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캘리그라피’를 그립니다. 아버지는 글자체가 아주 반듯했습니다. 누구나 잘 쓴다고 감탄을 했으니까요. 특별히 정성을 들여서 쓴 글씨가 아닌데도 글씨체는 힘이 있고 가지런했습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서 붓글씨나 펜글씨를 따로 배우지 않으셨는데 말이죠. 다만 늘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글씨를 쓰는 시간을 많이 가진 덕분에 좋은 필체를 가지게 된 듯 했습니다. 또 아버지는 좋은 필체로 손 편지를 자주 쓰기도 하셨죠. 가족과 친척들에게 가끔 편지를 보내곤 하셨습니다. 집을 떠나온 딸을 걱정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 주셨지만, 아버지의 편지에 직접 손 편지로 답장을 해 드린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전화로 편지를 잘 받았다고만 했던 적이 더 많았으니까요. 글로나 말로나 정성스런 답변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늦은 후회를 합니다. 아버지의 좋은 글씨체를 보면서 살아온 것이 내게는 글씨를 잘 써야 한다는 도전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씨를 반듯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글씨를 잘 쓰려면 붓글씨를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듯했습니다. 글씨체만 멋있는 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붓글씨를 배우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살았습니
나는야! 서예 영업사원 캘리그라퍼 ‘김도임’ 작가 어린 시절 유독 잡생각이 많았던 아이 저는 어렸을 때 너무 생각이 많아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아마 지금이라면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그런 의식이 별로 없었죠. 그냥 ‘나는 이런 애인가 보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엄마말로는 제가 어렸을 때 그림을 곧잘 그렸다고 해요. 바로 위의 언니는 그림을 그릴 때 선을 찔끔 찔금 그렸던 반면, 저는 과감하게 그렸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엄마도 미술학과를 가려고 했는데 외할아버지의 반대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셨어요. 엄마는 잡생각이 많은 저에게 도움이 되도록 피아노, 그림, 서예 등을 하게 하셨죠. 10살, 서예에 완전 빠지다 10살 때 즈음 서예학원을 처음 갔는데 이때 완전 서예에 빠져버렸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저였지만, 서예를 할 때는 잡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화선지에 먹이 번지고 글씨가 잘 써지지 않으니까요. 완전 글쓰기에만 집중을 해야 했는데,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된 것 같기도 해요. 피아노 학원도 같은 건물에 있었지만, 피아노는 30분 정도 뚱땅거리고 도망치듯 서예학원으로 달려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