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오는 아침 흰 눈 내리는 아침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소복 소복 땅 위에 쌓인다 세상을 하얗게 덮어 버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은 금세라도 세상의 아름답고 추한 것 더럽고 모난 것들을 다 덮어 버린다 흰 눈처럼 세상에 추한 것, 더러운 것 모난 것, 모든 것 덮어주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넓은 가슴으로 덮어주며 살고 싶다 이 아침 하늘에서 흰 눈은 소리 없이 한없이 내린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60호>에 실려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이제는 입지 말고, 내가 명품이 되자 며칠 전 경복궁에서 열린 럭셔리 브랜드 구찌가 패션쇼 이후 인근 건물에서 늦은 밤까지 음악 소음과 현란한 조명을 외부로 쏘아대는 파티를 열어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인근 주택가의 주민들이 잠을 자지 못하여 신고한 건수가 무려 52건이나 접수되고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브랜드는 명품일지 몰라도 자기들만의 파티로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독단적이고 오만한 태도는 너무나 저급이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루이비통이 서울 잠수교 밑에서 패션쇼를 열며 24시간 차량과 자전거, 도보이용을 통제하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렇게 작은 나라인 한국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들어와 패션쇼를 열며, 최근 들어 열렬히 한국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을까요? 이유는 최근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K팝, K컬처 등 한류의 영향이 아시아권을 넘어 글로벌 전역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K컬처와 패션쇼를 어떻게든 연관시키려고 애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 연예인들을 동원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SNS를 통해 사람들의 과시욕을 부추기며 말입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
하 늘 예전 학교 선생님에게 “부모님께 가장 최근에 본 하늘이 언제였는지 물어보세요”라는 숙제를 받아본 적이 있다.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 여쭤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언제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였다. 다음날 선생님께서 “하늘을 언제 본 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하신 부모님들은 바쁜 일상에 치여서 여유가 없어 하늘을 볼 시간이 없으신 것일 수도 있다”하셨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부모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달이 예쁘게 떴다는 말을 듣고 우연히 하늘을 보면서 나도 언제 하늘을 마지막으로 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동안 여유가 없었나보다.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는 건 아주 작고 사소한 일로 크게 에너지를 써야하는 일은 아닌데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다니. 사실 시간적인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시험 기간엔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누가 툭 치면 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쁠 때에는 할 일에 치여 숨 돌릴 틈도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날 위해 해주는 뾰족한 말 화살들은 화살표가 되어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긴 커녕, 날 찔러 아프게 했다. 나는 항상 이런 마음들을 다 안아가며 살아갔다. 부족한 나 자신을 탓하고
3대를 통해 돌아보는 군대 이야기 지난 4월 11일은 우리 가족에게 조금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첫째 아들의 전역 날이자, 동시에 둘째의 훈련소 퇴소식이 있는 날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저와 아내는 군포에서, 전역하는 첫째 아들은 여수에서 출발해 둘째의 퇴소식이 있는 논산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재밌게도 논산은 군포와 여수에서 직선거리로 거의 동일한 거리의 중간에 위치해 있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날의 특별함을 더해 주는 작은 사실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30년 전 제가 입대해 훈련을 받았던 곳이 바로 논산훈련소라는 것이죠. 둘째 아들이 저의 훈련소 후배가 된 것인데, 제가 후반기 훈련을 받았던 곳이 아들의 퇴소식이 열리는 장소였죠. 거기다 아들이 5주간 훈련받은 연무대(논산훈련소를 부르는 다른 명칭) 안을 둘러보며, 그곳에서의 저의 군 생활이 새록새록 기억나 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요. 그러면서 30년 전 나의 군 생활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1993년의 나 우스개 소리로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3위는 ‘군대 이야기’이고, 2위는 ‘축구 이야기’, 대망의 1위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푸른 하늘과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양양 ‘푸른 하늘 은하수’ 펜션 자연 속에 폭!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린 시절 살던 고향으로 되돌아와 ‘푸른 하늘 은하수’ 펜션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저희 펜션까지 들어오는 어성전 계곡을 따라 펜션과 캠핑장이 여럿 있지만 그 당시엔 저희가 제일 처음 시작했죠. 이곳엔 봄이면 취나물도 따서 먹고, 개구리 알, 도롱뇽 알에 산벚꽃을 비롯한 이름 모를 들꽃을 가득 만나실수 있어요. 여름엔 계곡에서 낚시와 물장구치기 뿐 아니라 자연산 뽕나무의 오디와 산딸기도 마음껏 맛보실 수 있고요. 하조대 해수욕장까지 차로 20분밖에 안 걸려서 바다에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답니다. 가을의 단풍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요. 겨울엔 눈이 40~50cm정도는 와야 눈이 왔구나라고 생각하는 겨울왕국에서 이글루도 만들어보실 수 있지요. 60~70년은 족히 넘은 멋진 금강송들에 둘러싸여있는 펜션 바로 뒤에는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다양한 등산코스와 어성전‘더불여 숲’,‘유아숲 체험장’등이 있어 저희 펜션에 오시는 분들에게 꼭 가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있답니다. 손전등 없이 밤 산책을 해보셨나요? 우리 주변의
중국인의 위험한 돼지사랑? 한국인에게 그래도 고기라고 하면 한우인 ‘소고기’를 알아주고, 가장 귀한 음식 중에 하나로 여깁니다. 어려서 명절에 친척 어르신 집을 방문할 때면, 평소 물건도 잘 사지 않는 아버지가 정육점에 들러 주인장에게 좋은 부위로 달라고 말까지 덧붙이며, 신경을 써서 정성껏 사가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인이 소고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오히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고기라고 하면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중국,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 중국인들이 돼지고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즉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뜻인데, 다시 말해 돼지고기와 식량이 부족하면 나라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돼지를 뜻하는 ‘저(猪)’가 앞에 쓰여 식량보다도 돼지고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 중국남부의 홍수로 돼지고기 값이 2배로 오르면서 민심을 잡고 돼지고기의 수급을 안정화 시키고자 중국정부는 재정 지원을 포함하여 대규모 양돈장 관련
[따뜻한 동네가게 스토리] 국적없이 누구나 편히 머물다 가는 북 카페‘꿈꾸는 정원’ 아침에 눈을 뜨면 화분에 물을 주는 것부터 일과가 시작됩니다. 카페 안팎을 청소하고 강아지들에게 밥을 주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면 오전이 금방 가지요. 저는 카페 운영과 텃밭에 야채를 키우고 꽃을 돌보고, 카페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일을 맡아 하고, 남편은 학자로서 연구를 주로 하며, 카페의 대외적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키우는 농작물들에게는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거름을 직접 만들어 주는 친환경으로 작물을 키우고 있어요. 또 강아지도 원래 3마리였는데 7마리가 더해져서 10마리가 뛰어놀고 있지요. 이곳 용인에 터를 잡은 이유는 산과 들도 가까이 있고 사방이 조용하고 딸과 함께 강아지들을 산책시키며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을 마음껏 하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북 카페 ‘꿈꾸는 정원’을 꿈꾸다 원래 저희는 영국에서 6년, 인도에서 8년을 살았습니다. 인도에서 남편은 신학교 교수와 사업을 하고, 저는 한국문화원 소속으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등의 업무를 했는데 비자 문제와 펜데믹 등 여러 문제들이 겹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딸은
[신간소개, 비평] 엑설런스, 인간의 탁월함을 결정하는 9가지 능력 (1)도리스 메르틴 저, 배명자 역, 다산초당 2022 한국에서도 전문가가 검증하여 비평을 곁들이며, 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제대로 된 깊이의 내용으로 전달해주는, 15분 정도 ‘책읽어주는 앱’(Blinklist)들이 많이 생기기 바라는 생각에서 [신간소개,비평]을 신설해 보았습니다. 서평에서 잡아야할 두 마리 토끼인, ‘깊은 요약’과 ‘공정한 비평’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한번 시도해 보려는 겁니다. 만약 이 글이 성공했다면, 독자 여러분들이 책을 직접 읽게 되고, 자신만의 유용성을 발견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새로운 비평으로 대조해 보려고 할 것입니다. 이 책을 소개, 비평하게 된 이유는, 저자 Doris Maertin의 전작인 [아비투스]에서 미국문화에 경도된 한국에서는 도무지 경험할 수 없는 유럽문화의 정수인 ‘최상층이 가진 7가지의 자본’을 소개하는 것에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르스 메르틴, 배명자 역, 다산초당, 2020 (Habitus: Sind Sie beriet fuer den Sprung nach ganz oben?)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8] 앵초 (Primula sieboldii) 봄이 온 것 같더니 봄을 느끼기도 전에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듯합니다. 한낮에는 더위로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지나간 봄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길가에 줄지어 늘어선 벚나무에 흰 벚꽃이 피어납니다. 이 꽃은 며칠 만에 눈처럼 흰 꽃잎을 흩날리게 됩니다. 꽃비가 내리면 여인들의 마음도 들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꽃비가 그치고 나면 봄기운이 가득해지고 산과 들의 나무와 풀들도 기지개를 켜고 봄맞이에 열을 올리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산의 물가 주변이나 계곡의 습기가 머무는 장소에 무리 지어 피어나는 야생화가 있으니 그것을 우리는 ‘앵초’라고 부릅니다. 앵초의 꽃 색은 분홍색으로 새색시들의 연분홍 치마가 생각나는 색상입니다. 앵초는 이렇게 봄이면 우리 곁에 찾아들어 설레임을 안겨주는 야생화입니다만, 실물을 산에서 만나거나 자생하는 모습을 찾아가거나 앵초를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문 듯 합니다. 그 이유라면 봄이라고 하지만 산야에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절에 산속에 앵초꽃이 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