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노루발 (Chimaphila japonica)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열탕에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찾아오면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이 품종의 이름은‘매화노루발’이라 부릅니다. 전국의 나무숲 중에서 빛이 잘 들어오는 장소에 자라는 품종입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이 시기 즈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를 찾아 나서는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매화노루발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서 산속을 오랜 시간 걷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장소가 안면도의 바닷가 솔숲입니다. 전국적으로 솔숲을 살피면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안면도의 솔숲은 매화노루발이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모여 자라고 있기 때문에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인 듯합니다.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솔숲에 쪼그리고 앉아 매화노루발을 감상하다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게 꽃말 하나는 잘 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화노루발의 꽃말은‘소녀의 기도’입니다. 눈이 부시게 희게 피는 꽃은 다소곳하게 아래쪽을 보고 피어 있습니다. 마치 무엇인가 소원을 빌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무더위 피해 바닷가를 찾아간다면 솔숲을 조용히 살펴봐 주세요. 기도하는 소녀들의 모습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1] 초등4학년 하윤이, 푸드카빙 2관왕 석권!! 안녕하세요! 식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푸드카빙’명장 곽명숙입니다. 동그란 모양만 보면 카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박을 사들였던 초보 시절에서, 어느덧 카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그동안 만났던 제자들 중,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나이 어린 제자의 이야기로 첫 스토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하윤이와의 만남 언제 보아도 예의바르고 사랑스런 제자 하윤~~!! 하윤이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4학년, 군포청소년수련관에서 제가 꼬마요리사 수업을 할 때였어요. 하윤이는 수업하는 동안 결석이나 지각없이 출석하고, 수업 시간에도 잘 따라와 주었고, 매사 긍정적이며 인사를 잘하는 아이였어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학원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들을 가지고 가서 나누어 줄 때면 항상 받고 싶어 했습니다. 작품이 많으면 좋은데 3~4개 정도여서 공평하게 나누어 주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죠. 그런데 코로나 19가 찾아와 교육 기관들의 대면 수업이 전면 중지되었고, 군포청소년수련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생각났고, 때마침 겨울방학이라, 집에만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0] 꽃범의 꼬리 (Physostegia virginiana) 폭염으로 지치고 힘이 들고 거기에 더하여 기록적인 폭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름이지만, 이 힘들고 어려운 날이 며칠쯤 지나면 뜨거운 기온도 어느 정도 참아낼 수 있는 기온으로 바뀔 것입니다. 기온이 조금 바뀐 것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 틈엔가 하늘의 높이가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무렵이면 화단의 한쪽에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식물로 우리나라 야생화인 범꼬리와 닮았으나 꽃이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꽃범의 꼬리’라고 불리게 된 식물입니다. 이 품종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모종을 구해 화단 한쪽에 심어 두는 것으로 자리를 잡고 포기를 늘리며 여름이 지나갈 즈음이면 화려한 꽃을 피워주는 예쁜 꽃입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면 아래쪽부터 위로 순차적으로 피어나기 때문에 개화기도 긴 것이 특징입니다. 무더운 시기가 지나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꽃범의 꼬리의 화려함에 반한 것인지 벌과 나비들도 잔칫상을 벌여놓은 듯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범의 꼬리의 꽃말은 ‘추억’ 혹은 ‘젊은 날의 회상’이라고 합
9월의 허브이야기 ‘Rosemary’ 향도 건강에도 좋은 허브 로즈메리의 학명 ‘Rosmarinus’는 라틴어의 ‘ros+ marinus’의 합성어로 ‘바다의 이슬’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답니다. 로즈메리 꽃말의 어원은 ‘나를 기억해 주세요’이며 이는 로즈메리가 기억력에 좋은 허브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로즈메리 허브는 여러해살이풀로 1.5m에서 2m까지 자라며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스페인, 이탈리아이지만 현재는 여러 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하답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 야외에서 월동이 가능한 식물이지요. 로즈메리로 추출한 방향유(Essential oil)는 향도 좋고 건강에 좋아서 아로마요법에서 대표적인 에센셜오일로 사용됩니다. 로즈메리는 항산화, 진통, 방부, 세포재생 기능이 있고, 심리적 효과로는 기억력 자극, 심신의 균형을 조절해요. 또한 피부를 부드럽게 진정시켜주고 강한 수렴작용으로 늘어진 피부나 부종에 효능이 있답니다. 탈모, 모발강화, 치매, 류머티즘, 통풍, 생리통, 천식에 적용할 수 있으며, 뇌의 기능을 활성화해주어 집중력과 기억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대표적이지요. 로즈메리로 만든 화장수를 ‘헝가리 워터’라고 하는데 이 화장수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9] 스스로 만드는 행복의 기준 지난 6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우리는 약관 20세에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그의 기사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7월에는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필즈상을 39세의 수학자인 허준이 교수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발 빠르게 자기계발서를 준비 중인 출판사에서는 벌써 책 제목까지 정해 놓았다고 합니다. 《허준이처럼 수학하고, 임윤찬처럼 연주하라》. 예전에는 올림픽이나 콩쿨 기사를 보면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 누가 우승을 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었는데 이젠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는지, 곡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 수상소감은 무엇인지 등이 담겨있는 인터뷰와 기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고 1등도 좋고 우승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이 행복한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수상소감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바다의 문법이야기 18] 겨울 요트 여행기3 우여곡절을 겪으며 위도항에 있는 엘사호에 도착했다. 출발을 위해 배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이틀 전 불어 닥친 강풍으로 펜더들이 여럿 깨져 있고 풍향계도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예전 모아나호를 통영에서 가져올 때 이동 하루 전에 불어 닥친 태풍으로 제노아가 갈기갈기 찢어졌던 일들이 떠올랐다. 요트가 어촌의 임시 폰툰에 묶여 고생을 많이 한 듯하다. 전 선주와 필요한 서류들을 마무리하니 오전 10시가 훌쩍 넘어간다. 이제 운항이 가능한 시간은 7시간 남짓. 바삐 움직여 연료와 물 등을 확인하고 바로 배를 출발시켰다. 어항을 벗어나니 파도가 심상치 않다. 전날 풍랑주의보의 여파가 남았는지 파도가 1.5미터에서 2미터 가까이 올라오며 배가 밀려 오뚜기처럼 기우뚱거린다. 출항에 설레여하던 크루들의 표정을 살피니 벌써 멀미가 올라온 것이 보인다. 하나 둘 콕핏에서 버티던 크루들이 선실로 들어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오토파일럿이 고장 나 직접 휠을 잡고 배를 움직여야 하는 상황. 다행히 태평양을 함께 했던 강릉의 명물 헤밍웨이호 김명기 선장이 함께해 둘이 합을 맞춰 교대로 배를 조종한다. 예전에 필리핀 수빅을 향하던 마지막 밤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29]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조선시대 왕들 가운데 ‘군’이 들어간 세 왕이 있었다. 노산군, 연산군, 광해군이다. 노산군은 숙종 때 단종으로 복권되었다. 연산군과 광해군은 여전히 군으로 남아있다.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쫓겨났고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쫓겨났다. 반정(反正)은 ‘바르게 돌려놓다’는 뜻이다. 연산군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있던 박원종은 신수근을 찾아갔다. 박원종은 신수근과 장기를 두는 데 장기 알의 ‘궁(宮)’을 서로 바꿔 놓았다. 신수근에게 반정에 참여해 달라는 표시였다. 신수근은 연산군의 처남이다. 연산군의 부인 신씨는 신수근의 여동생이었다. 장차 연산군이 폐위되면 신씨도 폐비가 되고 신수근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 반정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원종은 왜 반정과 같은 일급비밀을 연산군의 처남이자 신씨의 오빠인 신수근에게 알려주고 같이 참여하자고 했을까. 실은 신수근은 박원종이 장차 왕으로 추대할 진성대군의 장인이기도 했다. 신수근의 딸 신씨는 반정이 성공하면 나중에 진성대군(중종)의 부인 곧 왕비가 될 상황이었다. 그래서 박원종은 왕의 장인이 될 신수근에게 반정을 알리고 자기편에 서달라고 한 것이다. 신수근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4] 노루귀(Hepatica asiatica)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나고 비가 내린다는 우수까지 지나면 긴 겨울도 서서히 물러갈 준비를 하는 시기가 됩니다. 거기에 더하여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도 지나면 깊은 산속의 계곡에도 봄이 찾아들고 차가운 계곡물도 졸졸졸 흐르기 시작하는 봄이 다가옵니다. 이 시기는 찬 기운이 계곡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작은 야생화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부지런히 산을 찾은 이들을 반겨줍니다. 이렇게 산속의 나무나 풀들은 푸른 새싹을 올리지 않았지만, 계곡의 시냇물이 흘러 습기 있는 산속에서는 노루귀가 꽃을 피우고, 이제 막 흘러가기 시작하는 계곡물 속에 비춘 태양을 즐기며 작은 꽃을 흔들거리며 피어납니다. 노루귀는 이른 봄의 꽃으로 잎이 나오기 전에 꽃부터 피는 야생화입니다. 산속 낙엽 덤불 사이에서 꽃만 올린 모습은 가녀린 느낌이 들지만, 얼마나 영리하고 영특한지 흐린 날이거나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며 닫아 버립니다. 그 이유는 추운 밤 날씨에 암술과 수술이 동해 피해를 입어 번식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잎을 닫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계절에 따라 꽃이 피는 것처럼 보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1] 라이따이한 사랑 ‘라이따이한’은 대한민국이 1964년부터 참전한 베트남 전쟁에서 대한민국 국군 병사와 현지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합니다. 한국군의 철수와 그 후의 남베트남 정부의 붕괴 속에서 라이따이한은 ‘적군의 아이’로 차별받았습니다. 단어 ‘라이따이한’에서 ‘라이’는 베트남에서 경멸의 의미를 포함한 ‘잡종’을 뜻하며, ‘따이한’은 ‘대한’을 베트남어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인간에 대한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간혹 그 속에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전쟁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다문화 사랑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다니는 토요학교에 한 베트남 여성이 13살 된 딸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딸아이는 베트남에서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고 입국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적응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적응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학교는 6학년이 아닌 5학년으로 하향편입을 했습니다. 곧 중학교에 들어갈 준비도 해야 했기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집중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2] 나라이름 ‘고려’와 영문표기 나라 이름 ‘고려’는 태조 왕건이 세운 나라의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Korea란 영문국호도 여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려란 나라 이름은 태조 왕건이 맨 처음 사용한 나라 이름이 아니다. 후삼국의 궁예가 먼저 사용한 나라 이름이다. 궁예는 처음 고려란 나라 이름으로 시작해서 이후 마진, 태봉으로 나라 이름을 바꾸었다. 그런데 궁예의 고려도 궁예가 처음 사용한 나라 이름이 아니었다. 고구려가 4~5세기 평양천도를 전후하여 나라 이름을 고구려에서 고려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호변경까지는 아니지만 4~5세기 고구려는 고려란 나라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고려란 나라 이름을 주로 사용했다. 정리하면 고구려가 고려로 나라 이름을 바꾼 이후 궁예와 왕건 모두 ‘고려’란 나라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또 Korea란 영문 국호의 유래도 왕건의 고려가 아닌 고구려의 고려까지 앞당길 수 있다. 현 한국사 교과서는 주몽, 궁예, 왕건이 세운 나라 이름을 고구려, 후고구려, 고려라 하고 있다. 일반 한국사 개설서도 마찬가지다. 현 고구려-후고구려- 고려로 이어지는 계승관계를 통해서는 고구려가 ‘고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