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천의 건축이야기 1] 우리 집에 한옥(韓屋)이 들어왔다 사람들에게 한옥 짓는 일을 한다고 말하면 가끔 “소장님은 어디 사세요?, 한옥에 사시죠?”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한옥사무실에서 일해요. 그리고 한옥호텔을 운영해요.”라고 동문서답하듯 사는 집은 한옥이 아님을 넌지시 알린다. 그렇게 부끄러울 일이 아닌데 대답을 피하는 것은 낡은 빌라에 살기 때문이다. 회사를 차리고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얻은 집은데 한옥에 살고 싶었으나 비싸서 당시에는 살 엄두를 못 냈다. 한옥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실제 살고 싶냐 물으면 추위, 공사비용,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살기는 쉽지 않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나도 한옥을 짓는 일을 하면서 한옥관리의 노하우를 알기 위해 한옥호텔을 운영하고, 일하는 사무실도 한옥을 고쳐 8년 이상 경험했지만 온전히 내가 사는 집이 아니기에, 건축주들에게 한옥집의 경험을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살고 있던 빌라의 임대기간이 만료되어 집을 알아봐야 했는데 여전히 도심의 한옥을 매입하거나 땅을 사서 한옥을 짓기에는 돈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아파트를 얻거나 더 멀
‘자기 방에서 잠자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아이 독립시키기 아빠의 진정한 고민 엄마 아빠가 누운 침대 아래에서 이부자리를 펴고 자는 딸의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자기 방을 두고도 굳이 안방으로 와서 함께 있어야 두려움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단다. 어쩔 수 없이 재워주었지만 이제는 조금 냉정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아이는 부쩍 길쭉하게 자랐다. 자기 친구 중에도 성장이 빠른 아이는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시작했다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었다. 생리통을 처음 경험하며 아파하는 친구가 당당하게 결석하는 것을 은근히 부러워하는 투다. 딸이 자라나서, 아이들이 갖는 어둠의 공포와 막연한 무서움을 이젠 극복할 수 있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오빠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기 방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서 딸도 당연히 일찍 떨어져 잠들 것이라 여겼다. 홀로 잘 수 있도록 딸의 방에서 책을 읽어주고 기도로 마무리하고 십여 분을 곁에 누웠다가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안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내와 번갈아 역할을 수행했지만 아침에 깨어보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아이는 침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잠들어 있었다. 어떤 때는 공간이 없다
9월의 허브이야기 ‘Rosemary’ 향도 건강에도 좋은 허브 로즈메리의 학명 ‘Rosmarinus’는 라틴어의 ‘ros+ marinus’의 합성어로 ‘바다의 이슬’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답니다. 로즈메리 꽃말의 어원은 ‘나를 기억해 주세요’이며 이는 로즈메리가 기억력에 좋은 허브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로즈메리 허브는 여러해살이풀로 1.5m에서 2m까지 자라며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스페인, 이탈리아이지만 현재는 여러 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하답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에 야외에서 월동이 가능한 식물이지요. 로즈메리로 추출한 방향유(Essential oil)는 향도 좋고 건강에 좋아서 아로마요법에서 대표적인 에센셜오일로 사용됩니다. 로즈메리는 항산화, 진통, 방부, 세포재생 기능이 있고, 심리적 효과로는 기억력 자극, 심신의 균형을 조절해요. 또한 피부를 부드럽게 진정시켜주고 강한 수렴작용으로 늘어진 피부나 부종에 효능이 있답니다. 탈모, 모발강화, 치매, 류머티즘, 통풍, 생리통, 천식에 적용할 수 있으며, 뇌의 기능을 활성화해주어 집중력과 기억력을 좋게 하는 효능이 대표적이지요. 로즈메리로 만든 화장수를 ‘헝가리 워터’라고 하는데 이 화장수
병원이 필요 없네 - 고경명 한 치 앞 모니터만 보다 울긋 솟은 치악산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목이 쭈~욱 늘어난다. “높을 곳을 바라보세요 그래야 거북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이 절로 실천된다. 탁 트인 강릉 바다를 바라보니 눈이 다 시원하다 고해상도 4K 모니터도 담아내지 못하는 이 청량함과 시원함 “멀리 봐야 시력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처~얼썩 하얀 가운 입은 파도가 바로 그! 명의(名醫)네. 아침마다 시달리던 복통에 소화제를 달고 살았던 나 “모든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죠. 너무 예민하시네요.” 단골 병원 의사 선생님도 없는데 싸~악 사라진 복통 시골에 오니 병원이 필요 없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9] 스스로 만드는 행복의 기준 지난 6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우리는 약관 20세에 반 클라이번 콩쿨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때문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오는 그의 기사에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7월에는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필즈상을 39세의 수학자인 허준이 교수가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발 빠르게 자기계발서를 준비 중인 출판사에서는 벌써 책 제목까지 정해 놓았다고 합니다. 《허준이처럼 수학하고, 임윤찬처럼 연주하라》. 예전에는 올림픽이나 콩쿨 기사를 보면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 누가 우승을 했는지에만 초점이 맞춰졌었는데 이젠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동을 하는지, 곡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 수상소감은 무엇인지 등이 담겨있는 인터뷰와 기사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고 1등도 좋고 우승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이 행복한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수상소감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항해 김송희 앉아 있는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나는 짐을 싼다 머뭇거리다가 우왕좌왕하다가 안개가 가득한 바다 한 가운데서 나는 싼 짐을 들쳐 메고 침묵 속 착착 움직이는 영국해군에게 배워 새로 나타나는 거친 파도 미지의 항로라도 착착착 바로, 항해를 시작한다 나를 비추는 등대는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지금 한번 우리 주변을 둘러볼까요? 정신분석자 융은 “예술이란 상징이다. 작가가 경험하는 것, 지각하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을 상징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술가는 자신이 가지는 감정의 이미지를 반영하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대신할 매개체를 찾곤 하죠. 그림으로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강의를 하는 저는 예술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나만의 그림’을 그리면서 몰입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먼저 하게 되고 오랜 시간 투자하는 고민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입니다. 다양한 소재를 생각해 보지만 결국 제가 선택하는 것은 꽃과 식물 등 자연물입니다. 자연물을 주로 그리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당연시하고 소홀하게 대했습니다. 대신 제게 없거나 타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러워하면서 괴로움이란 감정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꽃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면서 꽃잎 한 장 한 장을 관찰하게 되고 각각의 꽃잎이 가지는 다름이 모여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며 저도 저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19-22 김영호 새벽길 달리며 일 년 몇 번 볼까 말까 노오란 황금 원반 매일 달리는 태양 한번 쉬지 않고 영원할 것 같은 에너지 내뿜어 누가 만들었나? 노옵다란 튼튼 철 구조물 절대 쉬지 않고 찌릿 전기를 보낸다 무한할 것 같은 에너지 마왕 대포한방에 내일 기약할 수 없고 무감각 우리 오늘도 지구별 에너지 쪽쪽 빨아 쓰고 있네 떠오르는 태양과 인간이 만든 거대 철탑의 조화를 보며, 시편19편을 떠올리며 작성한 시입니다. 중의적 의미로 코로나19와 22년 우러전쟁을 통해 인간이 쓰고 있는 에너지의 한계와 역설을 표현했습니다.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
미국에서 온 나디아와 마리사의 한옥살이 한국어는 어렵지만! 아침마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며 대문을 나가던 나디아와 마리사의 목소리가 한옥 마당을 가득 채웠다. 2022년 미국 국무부 청소년문화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되었다. 40일간을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로 지내다 돌아가니 더 이상 이제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어려워했다. “ ~에 갔다 오겠습니다!”보다는 “ ~에 다녀오겠습니다.”로 말하는 것이 더 예의 있는 듯해서 가르쳐 주었지만,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어른들께는 존댓말로, 때로는 자기를 낮추는 말 등이 있다는 것과 한자에서 온 말들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영어를 할 때 발음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몰라요”를 “모라요”로 받침이 있는 것은 잘하지 못했다. 그리고 쌍디귿과 쌍비읍 등 경음 발음하는 것도 어려워했다. 우리말을 외국인이 배울 때는 이리도 어렵구나! 한국어와 한국문화 즐겁게 배워요! 나디아는 미시시피주에서 왔고, 마리사는 인디애나주에서 왔다. 딸 유진이와 비슷한 또래여서 같이 지내면 서로 도움이 되겠다 싶어 홈스테이 코리아에 신청을 해서 오게 되었다.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김영연 목숨의 담보 구명조끼 한 벌 호기심 반, 두려움 반 엉거주춤 바다로 떠밀려 간다 놀래킨 파도, 기를 쓰고 따라와도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무섭지 않은 노련한 조련사, 최고의 곡예사 ‘파도야 와라!’ 스릴 즐기는 주변의 함성 푸른 하늘 가른다 ‘파도야 가라!’ 붕~ 튕겨갈까 웅크린 절규 해저 속을 맴돈다 그래! 바다 한가운데니 어쩌랴! 끼룩끼룩 새들 따라 날아가 보자 저 아득한 수평선 신비 빠져보자 으르렁 바닷물에 손 내밀어 보자 덜커덩! 아뿔사, 어느새 모래사장 위 뱉어졌다 모래 속 감쪽같이 숨은 아쉬움 한 번 더 타고 싶다고?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52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