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백배 즐기기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던 월드컵은 끝났습니다. 이제 야구이야기 좀 해볼까요?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3년,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제가 잠실야구장의 티켓부스에서 일일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티켓 판매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티켓부스 밖에는 잠자리채와 뜰채 등 온갖 장비를 갖춘 아저씨들이 줄을 서 있었고, 티켓 예매 시작 후 너도나도 외야석 자리를 예매하려고 난리여서 외야석은 금방 매진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벤트로 외야석에 당첨되어서 온 사람들에게 외야석이 매진이라 티켓값이 조금 더 비싼 내야석으로 티켓을 발권해주었더니 절대 안 된다며 외야석 자리를 달라고 아우성치느라 티켓부스는 도떼기시장 같았습니다. 저는 나중에야 그날 잠실야구장에서의 경기가 이승엽선수가 홈런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는 역사적 현장이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KBO의 전설 국민타자 이승엽선수에게도 무관심했던 제가 kt위즈의 팬이 된지도 어언 7년이 흘렀습니다. 2015년, 집 가까운 수원에 kt위즈가 야구를 시작하면서 처음 야구장을 가보았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던 우렁찬 응원소리가 야구장의 첫인상이었죠. 그런데 3루 응원석에
지금 칠레는 찜찐다 4일전 칠레 산티아고시의 기온은 37도로 엄청 더웠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은 한 달 뒤이니 그만큼 깜짝 놀랄 기온이었다. 기상학자들이 예측하기로는 40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40도라는 기온 40도… 섭씨 40도의 기온을 피부로 직접 느껴본 곳은 18년 전 브라질의 이구아수 공항에서였는데 습도 높은 기후에다가 푹푹 찌는 열기가 코로 들어올 때 호흡곤란의 지경이었다. 아무튼지 간에 사람 못살 곳이 이구아수구나~ 했지만 집집마다 냉방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별일 없이 잘들 사는 분위기였다. 요즘은 냉방시설에 어떤 가스를 쓰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만 해도 모든 냉방기구엔 아르곤 가스를 썼을 때였다. Argon 가스가 지구온난화에 한 몫 한다는 말을 들었으니 더워서 부채질, 선풍기, 에어컨으로 진화한 것에 대해 인간의 지혜를 마냥 높일 수만은 없게 되었다. 우리 동네는 남의 나라 말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칠레 우리 동네상황으로 보자면, 난리가 아니다. 물난리 말이다. 각 지역 자치단체들은 나날이 줄어가는 물 자원 확보에 골치를 앓고 있다. 우리 동네는 다행히도 안데스산맥에서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을 잘 정수시켜 공급하고 있다. 물론 물을 가둬 놓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6] 제4차 외국인 기본정책에 기대하는 바 유래 없던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는 국제적인 이민 규모의 급감과 함께 국제물류 또한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가와 환율을 상승시키며 세계적인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에너지 위기까지 초래했지요. 한국도 금리 인상, 주식 하락, 부동산 하락 등과 함께 불어닥친 국내 경제 위기로 인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유입되어야 할 외국인력이 들어오지 못하자 국내 체류 만기자와 가족방문동거로 체류하고 있던 외국인들에게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한시적으로 계절 근로를 허용하는 등의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답니다. 이러한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인구 부족으로 지역소멸의 위기마저 거론되자 인구문제 해결 및 인력난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인구문제와 노동 수급을 해결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패를 거듭하는 출산장려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이민자를 언제, 얼마나, 어디에 받아들일 것인지에 관한 유입정책을 잘 수립해야 하는데, 잘 세운 이민정책이 그 해법을 줄 수도 있
[향을 전하는 허브스토리 4]1월의 허브이야기 (Lavender) 라벤더 라벤더의 어원은 ‘Lavare’라틴어로 ‘씻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라벤더의 향기는 ‘청결’, ‘순결’의 상징으로 기독교의 설에 의하면 원래는 향기가 없는 식물이었으나 성모마리아가 라벤더 꽃 덤불 위에 아기예수의 속옷을 널어 말린 후 향기가 생겨났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벤더오일을 ‘성모오일’이라 칭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라벤더 어원은‘씻어내린다’는 의미로 어머니 오일이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래로 유럽에서는 라벤더 꽃 덤불위에 빨래를 널어 말려서 그 향기가 옷에 스미게 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라벤더향이 살균 방충효과가 있어서 활용되었던 지혜라고 여겨집니다. 라벤더 에센셜오일(Essential oil)의 발견은 920년대 프랑스의 화학자이자 아로마 테라피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 (René-Maurice Gattefossé)가 실험실 사고로 손에 화상을 입었을 때, 라벤더 오일이 담긴 통에 손을 넣었는데 피부가 덧나지 않고 빠른 치유를 경험했고, 이후 가트포세는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심층적으로 하여《The Practice A
‘한·일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을 소개합니다’ 30여 년 전에 일본 동경에서 1년 반을 지낸 적이 있다. 그때도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내 외모가 일본 본토 사람처럼 보였던 것인지 의심하지 않고 묻길래 당황을 했다. “저는 일본 사람이 아니어서 길을 잘 모릅니다”라고 말하며 뒤로 물러서곤 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끔 일본 사람으로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일본 사람인데 한국말을 잘해요?”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나의 한국말 발음이 서툰 것인지? 진짜로 외모가 일본 사람처럼 생겼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런저런 연유로 일본 사람하고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 이유가 많았다. 일본에서 잠시 살았던 인연으로 일본 사람을 만나면 괜히 반가워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더 친절을 베풀고 싶어지기도 한다. 작년 외교부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2022 ‘한일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을 소개합니다.’ 공모전에 응모를 했는데 상을 받게 되었다. 공모전 소식을 듣고, 떠오르는 일본 친구들이 많았다. 서울 종로에서 10여 년간 한옥게스트하우스인 유진하우스를 운영해 왔기 때문에, 해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일본 사
44세, ‘취업 필살기’ 안녕하세요? 저는 44세 나이로 다시 새롭게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막연하게 30세까지 뭐든 열심히 준비하고, 그 이후로는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일을 하며 살아가면 되겠지 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좁은 사고였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저의 성격상 도전하는 일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가 44세가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으니… 첫 번째 저의 직업은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성향을 따라 찾았던 일이었죠. 대학원에서 중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그 당시 정부에서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기 위해 예체능을 비롯한 다양한 과목을 학교의 공간과 제반시설을 이용한다는 방과 후 학교 운영 취지에 감명을 받았죠. 졸업 후 근 10년 가까이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 중학교, 다문화 학교 등에서 중국어 수업을 연구, 개발하며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새로운 수업모델을 개발하며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잘 따라오는 모습에 보람되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히 언어만을 가르치는 것에 한계도 느꼈습니다. 중국어를 열심히 배워 보겠다고 했던 친구가 범죄와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3] 첫 회 프랑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푸드카빙 국가대표 지도자로 새해를 열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2월 중순 이라니… 참~ 세월은 유수 같다는 말을 공감하게 된다.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스스로에게 가장 잘하고 의미 있게 한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청소년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 한 것이다.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각 시 도의 청소년 유관기관과 교육부에서 관내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푸드카빙전문가로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푸드카빙은 무엇인지, 푸드카빙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푸드카빙 전문가로서 진로와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이 있는가를 재밌게 설명했다. 그리고 간단한 실습을 통해 푸드카빙 전문가의 직업을 체험 해 볼 수 있게 하면서 단순 희망 고문이 아닌,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얼마든지 노력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소망과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 주고자 많은 애를 썼다. 그 동안 여러 학생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3] 변산바람꽃 (Eranthis pinnatifida) 찬바람 불어오는 깊은 겨울입니다. 벽에 붙어 있던 한 장짜리 달력은 어느 순간 두툼한 12장짜리 새 달력으로 바뀌어있습니다. 해가 바뀐 깊은 겨울 속에서 약간의 온기를 느낄 무렵이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써 여기저기로 꽃소식을 물어보며 연락을 취하게 됩니다. 산속에 겨울이 두껍게 자리 잡은 1월이 지나갈 즈음이면 이미 겨울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야생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북 부안에서 발견하여 이름을 지었다는 ‘변산바람꽃’이 그것입니다. 겨울이 지나가지도 않은 시기에 약간의 온기를 느끼는 이른 시기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긴 기다림을 겪은 이후에 세상에 그 모습을 알린 기특한 꽃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변산바람꽃의 꽃말은 ‘기다림’입니다. 차가운 산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흔들거리는 을씨년스러운 시기이지만 야생화를 만나고 싶은 분들은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떠나 보세요. 변산바람꽃이라 해서 변산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고 남부와 중부지방에서도 수소문을 하면 자생지를 알 수 있고 자생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햇빛을 바라
빚져도 사는 나라, 빚지면 죽는 나라 2020년 6월호 기사 ‘정부재난지원금 어떻게 생각하세요? 받아야 하나요? 어떻게 써야 하나요?’에서는 노력하지 않아도 정부에서 주는 돈, 정부재난지원금이 개인적 차원에서의 빚이라면, 이번호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빚에 대한 내용입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나라들마다 대책에 분주합니다. 방역을 하고 정부재난지원금을 나눠줍니다. 부도에 직면한 기업들에도 대출을 해줍니다. 그런데 그게 다 돈이 드는 일입니다. 코로나 사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 돈들은 십중팔구 새로운 빚으로 쌓입니다. 정부가 돈을 쓰느라 국채를 발행하면 국가채무가 되고요. 이 돈으로 기업을 지원하면 기업의 빚이 불어납니다. 기존의 부채가 별로 없는 상태라면 GDP의 몇 십 퍼센트가 늘어나더라도 견딜만 하죠. 하지만 기존 부채가 이미 많이 쌓여 있는 상태입니다. 그 위에 예상치 않은 코로나 부채가 얹어져 상당히 불어났습니다. 2020년의 부채 통계가 아직 나와 있지는 않지만 올해 말쯤 되면 부채가 엄청나게 불어 있을 겁니다. 월드뱅크가 2019년 12월에 세계의 부채 상황에 대해서 <글로벌 부채의 파도, 원인과 결과>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김원천의 건축이야기 3] 도시의 방, 7평 한옥 이야기 - 도시는 서로 의지해 살며 함께 지어가는 집이다. 2023년 새해, 첫 소개할 내용은 도시의 변화로 10년간 버려졌던 7평 한옥 이야기다. 도시는 이웃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모여 살기위해 생겨났다. 특히 현대도시는 소비를 통해 가치를 교환하면서 개인을 표현하고 부를 축적해 왔다. 소유해도 만족을 모르고 끊임없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문명을 발전시키는 동력이지만 쓰레기도 함께 생산하는 이유가 되었다. 특히 새 집에 살고 싶어 옛 것을 파괴하는 도심재개발은 욕망의 끝판 왕이다. 이런 불행한 흐름 속에서 오래된 도심임에도 역사경관을 유지해온 동네가 있다. 경복궁의 서측에 위치해 흔히 ‘서촌’이라 부르는 마을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한옥이 밀집해있다. 서촌한옥은 옛길을 따라 나뉜 크고 작은 땅과 그 모양에 맞춰 30평부터 10평까지 면적과 형태가 다양하다. 이렇게 옛 마을인 서촌이 살아남은 것은 문화재인 경복궁과 사직단 사이에 있어 재개발이 쉽지 않았고 여전히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서 오래된 주거로서 한옥과 주택이 남겨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근대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