. 사적인 소망보다 공적인 소망은 아무리 빌어도 민망하지 않으니까. 2023년이 다가온다. 학생들이 안분지족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이 생활하고 점수보다 배움에 관심을 가지고 매 순간 행복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빌어본다. 모두가 명문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거나 1등급이 우리 학교 애들만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