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라진 고조선의 건국연대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이 재단장하였습니다. 유물 교체도 있었고, 고구려실에 광개토태왕릉비 탁본도 새로 걸렸습니다. 구석기실은 미국인 병사 그렉보웬이 발견해 발굴된 연천 전곡리 유적지가 매우 강조되었습니다. 그렉보웬의 구석기 발견 모습을 재현한 사진도 걸어놓았죠. 다만 남한에서 최초로 구석기 유적을 발굴한 석장리 유적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쉬움을 넘어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예전 선사고대관 입구에 있었던 ‘한국사연표’가 사라진 것입니다. 한국사연표는 기원전 2,333년 고조선의 건국부터 1948년 대한민국정부수립까지 5천년 한국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매우 요긴한 연표였습니다. 더구나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박물관을 찾을 때 매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에 박물관에서 한국사연표가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고조선의 건국연대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고조선의 건국연대는 《삼국유사》, 《제왕운기》, 《동국통감》 등에 따르면 기원전 2,333년이라고 합니다. 이 연대는 곰에서 사람이 된 웅녀가 환웅과 결합하여 낳은 단군이 조선이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7] 원나라의 등장과 고조선, 일본의 등장과 대한제국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조선은 단군이 세운 조선을 말합니다. 대부분 이성계의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고’를 붙였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기자조선 또는 위만조선보다 앞서 세워졌다고 해서 ‘고’를 붙인 것입니다. 또 ‘古(고)’에는 오래되었다는 뜻 말고 ‘고전(古典)’이나 ‘상고주의(尙古主義)’의 ‘고’처럼 ‘이상적인’이란 의미도 갖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첫 나라이면서 이상적인 국가라는 의미의 ‘고조선’이란 나라 이름이 생기게 된 배경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송나라가 멸망하고 이민족인 몽골(원)이 새로운 중국의 주인으로 바뀌어 가는 시기였습니다. 고려의 입장에선 예전에 요나라와 금나라의 침략과 압력을 받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주인은 여전히 송나라였습니다. 따라서 한족의 송나라가 멸망하고 이민족의 몽골이 중국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은 지금까지 고려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답니다. 우리는 흔히 일연의 《삼국유사》가 몽골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편찬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언급하고 단군신화를 실은 이유도 원에 대한 저항정신을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