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내면의 어린 나에게 선사하는 어린이날 선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대형마트, 백화점의 장난감 판매대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엄마 아빠 손을 붙잡고 온 아이들, 손자, 손녀를 데리고 나오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 삼촌, 고모까지 온 가족이 아이 한 명을 위해 이 하루를 보낸다. 놀이 공원은 이날이 대목이라 각종 행사를 열어 어른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놀이 기구 하나 타기 위해 엄청난 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날만큼은 아이를 위해 수고스러움을 감수한다. 식당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 메뉴를 홍보한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들은 이른 시간부터 입장하기 쉽지 않다. 입맛 까다로운 할아버지도 손자 손녀의 입맛에 맞춘 음식을 드신다.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가 왕이 되는 이 날의 풍경이다.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은 갖고 싶은 선물을 받고 맛있는 거 실컷 먹고, 온종일 놀아도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날이다. 옛날과 달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아이들에겐 선물보다 학원가지 않고 자유로이 놀 수 있는 이날이 손꼽아 기다려질 것이다. 불과 한 두 해 전까지 만해도 나 역시 어린이날마다 몸과 마음을 바쳐 아이들에게 봉사했다. 하지만 청소년
[곽명숙 명장의 카빙스토리 5] 제10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국제심사위원으로 프랑스에 다녀왔습니다! 2023년 3월 24~25일 이틀에 걸쳐 프랑스 메츠에서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이 개최되었고 대한민국은 7연승의 위업을 달성하였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푸드카빙이 국제장애인올림픽에 선정된 첫 번째 대회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본 대회에서 푸드카빙은 은메달을 수상 하였고, 본인은 국제심사위원의 자격으로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푸드카빙 교육을 해 오면서 보람 있는 일들이 많았지만 이번 올림픽 참여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매번 올림픽이 끝나면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보상과 유명세가 함께 따르지만 4년, 아니 그 이상을 준비해온 노메달선수와 지도자들, 그리고 선수단을 이끈 올림픽 준비팀(고용공단)들의 노고는 아쉽게도 묻히고 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리고 싶습니다. 뒤에서 묵묵히 선수단을 지원해 주신 올림픽 준비팀(기능올림픽사무국)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본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디테일한 내용의 언급은 어렵지만 일정 수립, 계획과 준비, 실행 또한 완벽했습니다. 인천공항 출발에서 프랑스 현지 지원까지 부족함이 없었고, 오히
‘신해양강국’슬로건, 그 머나먼 길 ‘선장님, 해적위험 취약 선박(속력 15노트 이하, 건현 8미터 이하)인 00호가 해적위험해역을 운항하게 됨에 따라,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승선중인 자녀분(00년생)에 대한 아동학대 가능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부에서는 다시 한 번 00호의 해적위험해역 운항중단을 촉구하오니 항해 계획을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 1월 이미 고위험지역에서 해제되어 전 세계의 요트들이 자동차 사고율보다 낮은 사고 발생율로 아무런 문제없이 오고 가고 있는 아덴만을 지나 안전한 항에 머물고 있는 김선장에게 온 해수부 공무원이 보낸 문자다. 든든한 청해 부대와 외교부가 4시간마다 전화를 해 안전을 확인해주고 프랑스, 영국,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온 요트들이 편안히 잘 다니고 있는 길을 우리 해수부 공무원들만 가지 말라며 아동학대를 운운한다.‘단단하고 든든한 신해양강국’의 슬로건을 내건 어느 해양 행정 후진국의 공무원은 가뜩이나 긴 여행으로 지쳐있는 선장의 마음을 더 지치게 만든다. 해수부에 전화를 해 전 세계 대부분 국가들처럼 왜 미리미리 고시를 바꾸지 않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려 하냐? 왜 이게 아동학대냐
딸기로 세상을 구하라! 특명을 띠고 세상에 태어났다 이 세상의 딸기덕후 모여라 딸기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딸기백작’ 김강수, 맛은 똑같은데 못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딸기를 재탄생 시키려는 ‘버려진딸기’ 김호백, 전국에 있는 모든 딸기를 바구니에 쓸어 담기로 작정한 ‘딸기통’ 김진성. 이렇게 매년 딸기시즌만을 기다리던 딸기덕후 세 사람이 뭉쳤습니다. 미국, 독일, 벨기에 등 어느 나라의 딸기를 먹어봐도 우리나라 딸기만큼 맛있는 딸기는 없더군요. 예전에는 동남아에 수출되는 아세안 국가 생딸기의 대부분이 일본산이었는데 현재는 90% 이상을 한국 딸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K컬처가 들어가면서 K딸기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점점 더 우리나라 딸기가 인정을 받고 있답니다. 이렇게 ‘한국 딸기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자부해도 될 이 시점에 필요한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문화’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딸기 공동선별장에서 특·상·중 등 육안식별로 좋은 등급을 받기에만 치중되어 있는 딸기가 전부가 아니라, 모양보다는 속이 더 맛있고 귀한 딸기가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대우받는, 그리고 못난이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그
[세계속의 한국인] 나만의 대만 살이! (1) 타이완, 타이페이, 타이랜드 뭐가 다르지? 아무리 글로벌한 시대라고 해도 타국에서 자리 잡고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 온 가족을 이루면서 말이죠. 무엇보다 2세대들의 정체성과 교육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 순애보로 시작해 대만에 코를 꿰어 22년 동안 살며 새로운 것을 접하는데 두려움을 없애고 매번 인생은 무한도전이라 생각하고 대만에 정착한 분이 있습니다.‘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독자들을 위해 현재도 진행형인 대만살이의 희노애락을 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너 그것 한 번 신청해봐!” 25년 전, 대학4학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교내 게시판 글에 눈이 확 뜨였습니다. 곧장 같은 기계과 동기 ‘수기신’와 함께 학과사무실을 방문했죠. 마침 조교선생님과 행정사무원들이 있더군요. 조교선생님에 “학과사무실에 붙은 내용이 뭐에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응, 너 그것 한 번 신청해봐!”라고 한마디를 던졌는데 순간 저는 잠시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 깊고 뭔가 저를 응원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평소 영어에 자신이 없었던 저는 졸업을 앞두고 영어 학점도 이수할 겸 신청해야겠다고 바로 마음을
버려진 것들의 외침 “장소가 어디라고요?” “장소가 어디라고요?”, “서대문 양지 커피숍입니다.”라는 말에 조금 의아했다. 이제까지는 무대에서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공연 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 요즘은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하는 예술 분야가 많으니 어떤 장소든 무대가 되겠거니 했지만, 그래도 현대무용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름도 약간은 촌스럽게 여겨지는 ‘양지 커피숍(?)’이라는 말에는 조금 의구심이 가기는 했다. 아무리 넓은 커피숍이라고 해도 무용을 할 만한 무대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일단은 내가 이제까지 보아오면서 느꼈던 선입견은 다 버려야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 초행길이라 헤매며 겨우 간판을 발견했는데, 옛날에 다방커피가 나왔던 그런 느낌이었다. 멋있고 세련된 간판일거라 생각했던 터라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실내는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조금 다르겠지!’라는 기대를 또 하고 말았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낡을 대로 낡은 지하로 들어가도록 안내를 했다.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다 보니 바닥, 벽은 물론 무대로 쓰일 공간도 마찬가지로 오래전에 사용한 그대로였다. ‘어, 이런 곳에서
그 누구의 길도 아닌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되었다. 찌는 듯한 여름도, 칼날 같은 겨울도 아닌 봄, 가을을 포함한 일 년을! 연구년이란 이름으로. 머리 쓰는 일보다 몸 쓰는 일을 낮춰보는 풍토에서 몸 쓰는 일이 보다 더 나 자신과 가까워지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부터 교육과정 안으로 걷기를 끌어오고 싶었다.《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서명숙)에서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제주도 올레길을 만들었고, 그 후로 각 지차체에서 너도나도 길을 내게 된 과정, 그 가운데 내가 살고 있는 의정부의 소풍길도 있다는 것이 나를 산티아고로 거침없이 잡아당겼다. 산티아고를 가보자. 가기 전에 의정부를 샅샅이 걷자. 그런 뒤 학교에서 수업을 소풍처럼 설계하자. 시와 소설이 살아 움직이도록.《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을 읽고 도시를 직접 걸어보며 패러디해보기처럼. 나의 계획서는 교육청의 여러 관문을 통해 낙점이 되었고 모든 계획의 출발지인 산티아고로 향하게 했다. 연수원의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포르투칼에서 출발하는 여정을 선택했다. 폰테 데 리마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의도하지 않았는데 숱한 문학작품과 영화, 친구, 가족이 길에서 소환되었다. 첫 번째
조금씩 익어가요 2022년 11월 15일 <충주 문해 한마당> 잔치가 충주시 호암체육관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리는 행사였다. 이날 <충주시 문해 교육 시화전>도 함께 열렸는데 나는 전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그분들이 보낸 지나간 이야기를 모두 듣는 듯 했다. 딸 아들 눈으로 보던 세상 내 두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하네 지금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밝은 세상 한 번 살아보자! 한글을 배우니 즐겁습니다. 배우지 못한 한이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 충주문화학교 오늘도 같은 반 친구들과 하하호호 정말 재미있다 버스 앞에 쓰인 행선지를 읽을 줄 몰라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낯익은 운전기사 얼굴만 보고 탔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였다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 가방 메고 학교 가는 모습이 제일 부러웠다면서 꼭 책가방 메고 다니시던 모습, 길거리에서 간판을 읽었다고 자랑하시던 모습 등이 작품 위로 떠올라서 남다른 감회와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2000년 8월에 명예퇴직으로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글을 모르는 분들을 가르치는 곳이 있으니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