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3] 변산바람꽃 (Eranthis pinnatifida) 찬바람 불어오는 깊은 겨울입니다. 벽에 붙어 있던 한 장짜리 달력은 어느 순간 두툼한 12장짜리 새 달력으로 바뀌어있습니다. 해가 바뀐 깊은 겨울 속에서 약간의 온기를 느낄 무렵이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기저기로 꽃소식을 물어보며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산속에 겨울이 두껍게 자리 잡은 1월이 지나갈 즈음이면 이미 겨울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 부안에서 발견하여 이름을 지었다는 ‘변산바람꽃’이 그것입니다. 겨울이 지나가지도 않은 시기에 약간의 온기를 느끼는 이른 시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긴 기다림을 겪은 이후에 세상에 그 모습을 알린 기특한 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변산바람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차가운 산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흔들거리는 을씨년스러운 시기이지만 야생화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떠나 보세요. 변산바람꽃이라 해서 변산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남부와 중부지방에서도 수소문을 하면 자생지를 알 수 있고 자생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햇빛을 바라
빚져도 사는 나라, 빚지면 죽는 나라 2020년 6월호 기사 ‘정부재난지원금 어떻게 생각하세요? 받아야 하나요? 어떻게 써야 하나요?’에서는 노력하지 않아도 정부에서 주는 돈, 정부재난지원금이 개인적 차원에서의 빚이라면, 이번호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빚에 대한 내용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나라들마다 대책에 분주합니다. 방역을 하고 정부재난지원금을 나눠줍니다. 부도에 직면한 기업들에도 대출을 해줍니다. 그런데 그게 다 돈이 드는 일입니다. 코로나 사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 돈들은 십중팔구 새로운 빚으로 쌓입니다. 정부가 돈을 쓰느라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가 되고요. 이 돈으로 기업을 지원하면 기업의 빚이 불어납니다. 기존의 부채가 별로 없는 상태라면 GDP의 몇 십 퍼센트가 늘어나더라도 견딜만 하죠. 하지만 기존 부채가 이미 많이 쌓여 있는 상태입니다. 그 위에 예상치 않은 코로나 부채가 얹어져 상당히 불어났습니다. 2020년의 부채 통계가 아직 나와 있지는 않지만 올해 말쯤 되면 부채가 엄청나게 불어 있을 겁니다. 월드뱅크가 2019년 12월에 세계의 부채 상황에 대해서 <글로벌 부채의 파도, 원인과 결과>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김원천의 건축이야기 3] 도시의 방, 7평 한옥 이야기 - 도시는 서로 의지해 살며 함께 지어가는 집이다. 2023년 새해, 첫 소개할 내용은 도시의 변화로 10년간 버려졌던 7평 한옥 이야기다. 도시는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모여 살기위해 생겨났다. 특히 현대도시는 소비를 통해 가치를 교환하면서 개인을 표현하고 부를 축적해 왔다. 소유해도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력이지만 쓰레기도 함께 생산하는 이유가 되었다. 특히 새 집에 살고 싶어 옛 것을 파괴하는 도심재개발은 욕망의 끝판 왕이다. 이런 불행한 흐름 속에서 오래된 도심임에도 역사경관을 유지해온 동네가 있다. 경복궁의 서측에 위치해 흔히 ‘서촌’이라 부르는 마을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한옥이 밀집해있다. 서촌한옥은 옛길을 따라 나뉜 크고 작은 땅과 그 모양에 맞춰 30평부터 10평까지 면적과 형태가 다양하다. 이렇게 옛 마을인 서촌이 살아남은 것은 문화재인 경복궁과 사직단 사이에 있어 재개발이 쉽지 않았고 여전히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서 오래된 주거로서 한옥과 주택이 남겨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에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3] 12월의 허브이야기 캐모마일 [Anthemis Noblilis] 캐모마일(Chamomile)은 지중해에서 2000년 넘도록 사용되었던 허브입니다.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앙증맞은 꽃을 피우는 캐모마일은 그 향이 국화 향과 친숙하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고대의 역사와 함께할 정도로 유럽 전 지역에 퍼져있죠. 캐모마일의 향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 향이 난다고 하여 ‘땅의 사과’라는 희랍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작은 사과의 뜻인 ‘만자닐라(Manzanilla)’라고 부르고, 17세기 식물학자 니콜라이 칼페머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성한 것으로 여겨 태양의 신 ‘라’에게 바쳤으며, 고대 이집트의 승려들은 신경질환에 이 허브를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색슨족은 이것을 9개의 신성한 허브 중에 하나로 숭배하고 ‘마우덴(Mauthen)’이라 불렀습니다. 캐모마일은 로만 캐모마일과 저먼 캐모마일 두 종류의 에센셜오일이 있는데 로만 캐모마일은 옆에 있는 다른 식물을 건강하게 보살핀다고 하여 ‘식물의 의사’라는 별명이 붙었고, 저먼 캐모마일은 꽃은 데이지와 비슷한 작은 백색으로 로만보다 더 강력한 항염
[최승호의 에너지와 환경 12] 한국형 발사체와 우주개발 나로호(KSLV-1)와의 인연 2010년 6월 어느 날, 남해의 서쪽 끝 완도에서 시작한 ‘남해안 자전거라이딩’은 절정으로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해남에서 완도, 장흥과 보성을 지나 더 달리고 싶었으나, 시간상 고흥에서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고흥 팔영산 캠핑장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외나로도 쪽으로 자전거를 달렸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고흥에 도착한 날이 바로 나로호(KSLV-1, Korea Space Launch Vehicle)를 발사하는 날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발사 전 외나로도는 이미 통제를 하고 있어서 갈 수 없었고, 내나로도까지 라이딩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로호에 이상이 있어 발사시간이 다음날로 연기되었습니다. 다음날은 짐을 꾸려 차에 짐을 싣고 좋은 위치에서 발사를 기다렸으나 해당 발사시간에서는 불발되었습니다. 저와 나로호와의 인연이 있다면 이렇습니다. 이 발사가 아마 두 번째 나로호 발사였던 것 같습니다. 2009년 1차 발사는 노즈페어링 분리 실패 및 궤도 진입 실패를 하였고, 2010년 6월 9일 발사는 긴급취소, 6월 10일은 저희가 기다렸던 시간에서 또 연기되어 저희가 현장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9] 동남아 가사도우미로 돌봄 인력 숨통 열 수 있을까요? 0.78명까지 추락한 출산율에 나라의 미래가 있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 대책으로 강력하게 검토되는 제도가 있답니다. 바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입니다. 한국의 맞벌이 가구의 비중은 약 46.3%로 늘어나는 주거비, 교육비 등으로 인해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통계청(2021)에 따르면 외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3만 원,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61만 원인데 이러한 소득격차로 맞벌이 비중은 역대 최대 수준이 되었습니다. 맞벌이 가구의 육아는 많은 경우 양가 부모님의 헌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될수록 극한의 육아 환경과 맞닥뜨리게 되므로 맞벌이 가구에서의 둘째 출산은 엄두도 못 내게 됩니다. 돌봐주실 부모님들께 허락을 받아야 낳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한국인과 중국동포에게만 허용된 가사도우미, 동남아 출신에게도 허용 아시아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답니다. 홍콩에만 37만 명의 상주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있는데 월급은 평균 74만 원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10] 7월의 허브이야기 ‘주니퍼베리’(Juniper berry) Juniper라는 영어 이름은 ‘어린 장과’를 의미하는 라틴어 juniore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장과’는 많은 씨가 들어 있는 어린 열매, 과피가 다육질인 열매를 뜻합니다. 한국에서는 노간주나무 열매라고 합니다. 이 나무는 수천 년 전부터 전염병 확산방지와 종교적 의식을 목적으로 집과 장례식에서 태웠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사용했고 정신과 육체를 정화시키기 위해 이 향을 피웠으며, 중세에는 마귀, 질병 독을 가진 해충들을 퇴치한다고 여겨져 각 집의 입구 쪽에 심기도 했습니다. 주로 악마들의 눈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데 이용되었습니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천연두의 전염을 막기 위해 로즈메리와 함께 태웠으며 콜레라, 장티푸스, 페스트 등의 예방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17세기에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인 프란시스퀴스 실비우스(Dr. Franciscus Sylvius)가 피를 깨끗하게 해준다고 해서 두 번 증류한 그레인 알코올과 쥬니퍼베리를 섞어 만든 주니에브르(Genièvre)란 술을 선보였는데, 당시 네덜란드를 점령 중이던 영국의 병사들에게 특히 이 술의
[세계속의 한국인] 나만의 대만 살이! (3) 대만 한인 100년 역사에 한 페이지를 메우자! 대만과 한국의 100여 년 관계 속의 한인사회 혹자에 의하면 대만 한인 역사가 100년이라고 합니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지나간 역사에서 미래의 발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 번영의 궁극적 목적은 현재의 형태보다 나아가 발전하고 진화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한국이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고 대만과 단교를 한 이후의 한인사회는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아니 마음과 몸에서부터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과 대만 관계에서 100년 전 일본 식민지 시대 장개석(쟝제스)정권이 중국 상해에 한국의 독립 운동가들을 숨겨주고 총기 훈련과 자금 지원을 일부 해주기도 했습니다. 광복 후 박정희 정권 때 대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물심양면 도움이 컸지요. 그런 도움을 주고받은 관계였기 때문에 단교는 서로에게 더욱 큰 아픔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한국 측에서는 국제적 단교 절차를 정확하게 이행했다고 했으나 충분한 상의와 협의 절차를 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대만 측의 배려 받지 못한 서운함이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대만에는 여러 한인 단체가 있습니다. 보편적 외국처럼
[조경철의 한국사칼럼 37] 원나라의 등장과 고조선, 일본의 등장과 대한제국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조선은 단군이 세운 조선을 말합니다. 대부분 이성계의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고’를 붙였다고 알고 있지만 실은 기자조선 또는 위만조선보다 앞서 세워졌다고 해서 ‘고’를 붙인 것입니다. 또 ‘古(고)’에는 오래되었다는 뜻 말고 ‘고전(古典)’이나 ‘상고주의(尙古主義)’의 ‘고’처럼 ‘이상적인’이란 의미도 갖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의 첫 나라이면서 이상적인 국가라는 의미의 ‘고조선’이란 나라 이름이 생기게 된 배경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송나라가 멸망하고 이민족인 몽골(원)이 새로운 중국의 주인으로 바뀌어 가는 시기였습니다. 고려의 입장에선 예전에 요나라와 금나라의 침략과 압력을 받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주인은 여전히 송나라였습니다. 따라서 한족의 송나라가 멸망하고 이민족의 몽골이 중국을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적 상황은 지금까지 고려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답니다. 우리는 흔히 일연의 《삼국유사》가 몽골의 침략에 저항하기 위해 편찬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언급하고 단군신화를 실은 이유도 원에 대한 저항정신을 고
꽃들의 이야기 속에서 역사의 현실을 생각해보다 by 도라 폐야체비치(Dora Pejačević)의 Blumenleben(꽃들의 인생) Op. 19(1904~1905) 중 NO.2‘Veilchen’(제비꽃) < 지난 달 초 황금연휴기간을 이용해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의 열성 후원자 여러분들과 함께 4박 5일로 ‘표현훈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표현훈련’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에서 10년이 넘게 해마다 봄, 가을에 정기적으로 해온 프로그램으로 금번에는 한국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 중에 하나인 양양군 현북면에 위치한 ‘푸른하늘은하수팬션’에서 시간을 가졌는데, 앞으로는 동해바다를, 뒤로는 태백산맥을 두고 있는 환상적인 장소였습니다. 이전에도 몇 번 소개드렸듯이 ‘표현훈련’은 1) 마음에서부터 출발해, 2)생각하고 3)표현하고 그것을 4)행동으로 옮기는 인간 활동의 단계들 속에 세 번째인, ‘표현’을 어떻게 자유롭고 풍성하며 창조적으로 할 것인지 다양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큰 주제로, 시(문학)를 짓고, 자화상(미술)을 그리며, 클래식 곡(음악)을 선정해 비평, 해설하는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