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2] 꿈을 찾아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로 간 멋진 요리사 ‘SJ’ 여름의 무더운 날씨와 태풍의 피해로 힘든 시간을 견딘 후, 부는 아침과 저녁의 선선한 바람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오늘은 수업 후 귀가 길에 여의도 윤중로에 잠시 들러 차를 세우고 창밖을 바라보는 호사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옛 생각과 함께 반갑게 떠오르는 반가운 얼굴들,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이맘때면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멋진 요리사로 활동 중인 SJ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2016년, 그날도 예외 없이 푸드카빙 동아리 지도를 위해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제자들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제 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 우루루 내려와 수업 재료를 나눠들고 가방까지 받아 들곤 교실까지 쏜살같이 달려가 가방을 교탁위에 놓고 제자리에 돌아가 앉았습니다. “전체 차렷, 인사!”,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애들아 잘 지냈지^^?” 이렇게 시작되는 수업은 K시에 위치한 특성화 고등학교의 카빙동아리 수업으로 월2회, 3년 정도
돌아온 학교 미세먼지가 낀 뿌연 하늘을 보며 등교를 했다. 점심시간부터 갑자기 하늘색으로 빛나더니 맑아졌다. 다음 시간은 체육시간. 운동장에 나가 처음으로 축구를 해 봤다. 축구를 해보고는 싶었지만 ‘아마 평생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으로 공을 차보며 골대에 넣는 연습도 했다. 공은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낯선 느낌이 들었다. 공을 차는 연습을 하는 건지, 공 줍는 연습을 하는 건지, 줍는 거 반, 차는 거 반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활동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중학교 때 코로나가 터지기 전까지는 피구부에서 대회에 나가려고 방과 후에 매번 연습했지만, 이제는 땀날 정도로 몸을 쓰는 활동이 없어졌다. 피구, 배드민턴, 농구, 발야구와 같은 활동적인 운동들이 그리웠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축구는 맘처럼 안 되었지만, 공이 시원하게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사이다같이 내 맘도 뻥 뚫렸다. 체육을 끝으로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에 남아서 보강하는 물리 수업을 기다렸다. 오늘이 바로 첫 수업이다! 정말 오랜만이라 설레었다! 방과 후 수업에는 뭔가 일반 수업 때와 다른 분위기와 공기가 감돈다. 같이 듣는 친구들과 시작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6]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봄철 산과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인파로 온종일 도로는 주차장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봄이면 온갖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꽃을 피우고 사람들을 야외로 불러내기 때문일 겁니다. 각 지역에서는 이렇게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예쁘고 화려한 꽃을 심어두고 놀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기도 하지요. 들판이나 산속에서는 소박한 야생화들도 인적 드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발길을 멈추게 하려고 꽃을 피우고 눈길을 잡으려 열심인 봄철입니다. 나른한 봄철이면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서 보라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품종이 있습니다. ‘구슬붕’이라 불리는 품종으로 키는 대부분 5cm 내외로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가을에 꽃을 피우는 용담과 비슷하지만 용담에 비해 키가 매우 작기 때문에 ‘소용담’이라 불리기도 하는 야생화입니다. 산과 들을 무심코 걷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오는 보라색의 구슬붕이를 만나면 누구나 무릎을 꿇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 꽃을 다시 한 번 보겠다고 그 자리를 찾아가서는 찾지 못하는 일이 흔한 품종입니다. 구슬붕이는 햇살이 비추는
내 인생의 방향키를 돌고 돌리며… 얼마 전 100세 시대 관련 책을 읽다가 자신의 인생을 적어보라는 문구에 한번 정리를 해야지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렇게 일본에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와 인터뷰를 하게 되니 제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네요. 일본에 대한 관심 어렸을 때, 친척 중 할머니 한 분이 일본에 살고 계셨습니다. 일본에서 온 선물을 받곤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막연했지만 일본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또 터울 있는 큰 오빠가 여행사에서 사진사로 근무하는 것을 보며, 나도 대학가면 일본어를 전공해 여행사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문 학원을 다니며 일본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 당시(1982년)만 해도 일본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에 대한 시선도 따가웠던지라 책을 보이지 않게 커버를 씌워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지금처럼 미디어 자료도 많지 않아, 일본 영화를 접하기 위해 일본문화원에 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 혹시 간첩 아닌가?’ 남편을 만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중소기업의 금속기술 연구소에서 일본과의 기술협력을 위한 번역, 통역 업무를 했어요. 하지만 적
역사의 두 파도 속에 삼키어진 천재 음악가 프로코피에프의 자화상 -‘피터와 늑대’(1936)를 들으며 혹시‘제 발로 찾아온 사슴’이라는 이솝우화를 읽어 본적이 있나요? 사냥꾼에게 쫓겨 다급해진 사슴이 자유롭게 숨을 수 있는 산이 아닌, 외양간으로 숨어들었다가 집주인에게 손쉽게 잡혀버린 이야기죠. 외양간의 황소가 빨리 산으로 도망가라고 주의를 주었음에도 여물까지 얻어먹다 시간을 놓쳐 버렸으니, 제 무덤을 판 어리석은 사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사슴과 같은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린 한 천재적인 음악가의 작품 하나를 소개하려고 하는데, 바로 소련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1891~1953)의 ‘피터와 늑대’입니다. 자유의 기회를 걷어 찬 프로코피예프 1917년, 기울어져 가던 러시아 제국을 끝장낸 볼셰비키 혁명은 소비에트 정권을 세웠습니다. 러시아 사회 전체를 휩쓴 혁명의 폭풍은 서양음악의 변두리에서 이제는 새로운 음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던 러시아 음악에 있어 엄청난 재난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와 같이 눈치 빠르게 서방세계로 탈출한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쇼스타코비치와 같이 소련 안에 남
탁월한 리더십의 이순신이 당대 동아시아 질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해 보다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뒤를 이어, <한산>의 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힘든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관객 인원이 8월 말 700만을 넘었다고 하니, 두 작품의 주인공인‘이순신’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선망하고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를 이용해 방문한 남해안 일대는 과장을 조금 섞어 말하자면, 이순신 장군이 먹여 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곳곳마다 경쟁적으로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지와 컨텐츠, 문화 상품을 만들어 놓았기에 이순신 공화국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렇게 인기 있는 이순신은 우리 민족 누구에게 물어봐도 존경하는 인물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냄비근성과 자기만족만을 자극하는 단순한 ‘국뽕’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내부가 아닌, 임진왜란과 관련된 두 국가 일본, 중국의 평가와 세계 속 대표적인 두 해양국가의 눈에 비친 이순신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난 뒤 우리 자신의 평가가 정당했는지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질서라는 좀 더 큰 차원에서 이
[상상농부 이야기 10] 송화고 버섯이 담고 있는 영양소를 아시나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넘쳐나는 시대가 지금인 것 같습니다. 어떤 작물이 몸에 좋다는 기사가 뜨면 순식간에 품절이 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꾸준한 운동처럼 아무리 좋은 것을 먹는다 해도 꾸준히 섭취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주 풍성하고 다양한 영양소를 담고 있는 상상팜에서 기르는 송화고 버섯의 경우도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버섯에 대해 가지는 오해들과 송화고버섯이 담고 있는 영양소들이 무엇인지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인증제도가 주는 오해들 현재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각각의 농가들마다 신경쓰고 있는 것이 ‘무농약 인증, 친환경 인증’ 등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인증을 보아야만 안전한 농산물이라 생각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농작물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버섯이고, 상상팜에서 재배하는 송화고버섯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버섯은 좋은 균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다른 식물과는 달리 농약을 치면 사멸하게 됩니다. 심지어 버섯이 자라는 톱
신뢰의 군불 지피기 43.5도씨. 현재 나의 온도.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걱정 마세요. 중고거래로 유명한 앱의 제 매너온도랍니다. 수년 전, 유명했던 한 중고거래 카페에서 아이폰을 구입하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중고거래 경험이 별로 없었던 저는 순진하게도 판매자를 믿고, 물건을 받기 전에 먼저 돈을 송금했는데 보기 좋게 먹튀를 당했죠. 그 뒤부터 중고거래를 할 때 마다 또 사기를 당할까 늘 걱정을 하며 안전거래 결제 서비스 등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앱인데, 동네에서 직접 만나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2020년 5월, 내게 잘 맞지 않았던 커블체어를 흐뭇한 가격에 판매한 게 첫 거래의 시작이었어요. 그 뒤로 주위 분들에게 거래를 부탁 받을 정도로 즐겨 사용하고 있지요. 아빠는 뚝딱 물건을 팔고 사는 제가 신기하셨나 봐요. 스티커를 붙여 내다놓아도 가져갈까 말까 한 책장들까지 팔아보라고 은근히 푸시하시더라고요. 물론 시행착오도 꽤 있었습니다. 보온용으로만 사용할 밥솥이라 저렴하게 사와 뿌듯해 했는데, 무료나눔 해도 시원치 않을 물건을 사왔다고 핀잔을 듣기도 했죠. 하여튼 내가 필요한 물품들뿐 아니라
[농사 커뮤니티 스토리] 스마트 팜부터 베란다 텃밭까지, 씨앗부터 수확까지 농사에 관심 있는 분들 파밍순으로 모이세요! ‘파밍순’의 시작 국제학을 전공하고 서울의 무역협회에서 일을 하다가 농업에 관심이 생겨 충청도의 농업회사로 이직하고 내려 온지 이제 2년차가 되었습니다. 다니는 회사는 종자를 판매하는 농업회사이지만, 파밍순은 회사와 상관없이 농업을 잘 몰라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며 운영해보려고 만든 커뮤니티 계정입니다. 저와 동료 모두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농업회사에 들어왔는데 전공이 아니다보니 배울 것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농업인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농사일이 너무 바쁘니 농사 소식이나 바뀌는 제도 같은 것들을 모르실 것 같아 그날그날 나오는 농사 뉴스나 소식들을 올렸던 것이 시작이었죠. 파밍순의 계정 이름도 문자 그대로‘농사정보’였답니다. 본업이 따로 있기에 틈나는 시간을 쪼개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대충하는 것은 싫어서 콘텐츠 제작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주말동안 브레인스토밍 시간도 가지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출퇴근길이나 식사할 때 제철 식단 등에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각자 고민한 콘텐츠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틈날
엄마까지 감동시킨 나의 추억이야기, ‘17년 전’ 오늘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에게 학교 신문을 가져 갈 사람은 가져가라고 말씀하셨다. 나의 글을 눈여겨 읽고 일부러 소리 내어 읽는 친구들이 나를 민망하게 만들어 살짝 미웠다. 학교 신문에 실린 나의 글 ‘사치’ 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은 아니다. 멋진 친구들의 글 사이에 나의 초라한 글이 껴있으니 민망할 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의 글을 읽다 딴짓할 겸 내 글을 펼쳐 읽어보았다. 그러다 예전 100일 글쓰기 활동 때 내가 썼던 글을 다시금 꺼내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괜히 엄마께 내 글을 읽어주고 싶었다. 그때 엄마는 엄마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내 글을 칭찬해 주셨다.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의 칭찬 몇 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용기 내어 엄마께 나의 글을 보여주었다. 제목은 ‘17년 전’ 이다. ‘17년 전’ 이라는 글에서 내가 어릴 적 가족과 현재 우리 가족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울컥해 떨리는 목소리로 글을 읽기엔 부담스러워 엄마께 나의 글을 떠맡겼다. 엄마는 몇 자 소리 내어 읽으시다가 눈물을 흘리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나왔다. 추억 팔이로 나의 글 몇 개를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