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3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사이에 극적으로 자기 성적을 끌어올린 학생들에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왜?’라는 질문이다. “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 그 이유들을 모아보면 무언가 보편적 원리를 찾아 이를 거꾸로 적용해 마음을 공부에 두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 이유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다양했다. “친구랑 내기를 해서요”, “엄마가 핸드폰을 바꿔주신다 해서요.”, “친구에게 지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요.”, “그냥 하다보니까 재밌어서요.” 내가 찾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만든, 뭔가 거창하고 이 한마디면 모든 친구들을 공부 쪽으로 시간을 쓰게끔 끌어올 수 있을 것 같은 정제된 ‘공부의 이유’는 따로 없었다. 모두가 아주 다양한, 개별적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많은 인터뷰 속에서 알게 된 학생들의 속마음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친구들의 그 과정 속에서의 비슷한 패턴 같은 것이 있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 첫째.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다만 그 ‘바람이 아이를 변화시키고 움직일 수 있게까지 자극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임소장의 공부 이야기 #4 공부하는 척, 잘 듣는 척, 대답하는 척 하는 영혼이 멈춘 아이들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나 상담 시간에 하는 첫 질문은 늘 “너 뭐 좋아하니?”이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흥미도 적성도 그 아이의 성향도 있다. 모든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진 않는다. 또 모든 아이가 축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논리적 사고를 잘하는 아이가 있고, 직관적 암기 능력이 좋은 아이가 있다. 눈썰미가 좋아 사람의 옷차림, 표정, 얼굴 등을 잘 기억하는 아이가 있고, 무덤덤한 성격으로 주위 환경 변화에 그리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주어진 일을 잘하는 아이가 있다. 20여 년이 넘게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학생의 흥미 안에 아이를 파악할 수 있는 많은 단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외향적 성격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운동, 게임을 좋아하고 자기 이야기하기를 즐겨한다. 하지만 반대로 자기 의견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친구들이 있다. 외향적 친구들은 사람들을 대하는 서비스업 등에 관련된 진로 주제를 잡아주고, 내성적이지만 크게 변화가 없고 꾸준한 친구들은 그에 어울리는 연구원 쪽의 진로를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5] 그 많던 천재들은 다 어디에 간 걸까?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백석과 김유정의 공통점은? 얼핏 생각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 두 편과 우리말 어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향토 작가들의 이름이라 답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쓸 때의 나이가 21세, 황동규 작가의 ‘즐거운 편지’는 고3때 짝사랑하던 옆집 누나를 떠올리며 쓴 시이다. 작가 김유정과 시인 윤동주는 모두 채 서른을 못 채우고 떠났지만, 그들의 이름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아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20세기 초를 수놓았던 이런 20대의 천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25년 첫 인구조사가 시행될 때 남한의 인구는 1,300만 명. 100여 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불어난 인구와 더 풍족하고 더 시스템화 된 우리 교육은 왜 더 이상 이런 천재들을 만들어 내지 못할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점수로 줄을 세우고 좋은 대학 입학이 곧 안정적인 직장과 취업으로 이어지던, 입시에 매몰된 지난날의 교육 환경에서 찾는다. 상담
[바다의 문법이야기 20]‘Per Aspera Ad Astra (역경을 넘어 별에 이르도록)’ 겨울 요트 여행기 (5) 새벽 5시, 배를 묶어둔 낚싯배에 인기척이 들려 잠을 깼다. 항구 안에는 아직 12월의 어둠이 가득, 미명도 느껴지지 않는다. 옆 낚싯배가 곧 출항을 할 것 같아 황급히 크루들을 깨우고 줄을 풀러 후진으로 요트를 뺐다. 깨자마자 잠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두꺼운 파카 하나만 걸치고 작은 항 안에서 출항하는 새벽 배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요트를 조종했다. 안크루는 서둘러 기름을 넣고 조크루는 출항 준비와 함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동이 트고 앞이 보여 드디어 출발이 가능하다. 모항항 입구 쪽에 암초가 있어서 암초를 피해 우회전 한 뒤 거리를 줄이려 섬에 붙어 전진한다. 파도는 어제보다 많이 줄어 마음이 편한데 물때가 문제다. 엔진을 3천 RPM까지 밀었는데 속도가 3.8노트. 2노트 가량의 조류가 배 전진 방향의 반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해가 질 때까지 목표하는 서해 갑문에 도착하기는 글렀다. 바람마저 정면에서 불어 세일도 쓸 수 없다. 이럴 땐 물때가 바뀔 때까지 인내하는 수밖에. 예측을 보니 정오쯤
[동남아 일주 요트 여행기] 랑카위에서 사바섬까지 #2 랑카위 공항에서 비행기에 내리니 탁 트인 평원과 특유의 더운 훈기가 이곳이 남쪽 섬임을 알려준다. 이 공항의 느낌을 어디서 느꼈었더라? 생각해 보니 4년 전 필리핀 팔라완 코론 섬 공항에서 보고 느꼈던 그 풍경들과 비슷하다. 이고 지고 온 짐을 다시 이고 지고 택시를 잡는데 한국 생활에 익숙한 크루들이 짐이 많아 택시가 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을 한다. “걱정마, 이곳은 한국이 아니야, 기사들이 어떻게든 실어주고 가니까 염려 붙들어 매셔!” 국산 소형차보다 좀 더 큰 택시를 그랩 앱으로 불렀다. 트렁크에 큰 가방 세 개가 가까스로 실리고 남은 짐들은 안고 탄다. 현지 시간으로 8시. 아직 선셋 후의 노을빛이 길게 남아 30분이 넘는 시간을 이동하며 랑카위를 ‘주마간산’(走馬看山) 으로 둘러본다. 평범한 남도 섬인데 차량들은 작은 일제 차들이 많고 도로가 깨끗하다. 중간중간 큰 마트들이 보이고 곳곳에 marine 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들이 여럿 보인다. KFC, 맥도날드, 스타벅스, 나이키 등 익숙한 다국적 간판들이 보이고 마리나에 가까워질수록 시골에서 점점 도회지 분위기로 바뀌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