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능선 트래킹이 준 선물 저는 본격적인 기억이 남아있는 유치원 시절부터 서울에서 쭉 살아온 서울깍쟁이입니다. 학창시절 부모님을 따라 이사를 여러번 다녔지만 거의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죠. 그렇게 서울근교에서 30~40년을 살아온 동안, 서울의 서남쪽에 살았던 터라 북한산은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올 가을 두 번의 북한산 산행은 정말 이때까지 전혀 몰랐던 서울의 매력을 알게 해 준 선물이었습니다. 지난 9월 18일. 바로 전날까지 가을태풍 소식이 있어서 과연 등산을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 태풍의 바람덕에 그날의 날씨는 최고좋은 공기 속, 환상적인 하늘아래 북한산 비봉능선을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비봉능선~문수봉의 코스는 초보 등린이도 갈 수 있는 추천 Best코스라고 되어 있었기에 ‘자주 가던 수리산자락 올라가듯 가면 되겠군’하며 첫번째 봉우리인 족두리봉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하지만! 북한산은 ‘국립공원’이라 차원이 다른 것일까요? 초반부터 커다란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길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난코스였습니다. 등산화 대신 신고 간 운동화바닥이 그나마 미끄럽지 않았으니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꼭두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
								[임소장의 공부이야기 #5] 그 많던 천재들은 다 어디에 간 걸까?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백석과 김유정의 공통점은? 얼핏 생각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 두 편과 우리말 어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향토 작가들의 이름이라 답할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쓸 때의 나이가 21세, 황동규 작가의 ‘즐거운 편지’는 고3때 짝사랑하던 옆집 누나를 떠올리며 쓴 시이다. 작가 김유정과 시인 윤동주는 모두 채 서른을 못 채우고 떠났지만, 그들의 이름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남아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20세기 초를 수놓았던 이런 20대의 천재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925년 첫 인구조사가 시행될 때 남한의 인구는 1,300만 명. 100여 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불어난 인구와 더 풍족하고 더 시스템화 된 우리 교육은 왜 더 이상 이런 천재들을 만들어 내지 못할까?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점수로 줄을 세우고 좋은 대학 입학이 곧 안정적인 직장과 취업으로 이어지던, 입시에 매몰된 지난날의 교육 환경에서 찾는다. 상담
								간 격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 안도현 - 이 글은 <행복한 동네문화 이야기 제145호>에 실려 있습니다.
								[환경칼럼] 새로운 지도자에 바라는 환경에너지 정책제안 21세기 이제까지 지구에 일어난 일들 현재 환경문제의 최대이슈는 기후변화입니다. 즉,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지상최대의 과제인데 이것을 위해서는 인류전체가 집중해서 온실가스를 줄여야하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다른 환경문제는 뒤로 할 정도로 분초를 다투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환경문제와 온실가스 감축문제가 연관되긴 합니다. 예를 들자면 플라스틱 오염은 토양오염과 해양오염에 해당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면 기후변화 문제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크게 환경문제하면 쓰레기로 발생하는 토양오염, 수질오염, 해양오염, 거기에 숨을 못 쉴 정도로 대기를 오염시키는 대기오염의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 중에 가장 급한 것이 지구온난화, 그리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입니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만 올라가도 우리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정도로 기후시스템이 바뀌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벌써 지구 평균온도가 1도가 상승했습니다. 학자들은 최대 6도까지 올라가게 되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재앙을 막고자
								[retrospective & prospective 35] 지금은 완벽한 계획보다 실행을 해야 할 때 매일 아침 뉴스는 여전히 전날 코로나 확진자의 숫자로 시작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로 꽁꽁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70%가 넘으면 우리도 유럽처럼 ‘위드 코로나’를 선포하여 추락하고 있는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내년 5월 대선을 위해 각 당에서는 대표주자들을 선발하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내년쯤이면 우리는 독감 백신 맞듯이 코로나 백신을 맞게 될 것이고, 코로나도 여타의 다른 바이러스들처럼 다스릴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될 것입니다. 사회생활이나 개인 생활의 변화 측면에서 보자면 변화 속도가 느렸던 과거에는 조금 먼 미래라도 잘 예측하여 계획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계획을 철저히 잘 세우는 사람이 식견 있고 혜안 있는 사람처럼 대우받았었습니다. 왜냐하면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잘 짜여 진 계획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 자체가 불확실하고 불투명
								화가 리까르도와의 만남, 그림의 고정관념 알에서 깨어나다 그네 타는 후안. 1992. 유화(100x100cm) 지난 8월의 어느 날, 친구이자 화가 Ricardo를 만났다. 리까르도가 그린 그림을 내가 ‘Dibujo’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며 ‘Pintura’라고 말해야 한다고 여러 번 교정시켜주었다. 그러니까 ‘삔뚜라’는 그림(페인팅, 회화)이고 ‘디부호’는 데생(드로잉, 소묘)이라는거다. 도화지나 천에 선으로 그린 그림이나 수채화 물감, 유화 물감으로 그린 그림을 나는 그동안 ‘Dibujo’(데생)라고 부른 셈이었으니, 교양 떨어지는 인간이 되고만 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화가 리까르도는 단호하면서도 끈질기게 자기가 그린 유화들을 내가 ‘디부호’라고 지칭할 때 마다 ‘삔뚜라’라고 부르라며 집요하게 교정시켜주었다는 얘기다. 까다롭게 군다고 빈정 상했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을 해보니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전문가나 예술가를 친구로 두려면 적절한 교양을 갖추지 않고서는 관계유지가 되질 않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물론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한번 있었다. 사진가 박진호씨를 다큐멘터리사진가로 지칭한 적이 있었는데 순수사진예술가라고 불러야 한다고 분명하게
								[뇌과학 스토리 14] 뇌는 인공지능을 거부할 수 있을까? 아이폰을 사용하는 유저라면 얼굴을 들이대기만 하면 암호로 잠겨있는 스마트폰을 해제시켜주는 편리한 기능을 사용해 보셨을 것입니다. 아이폰 유저가 아니더라도 금융앱으로 내 통장의 잔액을 확인하거나 친구에게 돈을 이체하는 등의 아주 중요한 일을 할 때에도 얼굴을 요구할 때가 많지요. 스마트폰이 우리집 강아지보다 주인의 얼굴을 신통방통할 정도로 잘 기억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마스크 쓴 주인의 얼굴을 제대로 못 알아봐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요. 스마트폰이 똑똑해져서라기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한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안면인식 기술은 딥러닝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장 빠르게 상용서비스에 도입된 기술 중의 하나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열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은 이 기술을 이용해 수 만 명이 운집한 콘서트장에서 수배자를 체포하기도 하고, 신호위반 보행자를 적발해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14억이 넘는 중국인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및 통제하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면인식과 유사한 인간 얼굴의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도 개발되어 학습, 인재채용,
								[주수연의 인생 단상 18]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얼마 전 외할머니가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나셨습니다. 친정 엄마가 직접 모시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뵐 수 있었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주무시다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지 않으신 할머니의 손을 잡아보니 차가웠습니다.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촉감으로 느낀 것은 살면서 처음이었습니다. ‘죽음’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알았지요.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국내와 해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떤 주제인지 전혀 모른 채 이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는데, 456억 원을 손에 넣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게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인간의 원초적인 내면에 대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456명이 처음에는 죽을 줄 모르고 게임에 임했지만, 나중에는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게임에 참여합니다. 허구이긴 하지만 현실에 기반한 이 드라마 속 사람들은 왜 목숨 걸고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요?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선택의 연속인 우리의 삶, 인간의 심리, 비인간적인
								그 여자 분은 잘 지내시는지…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집 앞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다 늦은 시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섰다.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늘 드나들던 스터디카페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 한 번도 잠긴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하는 수 없이 다른 출구로 돌아가는데 젊은 여자가 화단에 앉아 술에 취한 눈빛으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나의 또래로 보일 정도로 무척이나 어려 보여 눈에 띄었다. 지나가며 보니 보험회사 가방을 들고 있었다. ‘신입사원인가 보다 저 사람은 무슨 고민이 있어 저러고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스터디카페 앞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어쩌다 그쪽을 바라보니 그 사람이 엎어져 있는 거다. 놀란 마음도 잠시, 머릿속에서 엄청난 갈등이 일었다. ‘아~ 피곤한데 이거 어쩌지… 다시 계단을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가봐야 되나? 아니면 못 본 척하고 그냥 집으로 갈까?’ 그러나 늦은 시간이었고 이대로 두었다가는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그냥은 못 지나치겠어서 황급히 계단을 다시 내려가, 횡단보도를 뛰어 그 사람에게로 달려갔다.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고, 나도
								낯선 산본? 훈훈한 산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여름은 정말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더위도 더위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그 와중에 산본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저는 부동산 사태로 집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고, 15년 이상 살았던 묵은 짐들을 정리해야 하는 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지요. 설상가상으로 제가 이사할 산본은 리모델링 아파트로 선정된 곳이 제법 있어 집값은 폭등하고, 전세대란까지 겹쳐 집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 살던 곳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기에 이사 가기로 마음을 정하긴 했지만, 날마다 갈팡질팡 했지요. 겨우 집이 나와 계약하려면 법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신축된 빌라들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았으니 참 희한한 일들이 다 있더군요. 아무튼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집을 보러 다니며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1주일이 멀다하고 딸이 연차를 내어 함께 집을 보러 다녔죠. 지칠 대로 지쳐버린 저는 이사고 뭐고 잠시 뒤로하고, 1주일 동안 분주한 것을 내려놓고 조용히 이 상황을 정리해 보겠다고 스스로 선언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날을 잡아 아침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