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방향키를 돌고 돌리며… 얼마 전 100세 시대 관련 책을 읽다가 자신의 인생을 적어보라는 문구에 한번 정리를 해야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렇게 일본에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와 인터뷰를 하게 되니 제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네요. 일본에 대한 관심 어렸을 때, 친척 중 할머니 한 분이 일본에 살고 계셨습니다. 일본에서 온 선물을 받곤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막연했지만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또 터울 있는 큰 오빠가 여행사에서 사진사로 근무하는 것을 보며, 나도 대학가면 일본어를 전공해 여행사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문 학원을 다니며 일본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 당시(1982년)만 해도 일본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시선도 따가웠던지라 책을 보이지 않게 커버를 씌워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지금처럼 미디어 자료도 많지 않아, 일본 영화를 접하기 위해 일본문화원에 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 혹시 간첩 아닌가?’ 남편을 만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중소기업의 금속기술 연구소에서 일본과의 기술협력을 위한 번역, 통역 업무를 했어요. 하지만 적
역사의 두 파도 속에 삼키어진 천재 음악가 프로코피에프의 자화상 -‘피터와 늑대’(1936)를 들으며 혹시‘제 발로 찾아온 사슴’이라는 이솝우화를 읽어 본적이 있나요? 사냥꾼에게 쫓겨 다급해진 사슴이 자유롭게 숨을 수 있는 산이 아닌, 외양간으로 숨어들었다가 집주인에게 손쉽게 잡혀버린 이야기죠. 외양간의 황소가 빨리 산으로 도망가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여물까지 얻어먹다 시간을 놓쳐 버렸으니, 제 무덤을 판 어리석은 사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사슴과 같은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린 한 천재적인 음악가의 작품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바로 소련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피터와 늑대’입니다. 자유의 기회를 걷어 찬 프로코피예프 1917년, 기울어져 가던 러시아 제국을 끝장낸 볼셰비키 혁명은 소비에트 정권을 세웠습니다. 러시아 사회 전체를 휩쓴 혁명의 폭풍은 서양음악의 변두리에서 이제는 새로운 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던 러시아 음악에 있어 엄청난 재난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와 같이 눈치 빠르게 서방세계로 탈출한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쇼스타코비치와 같이 소련 안에 남
탁월한 리더십의 이순신이 당대 동아시아 질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보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뒤를 이어, <한산>의 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힘든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관객 인원이 8월 말 700만을 넘었다고 하니, 두 작품의 주인공인‘이순신’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선망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남해안 일대는 과장을 조금 섞어 말하자면, 이순신 장군이 먹여 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곳곳마다 경쟁적으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지와 컨텐츠, 문화 상품을 만들어 놓았기에 이순신 공화국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이순신은 우리 민족 누구에게 물어봐도 존경하는 인물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냄비근성과 자기만족만을 자극하는 단순한 ‘국뽕’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내부가 아닌, 임진왜란과 관련된 두 국가 일본, 중국의 평가와 세계 속 대표적인 두 해양국가의 눈에 비친 이순신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난 뒤 우리 자신의 평가가 정당했는지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질서라는 좀 더 큰 차원에서 이
[상상농부 이야기 10] 송화고 버섯이 담고 있는 영양소를 아시나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어떤 작물이 몸에 좋다는 기사가 뜨면 순식간에 품절이 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꾸준한 운동처럼 아무리 좋은 것을 먹는다 해도 꾸준히 섭취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주 풍성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담고 있는 상상팜에서 기르는 송화고 버섯의 경우도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버섯에 대해 가지는 오해들과 송화고버섯이 담고 있는 영양소들이 무엇인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인증제도가 주는 오해들 현재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각각의 농가들마다 신경쓰고 있는 것이 ‘무농약 인증, 친환경 인증’ 등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인증을 보아야만 안전한 농산물이라 생각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농작물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버섯이고, 상상팜에서 재배하는 송화고버섯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버섯은 좋은 균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다른 식물과는 달리 농약을 치면 사멸하게 됩니다. 심지어 버섯이 자라는 톱
신뢰의 군불 지피기 43.5도씨. 현재 나의 온도.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걱정 마세요. 중고거래로 유명한 앱의 제 매너온도랍니다. 수년 전, 유명했던 한 중고거래 카페에서 아이폰을 구입하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중고거래 경험이 별로 없었던 저는 순진하게도 판매자를 믿고, 물건을 받기 전에 먼저 돈을 송금했는데 보기 좋게 먹튀를 당했죠. 그 뒤부터 중고거래를 할 때 마다 또 사기를 당할까 늘 걱정을 하며 안전거래 결제 서비스 등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앱인데, 동네에서 직접 만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2020년 5월, 내게 잘 맞지 않았던 커블체어를 흐뭇한 가격에 판매한 게 첫 거래의 시작이었어요. 그 뒤로 주위 분들에게 거래를 부탁 받을 정도로 즐겨 사용하고 있지요. 아빠는 뚝딱 물건을 팔고 사는 제가 신기하셨나 봐요. 스티커를 붙여 내다놓아도 가져갈까 말까 한 책장들까지 팔아보라고 은근히 푸시하시더라고요. 물론 시행착오도 꽤 있었습니다. 보온용으로만 사용할 밥솥이라 저렴하게 사와 뿌듯해 했는데, 무료나눔 해도 시원치 않을 물건을 사왔다고 핀잔을 듣기도 했죠. 하여튼 내가 필요한 물품들뿐 아니라
[농사 커뮤니티 스토리] 스마트 팜부터 베란다 텃밭까지, 씨앗부터 수확까지 농사에 관심 있는 분들 파밍순으로 모이세요! ‘파밍순’의 시작 국제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무역협회에서 일을 하다가 농업에 관심이 생겨 충청도의 농업회사로 이직하고 내려 온지 이제 2년차가 되었습니다. 다니는 회사는 종자를 판매하는 농업회사이지만, 파밍순은 회사와 상관없이 농업을 잘 몰라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며 운영해보려고 만든 커뮤니티 계정입니다. 저와 동료 모두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농업회사에 들어왔는데 전공이 아니다보니 배울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농업인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농사일이 너무 바쁘니 농사 소식이나 바뀌는 제도 같은 것들을 모르실 것 같아 그날그날 나오는 농사 뉴스나 소식들을 올렸던 것이 시작이었죠. 파밍순의 계정 이름도 문자 그대로‘농사정보’였답니다. 본업이 따로 있기에 틈나는 시간을 쪼개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충하는 것은 싫어서 콘텐츠 제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주말동안 브레인스토밍 시간도 가지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퇴근길이나 식사할 때 제철 식단 등에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각자 고민한 콘텐츠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틈날
엄마까지 감동시킨 나의 추억이야기, ‘17년 전’ 오늘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에게 학교 신문을 가져 갈 사람은 가져가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글을 눈여겨 읽고 일부러 소리 내어 읽는 친구들이 나를 민망하게 만들어 살짝 미웠다. 학교 신문에 실린 나의 글 ‘사치’ 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은 아니다. 멋진 친구들의 글 사이에 나의 초라한 글이 껴있으니 민망할 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다 딴짓할 겸 내 글을 펼쳐 읽어보았다. 그러다 예전 100일 글쓰기 활동 때 내가 썼던 글을 다시금 꺼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괜히 엄마께 내 글을 읽어주고 싶었다. 그때 엄마는 엄마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내 글을 칭찬해 주셨다.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의 칭찬 몇 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용기 내어 엄마께 나의 글을 보여주었다. 제목은 ‘17년 전’ 이다. ‘17년 전’ 이라는 글에서 내가 어릴 적 가족과 현재 우리 가족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울컥해 떨리는 목소리로 글을 읽기엔 부담스러워 엄마께 나의 글을 떠맡겼다. 엄마는 몇 자 소리 내어 읽으시다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나왔다. 추억 팔이로 나의 글 몇 개를 읽
[다문화, 너와 나의 이웃이야기 5] 다문화자녀교육 이전에, 부모교육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의 자녀양육을 위한 부모교육에 대한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21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학령기 자녀를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녀양육(88.1%)으로 드러났습니다. 다문화사회가 진전되면서 그간에 많은 연구자들이 부모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국가 예산을 투입하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및 관련기관들을 통해 부모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실시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이 지면을 빌어서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고심해 본 진단과 함께 대안을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결혼이민자 당사자의 자존감 부족 국제결혼은 결혼중개업을 통해 많이 이루어집니다. 상호간의 언어와 문화이해가 선행되지 않아도 쉽게 외국 신부를 맞아들이고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결혼 이후의 한국생활에서 다양한 현실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전통적으로 대부분의 가정의 주 양육자가 어머니인 것은 국제결혼 가정이라고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한국 사회 이해도가 낮고 한국어 능력이 미흡한 여
[눈으로 들은 음악회] 성남아트센터에서 만난 티볼트의 죽음 [궁궁 쾅쿵쾅... 로미오와 마주한 티볼트. 두 사람은 현악기의 긴장감속에 서로를 주시하며 대치하고 있다. 중간중간 관악기의 중저음 속에 서로의 약점을 노리는 치명타를 주고 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결투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마침내 로미오의 칼끝은 티볼트의 급소를 찌르고 티볼트는 괴로워하며 뒷걸음으로 쓰러지고 만다. 캐플랫 가문은 모두 침통해하며 티볼트의 장례를 거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몬테규 가문에 선전포고라도 하듯 커다란 무리를 이루어 티볼트를 애도하며 행진을 한다] 프로코피에프Prokofiev(1891~1953)의 ‘로미오와 줄리엣 조곡 제1번’중 ‘티볼트의 죽음’을 듣는 중에 제 눈앞으로 그려본 스토리입니다. 분명 ‘성남시립 교향악단’이 여러 악기들을 이용해 음악을 제 귀에 들려주었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토리를 알고 있는 저는 주인공들이 마치 제 눈앞에서 공연하는 듯 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해본다면 ‘티볼트의 죽음’에서 불협화음들을 조금 더 많이 써서 로미오와 티볼트, 이 두 청년의 싸움을 한층 더 심각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만약 이 음악을 눈으로 보는 발레
대륙문화에서 해양문화로의 결정적인 전환을 이룬 두 해전, 레판토해전(1571)과 칼레해전(1588) 21세기 초인 지금 해양문화의 미국과 대륙문화의 중국은 서로 매우 치열한 패권 다툼을 하는 중입니다. 이 투쟁 이전에 대륙문화에서 해양문화로 그 패권이 이동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두 번의 전쟁이 있습니다. 바로‘레판토해전’과‘칼레해전’입니다. 첫째인 ‘레판토해전’은 1570년 7월 오스만 셀림 2세가 베네치아 속령인 키프로스 섬을 침공하자, 해양국가들로 구성된 신성동맹 함대와 대륙국가인 오스만 터키가 해상에서 벌인 전투입니다. 오스만이 참패한 결과, 해양세력은 오스만의 침략 위험으로부터 이탈리아 도시들을 보호할 수 있었고, 육상에 이어 해상에서의 지중해 패권을 장악하려고 서진하는 대륙세력인 오스만 제국의 팽창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인 ‘칼레해전’은 스페인이 영국을 로마교 국가로 되돌리고, 스페인의 상선에 대한 노략질을 막기 위해 대규모 함대(아르마다)를 편성해 영국해협에서 벌인 전쟁입니다. 이 해전에서 패한 스페인은 점차 패권을 잃게 되었고, 반면에 승리한 영국은 새로운 해양강국으로 발전할 매우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 두 해전을 자세히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