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환경] 자연재해를 보는 지극히 단편적인 시각 80년 만의 기록적 호우 80년 만에 기록적 호우로 인해 서울의 저지대는 잠겨버렸습니다. 동작구의 경우 하루 430mm의 폭우가 쏟아졌고, 시간당 100mm의 강한 비가 내렸는데 물 폭탄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차량이 침수되어 차를 놔두고 떠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였고 지하철 역사의 천장이 내려앉아 물이 쏟아지는 등 서울 곳곳이 비 피해로 난리가 났습니다. 이번 폭우는 북쪽 시베리아기단의 찬 공기가 내려와 정체되고 북태평양에서 고기압이 몰고 온 더운 공기와 부딪히며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 부은 것입니다. 한참 강력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부의 상황과는 다르게 남부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폭우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역대 급의 폭우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폭우를 바라보는 시점이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전 시장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이번 시장이 준비하지 않았다’하며 원인과 결과가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당장의 폭우의 피해
노을 무진에는 안개가 명물이듯 파주에는 노을이 명물이다. 야간자율학습이 고되어도 저녁을 일찍 먹고 운동장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노을은 가없는 위로였다. 하늘 가득 불타오르는 가운데 잿빛구름마저 노을 덕분에 불씨를 품은 듯 발갛던 그 하늘! 스탠드에 앉아 김초희 시인의 ‘사랑굿’을 읽고 친구와 흠모하던 선생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노을을 사랑하기 시작하고 여행지에서는 늘 낙조시간을 기다렸다. 파리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개선문에 올라 에펠탑, 라데팡스로 이어지는 방사선 거리를 바라보았다. 아직 밤에 시간을 넘기기 전 황금빛으로 따스하게 얼굴을 비추던 노을! 달팽이 계단을 끝없이 올라 마침내 마주한 광경! 누군가는 기다리기 지쳐 벽에 낙서도 해놨다. 놀이동산 한편에 누구누구 왔다가다를 빽빽하게 써놓듯, 이곳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한글도 보인다. 낙서는 본능인가보다. 미얀마 우베인 다리의 노을도 떠오른다. 서쪽만 붉은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이 붉었던 하늘. 저 멀리 아이들은 염소와 노닐고 우리는 벤치에 앉아 맥주를 기울였다. 이 하나를 위해 양곤, 인레, 만달레이를 거쳐 찾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제주 ‘백약이오름’의 노을도 생각난다. 분화구 가장자리의 억새와
[선에 담긴 당신의 마음 이야기 12] 우리 같이 낙서해요~~ 학창 시절 교과서에 했던 낙서들 기억하시나요? 동그라미, 네모에 색을 채우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정교해지는 낙서의 퀄리티. 교과서 속 인물들의 헤어스타일을 바꿔주고, 말풍선을 만들어 글을 적으며 친구와 키득키득 숨죽여 웃었던 기억. 때론 치열해보일 정도로 낙서에 집중을 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혹시 내가 그림 천재는 아닐까?’ 의심되는 훌륭한 작품들이 나와 자랑하고 돌려보는 일도 있었지요. 우리는 언제 낙서를 하게 될까요? 꼭‘낙서를 해야지!’라고 마음먹지 않아도 그저 손에 잡힌 펜과 종이가 있으면 무심코 끼적끼적 그림을 이어가기도 하고, 전화를 받는 동안 상대방이 말한 단어를 의미 없이 반복해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채워지는 여백에 마음도 같이 채워지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손을 움직였던 것도 같습니다. ‘그림을 그려보자~’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 그림을 못 그린다고 손사래를 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아마도 우리가 미술 시간에 배웠던 비율, 빛과 어둠의 표현, 구도와 자세, 소실점 등의 기법들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그림에 대한 흥미를 부담감으로 바꾸어 놓았을지도
[에너지와 환경]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플라스틱의 폐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태평양 거북이가 플라스틱 망에 걸려 등껍질이 8자로 만들어진 사진이나 몸통이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죽은 새의 사체일 것입니다. 그래서 환경운동가들은 플라스틱 Zero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장하며 플라스틱 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없이는 못사는데요, 이를 없애기 위해 법안까지 만들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줄여봤자 미국에서 매일 5억 개씩 발생하는 빨대량과 비할 바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상태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이 늘어나면 배출량이 2030년에는 연간 최대 5,300만t으로 전망되며 이는 매년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 총량의 절반에 이르는 무게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플라스틱으로 인한 고통이 해양생태계가 아닌 우리의 몸속에 쌓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미세플라스틱, 위험하지 않다고?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란? 미세하게 분해되거나 인위적으로 제조된 5mm(5,000㎛)이하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합니다.(식약처, WHO, 2019)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그 해전에서 그 전술과 그 진법을 다양하게 사용했나? 이순신 장군은 3대 해전(한산도해전, 명량해전, 노량해전)에서 각기 다른, 그 상황에 딱 맞는 전술과 진법으로 백전백승을 거두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순신은 해전의 전술과 진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심각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해전의 핵심은 시간과 공간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으로 배열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육전에서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육전의 경우 진법이 안 통할 때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면 됩니다. 이에 반해 해전은 도망칠 수가 없고 그 자리에서 너희 죽고 우리 살든, 우리 죽고 너희 살든 어느 한 쪽은 다 죽어야 합니다. 이순신은 수많은 고뇌 속에서 철저히 준비하였습니다. 땅의 지형 뿐 아니라 바다의 지형, 바람, 조류, 그리고 바람과 조류의 세기 및 시간, 병기의 차이를 비롯하여 먼 바다와 섬과의 거리, 적과의 거리, 화포의 거리를 계산하는 산학, 그리고 적과 나의 심리를 알고 각기 다른 해전의 상황에 딱 맞게 그것들을 통제하고 이용하였습니다. 첫째, 각 해전에서 공간을 최적으로 이용한 전법, 시간을 최선으로 이용한 전술을 썼습니다. 한
사치 좀 하시나요? 고래가 물속에서 사는 것보다 인간은 ○○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문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국민 일일 시간활동 양상에 따른 개인 노출평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21시간을 실내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고래들이 물속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우리는 인공구조물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중국발 미세 먼지와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체류 시간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 기술의 가속화로 인간이 만든 또 다른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로 우리 자신을 내몰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연효과는 용량 의존적 공간이란 것은 우리 몸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을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소통하는 물리적인 장소입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자연과의 감각적인 접촉을 스스로 차단하면서 ‘자연결핍’으로 고통하고 있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다중감각적인 이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만병의 근원이라고 여기는 정신생리학적인 스트레스가 자연에 노출되었을 때 회복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생리학적 지표인 심박수와 피부 전도도는 인공물 환경보다 자연에 있을 때 더 빨리 평소 수준으로
[에너지와 환경] 그린택소노미 & 재생에너지 100%(RE100)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 메타버스와 AI,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의 원천은 바로 전기인데요, 이런 전기가 기반이 되는 21세기에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원전이 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환경문제에 유달리 민감한 유럽에서 먼저 안타를 치고 나갔습니다.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2년 2월 2일(현지 시간)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투자를 친환경 활동으로 분류하는 ‘지속 가능한 금융 녹색분류체계(Taxonomy)’ 즉 ‘EU택소노미’를 확정, 발의했습니다. 이는 녹색산업을 말하는 그린(Green)과 분류학을 뜻하는 택소노미(Taxonomy)의 합성어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산업 분야가 친환경 산업인지를 분류하는 녹색 산업의 분류체계로써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지요. EU택소노미는 EU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친환경 활동 기준이 됩니다. EU는 향후 4개월간 회원국과 의회 논의를 거쳐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2] 꿈을 찾아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로 간 멋진 요리사 ‘SJ’ 여름의 무더운 날씨와 태풍의 피해로 힘든 시간을 견딘 후, 부는 아침과 저녁의 선선한 바람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오늘은 수업 후 귀가 길에 여의도 윤중로에 잠시 들러 차를 세우고 창밖을 바라보는 호사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옛 생각과 함께 반갑게 떠오르는 반가운 얼굴들,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이맘때면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멋진 요리사로 활동 중인 SJ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2016년, 그날도 예외 없이 푸드카빙 동아리 지도를 위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제자들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제 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우루루 내려와 수업 재료를 나눠들고 가방까지 받아 들곤 교실까지 쏜살같이 달려가 가방을 교탁위에 놓고 제자리에 돌아가 앉았습니다. “전체 차렷, 인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애들아 잘 지냈지^^?” 이렇게 시작되는 수업은 K시에 위치한 특성화 고등학교의 카빙동아리 수업으로 월2회, 3년 정도
돌아온 학교 미세먼지가 낀 뿌연 하늘을 보며 등교를 했다. 점심시간부터 갑자기 하늘색으로 빛나더니 맑아졌다. 다음 시간은 체육시간. 운동장에 나가 처음으로 축구를 해 봤다. 축구를 해보고는 싶었지만 ‘아마 평생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공을 차보며 골대에 넣는 연습도 했다. 공은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공을 차는 연습을 하는 건지, 공 줍는 연습을 하는 건지, 줍는 거 반, 차는 거 반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중학교 때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피구부에서 대회에 나가려고 방과 후에 매번 연습했지만, 이제는 땀날 정도로 몸을 쓰는 활동이 없어졌다. 피구, 배드민턴, 농구, 발야구와 같은 활동적인 운동들이 그리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축구는 맘처럼 안 되었지만, 공이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이다같이 내 맘도 뻥 뚫렸다. 체육을 끝으로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에 남아서 보강하는 물리 수업을 기다렸다. 오늘이 바로 첫 수업이다!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었다! 방과 후 수업에는 뭔가 일반 수업 때와 다른 분위기와 공기가 감돈다. 같이 듣는 친구들과 시작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6]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봄철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인파로 온종일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면 온갖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우고 사람들을 야외로 불러내기 때문일 겁니다. 각 지역에서는 이렇게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예쁘고 화려한 꽃을 심어두고 놀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들판이나 산속에서는 소박한 야생화들도 인적 드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려고 꽃을 피우고 눈길을 잡으려 열심인 봄철입니다. 나른한 봄철이면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보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품종이 있습니다. ‘구슬붕’이라 불리는 품종으로 키는 대부분 5cm 내외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가을에 꽃을 피우는 용담과 비슷하지만 용담에 비해 키가 매우 작기 때문에 ‘소용담’이라 불리기도 하는 야생화입니다. 산과 들을 무심코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의 구슬붕이를 만나면 누구나 무릎을 꿇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 꽃을 다시 한 번 보겠다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는 찾지 못하는 일이 흔한 품종입니다. 구슬붕이는 햇살이 비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