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인간, 그리고 디자인 2] 집안의 미생물 디자인하기(2) 이 칼럼은 에밀리 앤시스의 《The Great Indoors》(한국어 제목: 우리는 실내형 인간)라는 책 내용을 중심으로 공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계속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항균 제품이 대세가 된 시대 바야흐로 항균 제품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주방 재료는 물론 가전제품에서 가구, 유아용품, 문구, 장신구와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가공제품에 항균 성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읽던 신문을 접어 두고 집안을 살펴보아도, 항균 성분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진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항균 제품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파편화되고 분석적인 서양문화의 위험 지난 호에 잠시 말씀드렸듯이 서양문화의 무엇이든 치밀하게 분석하고 파고드는 특성을 따라 그동안 우리의 관심 밖이었던 보이지 않는, 하지만 거대한 생태계의 실체를 이루고 있는 미생물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해로운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대항할 ‘항균’, ‘살균’의 힘을 우리는 기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로운 미생물을 막기 위해 만들어
[경제, 같이 알아볼까요? 7] 수소 경제, 신의 한수! 또는 악수? 한국은 수소경제에 가장 열심인 나라입니다. 최초로 수소경제법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수소차 생산량도 세계 최고입니다. 2020년 전 세계 수소차 판매 9021대 중 75%가 현대차의 ‘넥소’입니다. 수소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과연 신의 한수일까요? 아니면 수렁으로 이끄는 악수가 될까요? 수소 산업에 대해 한번 살펴봅시다. 대체에너지 수소, 화석연료의 대안 수소가 중요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자는 데에 많은 나라들이 합의했습니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원자력과 더불어 수소도 대체 에너지에 포함된 겁니다.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서 물로 변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전자, 열에너지 그리고 물을 방출합니다. 방출되는 전자를 모아서 전기를 일으키지요. 수소전기차를 움직이는 연료전지가 바로 이 전기로 충전된 겁니다. 둘째, 열만 따로 모으면 수소 보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철강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수소는 전기가 되거나 열을 발생하는 과정에서
어글리(ugly) 농산물? 러블리(lovely) 농산물! ▲ 버려지는 농산물 (출처 : 작약(블로그)) 대한민국에서 1년 동안 버려지는 농산물 규모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대략 5조원으로 추정합니다. 그럼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농산물은 얼마나 될까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말에 따르면 한해 13억톤으로 전체 농산물의 30%에 달한다고 합니다(2019년 기준).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부 기자로서 수확철만 되면 버려지는 수많은 농산물을 보곤 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옛 속담을 맹종해서일까? 공산품의 불량률과 달리 농산물의 경우는 겉모양 상관없이 영양소는 차이가 없는데도 겉으로 보이는 모양과 색깔이 어글리(못난이)냐 아니냐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사실 농산물은 아무리 농부가 최선을 다해서 작물 재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시때때로 변하는 기후 환경(온도, 빛, 수분), 토양 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수확물 일명 못난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품성 판매 기준을 따른다면 심한 경우 수확 자체를 포기 할 수밖에 없구요. 원가로 가져가라 해도 농산물 유통상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지요. 어
유예 연장 vs 유예 불가의 첨예한 대립 어떻게 해결할까요? (산란계 축산법 시행령을 앞두고) 산란계 사육 현황 2022년말 기준으로 국내 산란계 중 방목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닭은 451만9000마리로 전체 산란계의 6.1%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는 전부 공장식 사육이고 대부분의 달걀이 이렇게 생산된다. 그래서 가축 사육 농가들 특히 닭 사육을 하는 당신의 로망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열의 아홉은 방사 사육(자유롭게 방목해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그것도 안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넓은 시설 안에서 키우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라고 한다. 이 말은 현재 대부분의 농가들이 동물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고, 더 나아가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런 시설에서 생산되는 달걀 등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 산란계 사육 케이지(출처 : 생생비즈) 시행될 정부 정책 물론 정부는 2018년 9월 1일 개정된 축산법 시행령을 통해 2025년 9월부터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을 기존 0.05㎡에서 0.075㎡로 50%로 확대해야 하며, 기존 산란계 농장은 2025년 8월 31일까지 사용하던 케이지를 좀 더
‘시’에 온 마음을 쏟아내는 시인 김 유 례 부선(扶宣) 김유례(金裕禮) 1940년 4월12일 출생 2003년 경주문예대학 졸업 2007년 문예운동 신인상으로 등단 경주문협, 경북문협 회원, 행단문학 동인 2021년 첫 시집《오늘을 먹다》출간 2019년 문집《여든》출간 신문 연재소설이 나의 첫 문학책 어린 시절 저는 경기도 양평에서 한학을 공부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교육을 중요시 여기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빠들 세 분도 다 서울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했지만, 집안 분위기가 인문학적인 집안은 아니었어요. 아버지께서 신문을 구독해서 보셨는데 제가 양평 읍내로 학교를 다녀오는 길에 신문을 가져오며 배달부 노릇을 하였지요. 당시 여자 아이들은 초등학교만 보내고 더 이상 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때라 혼자 중학교에 다니며 심심했던 저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냇가에 앉아 신문을 열심히 읽었어요. 신문에 연재되던 소설이 제가 읽은 첫 문학작품들이었죠. 중학교에서 문예반 활동을 하고 등사지를 밀어 교지도 만들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 결혼 후에도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었죠. 남편이 회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주면 열심히 읽고 일기도 써보고 했지만 내가 글을
세계! 한옥의 매력에 빠지다 어릴 적에 초가집에 살았다. 방이 두개, 부엌 한개가 있었으니 말 그대로 초가삼간이었다. 다행히 쓰러질듯한 오래된 초가는 아니었다. 마을이름도 ‘웃마’였다. 윗마을을 줄여서 그렇게 부른 듯하다.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힐링촌으로 손색이 없을듯하지만, 아쉽게도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살아온 인생 중, 서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쉽사리 서울 사람이 되어지지가 않았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 일본과 중국에 가서 이방인으로 살아보기도 했다. 어디를 가나 시골정서는 내 삶을 늘 따라다녔고, 잃어버린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2009년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서 조상의 숨결을 느끼는 혜화동 한옥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10여 년 운영하면서 지내왔다. 세계에서 왔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 여행한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도시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늘 경주를 추천해 주곤 했다. ‘2021 한옥문화박람회’가 [한옥, 공간을 연결하다]를 주제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
K-고3을 마치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작년 고등학교 3학년인 내가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수험생의 시간이 끝났다.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이켜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다. 학교에선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교육청에 프로젝트 활동을 하러, 주말엔 다른 학교로 수업 들으러, 시험기간이 되면 ‘시험 못 보면 어떡하지? 성적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휩싸이던 나의 지난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돌이켜보면 꼭 힘든 것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힘든 시간 속에서 잠깐 잠깐의 행복이 나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점심시간, 몰래 나가다 3학년 2학기가 시작되고 학교는 조용했다. 친구들은 대부분 가정학습을 신청한 터라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독서실에 돈 주고 가느니 학교에서 밥 얻어먹으며 공짜로 공부하겠다고 수능을 치르기 전까지 꿋꿋이 학교에 나왔다. 그 넓은 자습실에서 혼자 공부했다. 홀로 공부를 하고 있자면 문득 외로워지기도 했다. 급식을 먹으러 잠깐 나온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고 학교 안을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수능을 약 한 달 앞둔 어느 날
[환경칼럼] 첨단산업의 비타민, 첨단산업의 쌀 희토류?! ▲ 중국 내몽골 희토류 광산에서 나오는 유해폐기물 중국 자원 무기화 중국 정부가 희토류 광산 및 광물 관련 3개 기업의 합병을 최종 승인해(2021.12.23.)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그룹을 출범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희토류 단일기업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희토류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부터 요즘 한창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첨단 스텔스 전투기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입니다. 하지만 희토류는 환경오염의 주범이고 채산성이 떨어져 미국 등 선진국들은 희토류 생산을 그만두는 실정입니다. 중국 정부가 희토류그룹 합병을 최종 승인함으로 앞으로 신생 희토류 기업의 지위는 막강해질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10월 중국 전국인민대회에서 국익과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 및 기타 물품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수출관리법을 통과시켰는데 여기에 희토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요소(수)가 중국의 수출 금지품목으로 지정되어 급하게 방어를 하고는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요, 희토류가 만약 요소(
봉고차 타고 ‘찾아가는 옷 수선’하는 그 날까지, 술람미 홈패션 고고씽! 한복 기술자로의 입문 저는 충남 홍성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결혼하고 평범한 주부로 지내는 어느 날, 큰 언니가 한복 기술을 배워 보라고 권유를 하더라고요. 큰언니와 오빠가 광장시장에서 한복 기술자로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광장시장은 한복거리로 호황이었어요. 골목골목 작은 판자촌으로 이루어져 2층엔 포목점들이 즐비했고, 3, 4층에는 한복 만드는 기술자들이 성냥갑처럼 작은 공간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저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보태겠다는 마음에 안산에서 종로까지 출퇴근하며 한복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죠. 3개월을 배우고 한복 일감을 받아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일이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광장시장에 한복 가게를 임대해 11여 년 정도 한복 치마와 저고리를 전문으로 일을 했습니다. 한참 결혼 성수기 때면 잠을 못 자고 의자에 앉아 졸면서 일을 하기도 했다니까요. 눈을 감았다 뜨면 하루가 번개같이 지나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한복 만드는 일이 재미있었습니다. 옷 수선 전문가로 다시 시작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복 시장은 하락하기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0] 마음을 알아가는 드로잉 시간 ▲ Photo by Heather McKean on Unsplash 초등학교 때, 친구에게 알록달록 귀여운 지우개를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 너무 예뻐서 보물 상자에 고이 담아두었죠.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봤는데 여섯 달쯤 지났을까요? 조심스레 꺼낸 지우개는 찐득찐득해져 케이스에 붙고 엉망이 돼서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우개를 오랫동안 그대로 두면 녹아내려 버린다는 걸 몰랐던 거죠.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보고 알아가지 않으면 온전하게 지켜낼 수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소중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제대로 들여다보기 어려운 대상이 있으세요? 어쩌면 그 대상이 ‘나의 마음’은 아니었을까요? 마음을 알아가는 1단계 - 시선 가져오기 작년부터 육아로 힘든 엄마들을 위해 힐링 드로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죠. 하지만 저희가 드로잉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는 것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드리는 일입니다. “오늘은 어떤 아침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