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로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결핍, 러시아의 결핍 1878년 봄, 차이코프스키는 스위스 제네바 호수 근교의 클라렌스(Clarens)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상처를 달래고자 머물고 있었습니다. 레망호수로 불리는 호수 건너편은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둘려있는 지역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죠.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있노라면, 이런 스위스의 풍경이 고스란히 상상이 됩니다. 이런 좋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고통스러운 결혼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애통과 슬픔이 절절히 바이올린의 카덴차에 담겨 호소를 하지요. 인생의 고통은 가끔 주위의 웅장한 대자연이나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승화하여 아름다운 작품으로 태어나곤 합니다. 그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기 바로 한 해 전인 1887년 7월 18일 안토니나 밀리우코바와 결혼했습니다. 그녀로부터 끊임없는 구애와 협박도 있었고, 자신에게 있었던 소문(동성애) 또한 잠재워야 하는 현실 때문이었죠. 하지만 결혼 생활은 석 달 만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가정교사인 파니 뒤르바흐(Fanny Dürbach)를 통해 프랑스어와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3] 완벽주의자들의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하여 세계적인 교향악단들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유명 음악가들의 평전을 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했던 음악가들이 많았다. 20세기 거장들의 음악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지휘자 ‘카라얀’인데, 그의 화려했던 예술 인생과 대비되는 또 하나의 인물은 ‘세르지우 첼리비다케’(Sergiu Cellibidache)이다. 첼리비다케는 카라얀과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활동하면서도 그와는 달리 철저히 상업성을 거부했던 음악가였다. 카라얀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상업화에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부와 명예를 함께 움켜쥔 화려한 음악 인생을 누린 반면 첼리비다케는 ‘지휘계의 기인 ’혹은‘이단자’로 불렸다. 토스카니니처럼 암보로 지휘하는 것은 기본이고 광적인 카리스마로 오케스트라를 휘어잡았다. 수십 번의 리허설을 통한 혹독한 연습으로 완벽을 추구했고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독설가로 유명한 첼리비다케는 다른 지휘자들을 거침없이 비판했다고 한다. 카라얀에 대해서 는‘젊은 음악가에게 심각한 독이 될 수 있는 본보기’라고 했고, 로린 마젤에 대해서는 ‘칸트를 읽는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2] Show must go on!! 예술, 정신을 위한 백신 공연장에 근무하다 보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직원 구내식당에 갔는데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의 주인공인 유명 배우가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든지, 야근 후 귀가 길에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소통중인 멋진 아이돌의 진솔한 모습을 본다든지, 늘 완벽한 연주복에 근엄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지휘자가 리허설에 캐주얼을 입고 있는 편한 모습을 본다든지… 일터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무료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보너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중의 하나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틀 동안 우리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주 다음날 출근길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전날 연주 후 악기 보관함과 개인용 트렁크가 백 스테이지에 도열해 있었습니다. 어느 연주자가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느라 바빴는지 연주 때 신었던 반짝이는 구두 한 짝이 트렁크 밑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살짝 사진에 담으며 전날 연주의 감동을 소환했습니다. 지금
24년 만에 개봉한이삿짐 속 추억의 공유 결국은 스타벅스에 앉아 추억에 젖다 변두리에 있는 집에서 시내 쪽으로 전철로 30분 가면 ‘싼 호아낀’역이 있다. 중간에 갈아타기 때문이지 실제로는 전철로 20분거리다. ‘San Joaquin’ 역에서 내리면 동쪽으로 카톨릭대학교가 있다. 정계진출을 하려면 반드시 필수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칠레대학교가 명실공히 칠레 최고의 공립대학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립 카톨릭대학교가 칠레대학교를 앞지르고 있다.(칠레에도 명문대학교의 순위가 있다) 카톨릭대학교의 정문 바로 맞은편엔 스타벅스가 있다. 칠레라는 나라는 확신하건데 의외로 건전한 내가 재밌게 지낼만한 꺼리가 없다. 고작 우리 동네의 염소까페 아니면 던킨도넛츠점, 아님 30분 떨어져 있는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커피 Americano 작은 사이즈의 값은 3800페소다. 칠레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한국의 최저임금의 3분의 1이기에 3800페소의 세배인 11400페소인 셈이다.(한국 돈으로 굳이 환산하자면 17100원) 이런 고급 커피숍이 카톨릭대학교 맞은편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카톨릭대학교의 위용, 그러니까 칠레의 빈부와 경제 전반에 걸친 사회구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