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문방구 칠레수도 산티아고의 문방구는 손님의 대부분이 성인이다. 학생들이 학용품을 직접 사는 법이 거의 없고 대부분 부모들이 사다 준다. 거의 엄마들의 몫이다. 때문에 문방구의 분위기가 여성적이다. 물론 직원들도 여성들이다. 남자직원을 그간 네 명 써보았는데 그 중 딱 한 명만 훌륭했고 나머지는 근면, 성실 부분에서 죄다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웬만하면 남자직원을 뽑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여름방학 때 잠깐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남자직원들은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엄마들이 주로 고객이다 보니 수를 놓거나 꿰매거나 하는 반짇고리, 가정용 소품도 가져다 놓고 팔게 된다. 그러다 보니 문방구가 점점 부피가 커져 나날이 복잡해진다. 신기한 것은 가짓수가 많아지더라도 경력이 쌓여서인지 그닥 끔찍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리 끔찍하지는 않게 여겨지기까지가 22년이 걸렸지만 말이다. 회상 23년 전 칠레에 도착했다.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했다. 옷 장사를 해야 했지만 어렵겠다 싶어 선뜻 나서지 않았다. 교민의 대다수가 옷 장사를 했기 때문에 노하우를 전수 받으려면 옷 장사뿐이었는데 문제는 자금이 필요했다. 별 수 없어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했다. 나는 적응이 더뎌
우여곡절 4000km 유럽 출장기(3) 스위스가 유럽(EU)이 아니라고? 빌링앤 슈베닝엔은 두 도시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하나의 지역이었습니다. 숙소로 묵었던 곳은 옛 성채가 그대로 있어 옛 도시의 느낌이 살아있는 지역이었죠. 아무래도 이탈리아와 가까운 독일남부라 그런지 로마 카톨릭 성당이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골이 자동차 부품으로 유명한 동네라고 합니다. 업체명만 말하면 모두가 아는 그런 업체들의 지사가 있고요. 그래서 연간 몇 번씩 자동차 엔진 부품, 전장 부품 등에 관한 전시회가 열리는 지역이라고 합니다. 저희 독일 엔지니어가 자동차 분야 일도 겸하고 있다 보니 이런 시골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죠. 시내를 둘러볼 시간도 없이 바로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가기 위해 독일 엔지니어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거의 650km 정도를 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의 사무실 쪽으로 달리다 보니,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산지로 들어가는데 마치 한국의 강원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질적이지 않았죠. 오늘은 며칠 동안 고생한 사장님과 저를 대신해 독일 엔지니어가 우선 베네치아까지 운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휴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고등학교 시절, 방학이 다가오는 어느 여름날 엄마에게 여름휴가에 대해 물었다. 엄마는 휴가라는 단어가 애초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래서 더 자세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재차 물었다. 괜히 물어보았다. 휴가 같은 소리 한다는 핀잔만 들었다. 같은 반 친구 주연이가 강릉으로 여름휴가를 간다면서 나에게 “경혜, 너는 어디 가?” 라고 물은 것이 화근이었다. “글쎄…” 라며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과연 우리가 여름휴가라는 걸 간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나이로 약간의 눈치는 있었던지라 천진난만하게 계속 묻지는 못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말했던 건데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나니 약간 서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하지만 더 조르지는 못했다. 놀러 갈 형편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그때 아빠는 농부이면서 목수였다. 농부가 쉴 때는 목수로 일했고, 목수 일이 없을 때는 농사를 지었다. 시간의 빈틈없이 사는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농부의 아내이자 목수의 아내였으니 바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니 애들 데리고 놀러 갈 틈이 있을 리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했으니
[동남아 일주 요트 여행기] 랑카위에서 사바섬까지 #1 여행을 위해 오랜만에 여권을 열어보니 2020년 필리핀 세일링 이후의 출입국 도장이 보이지 않는다. 3년만의 해외 요트 트립인데 마음은 해외여행 특유의 설레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유럽에서 50피트 배를 사서 이송 중인, 홀로 인도양을 건너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을 김선장을 위한 정신적, 물질적 응원의 목적이 첫 번째. 아직 장거리 해외 요트 트립 경험이 없는 요트 클럽의 안선장, 조선장에게 장거리 요트 트립의 경험을 주는 것이 두 번째. 개인적으로 적도 근방의 낮은 위도권의 뜨거운 바다에서 세일링 경험을 갖는 것이 세 번째 이번 트립의 이유 정도 될 것 같다. 안선장, 조선장 모두 연구원이자 회사원으로 시간을 쪼개 쓰며 바쁜 일상을 지내고 있는 한국인들이라 2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짬을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여러 요트 모험들로 손발을 함께 맞추고 있는‘찐’크루들이라 함께 하는 여정이 기대된다. 20kg을 넘지 않게 가방에 꾹꾹!! 쿠알라룸푸르 비행기 출국 이틀 전. 짐을 준비하는데 우리가 비행기에 가져갈 수 있는 물품은 인당 20킬로, 세 명이 60킬로가 제한이다. 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