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잃은 남편들’
‘아내 잃은 남편들’ 수필이 가장 읽기 쉽고 그 다음이 소설과 시 그리고 다음이 희곡이다. 희곡은 가장 읽기 어렵고 불친절하다. 등장인물과 무대 배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소품까지도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희곡을 읽다가 삼천포로 빠지기 쉽다. 《큰길에서》 안톤 체호프의 작품은 아내의 배신과 친척의 속임수로 대지주였던 ‘보르쏘프’가 선술집에서 보드카 한 잔을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장면을 쓸쓸하게 그리는 내용이다. 러시아 제정 말기 대지주는 새로운 역할로 이행해야 한다. 과거의 작은 길에서 벗어나 이제 큰길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보르쏘프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심을 베풀고 빚을 탕감해 준다. 그래서 자신보다 자신의 땅에 더 관심 많은 신붓감임을 알지 못한다. 그녀는 결혼식 날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몫 챙겨 읍내의 변호사 애인에게 달아나고 만다. 선술집에는 보르쏘프와 같은 전철을 밟은 사내가 또 있다. 도끼를 들고 다니는 ‘메리크’란 부랑자가 그러하다. 그는 측은지심을 발휘해 보르쏘프에게 누울 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보르쏘프는 보드카 한 잔이 마시고 싶어서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아내 사진이 든 보석함을 담보로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