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영의 '시로 보는 마음' 2] 저는 시를 통해 잃어버린 슬픔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어른으로 살아내는 것이 버거워 눈물이 흐를 때가 있습니다. 삶의 무게가 힘들고 서글퍼질 때도 있지요. 소유했어야 할 가장 근원적인 것들마저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박탈감이 분노로 다가올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표현하는 게 참 어려워요. 왜냐하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상대도 그 마음을 받아줄 마땅한 자리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쌓여가는 독소들은 나를 태우고 타인을 태우며 모든 심리적 환경과 관계를 잿빛 세상으로 만들어 버리죠. 후에는 몸만 살아있지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고 느끼지 않는 무감각, 무감정으로 마음이 죽은 거나 다름없는 삶이 되어버립니다. 저는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픈 걸 말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슬픔을 되찾아 그 감정의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입니다. 시가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어요. 시를 읽다보면 자신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추는 시를 만나게 됩니다. 저는 《입술을 건너간 이름》의 저자 문성해 시인의 시를 읽었을 때 제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꼈어요. 그 시에 쓰여 진 시어에 내 마음이 반응하고 있
병원이 필요 없네 - 고경명 한 치 앞 모니터만 보다 울긋 솟은 치악산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목이 쭈~욱 늘어난다. “높을 곳을 바라보세요 그래야 거북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이 절로 실천된다. 탁 트인 강릉 바다를 바라보니 눈이 다 시원하다 고해상도 4K 모니터도 담아내지 못하는 이 청량함과 시원함 “멀리 봐야 시력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처~얼썩 하얀 가운 입은 파도가 바로 그! 명의(名醫)네. 아침마다 시달리던 복통에 소화제를 달고 살았던 나 “모든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죠. 너무 예민하시네요.” 단골 병원 의사 선생님도 없는데 싸~악 사라진 복통 시골에 오니 병원이 필요 없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항해 김송희 앉아 있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나는 짐을 싼다 머뭇거리다가 우왕좌왕하다가 안개가 가득한 바다 한 가운데서 나는 싼 짐을 들쳐 메고 침묵 속 착착 움직이는 영국해군에게 배워 새로 나타나는 거친 파도 미지의 항로라도 착착착 바로, 항해를 시작한다 나를 비추는 등대는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김영연 목숨의 담보 구명조끼 한 벌 호기심 반, 두려움 반 엉거주춤 바다로 떠밀려 간다 놀래킨 파도, 기를 쓰고 따라와도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무섭지 않은 노련한 조련사, 최고의 곡예사 ‘파도야 와라!’ 스릴 즐기는 주변의 함성 푸른 하늘 가른다 ‘파도야 가라!’ 붕~ 튕겨갈까 웅크린 절규 해저 속을 맴돈다 그래! 바다 한가운데니 어쩌랴! 끼룩끼룩 새들 따라 날아가 보자 저 아득한 수평선 신비 빠져보자 으르렁 바닷물에 손 내밀어 보자 덜커덩! 아뿔사, 어느새 모래사장 위 뱉어졌다 모래 속 감쪽같이 숨은 아쉬움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포옹 - 이향균 밝게 떠오르는 태양 당신의 빛은 냉랭한 나의 마음에 사랑이 샘솟게 하는군요. 나는 당신을 감싸 안고 싶습니다. 길가의 아카시아 나무 당신의 달콤한 향기는 혼란스러웠던 나의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는군요. 나는 당신을 감싸 안고 싶습니다. 거센 파도치는 대해(大海) 당신의 아우성 소리를 듣습니다. 배에 올라타니 나는 그제서야 내면의 구원을 얻습니다. 나는 당신을 감싸 안고 싶습니다. 생기발랄한 들판 당신의 품에 소와 양들이 노닐고 새싹들이 자라나네요. 들어보세요. 그들의 소곤거리는 어린 시절 이야기 소리를 나는 당신을 감싸 안고 싶습니다. 拥抱 - 李香均 冉冉升起的太阳。 你的光芒, 让我冰冷的心慢慢融化成爱。 我真想拥抱你啊。 路两边的杨槐。 你甜甜的香味, 让我凌乱的思绪慢慢平静。 我真想拥抱你啊。 波涛汹涌的大海。 我似乎听到了你的呐喊, 坐上船只, 让我的内心获得救赎。 我真想拥抱你啊。 生机勃勃的田野。 有牛羊的味道, 有小苗在生长, 听,我听见她们在私语。 诉说着童年的故事。 我真想拥抱你啊。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여름 향 첨가 사람들은 말한다. 여름의 향기는 다른 어떤 계절보다도 짙다고. 처음엔 땀 냄새 인 줄 알았다. 여름이 뭐가 좋다고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좋아하나 싶었다. 허나, 지금의 여름은 나에게 설렘의 향을 주는 계절이 되었다. 꿉꿉한 향이 날 때면 쏟아지는 장마에 뛰어들어 비와 한 몸이 되고 파도의 향이 날 때면 에메랄드 빛 바다에 몸을 맡기며 여유를 즐기고 열대야의 향은 별을 깨끗한 하늘 높이 휘영청 올려 준다. 오색빛깔 찬란한 향들이 나를 매혹하는 짙은 계절 여름, 이 계절은 뭐든 가능할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다. 나, 너, 우리 모두 여름의 향에 취해 있다. 이 향에 취해 안 좋을 게 뭐 있을까 즐겨라 적셔라 빠져라 청춘이면 이 여름에 여름 햇빛 속 청춘은 빛나고 있다. 그 여름 속 나는 빛나고 있을까 성복고 2학년 신준환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7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