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이나 이사 갈 때마다 싸매고 다녔던 대학교 전공책을 미련 없이 싹 다 버렸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언어들에 관심이 있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막상 언어를 전공으로 선택하니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져 즐겁게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시험에 대한 압박감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편히 자지 못하며 피 말리듯 했던 통번역 대학원 시험에 낙방을 하고서는 다시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실망시켰다는 자책감과 다시는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강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둔 저는 다시 빨리 일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갓난아이를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께 맡길 수 없는 상황이라, 몇 년간 육아에만 전념해야 했습니다. 결혼 초반 남편은 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해 자주 옮겨 저희의 생활은 매우 불안정했어요. 게다가 밤늦게까지 일을 하니 아이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저의 몫이었죠. 새벽마다 깨어 우는 아이를 홀로 달랠 때는 한 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