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10] 변화무쌍한 유기체, 예술 예술, 변화무쌍한 유기체 지난여름 지방의 모 도립미술관에서 올린 기획 전시는 그 내용으로 인해 관람객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그로 인해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돼 철거되었다. 기획전의 제목이 ‘애도: 상실의 끝에서’였던 이 전시는 전쟁과 전염병, 각종 재해 등 개인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승화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전시였다고 한다. 논란이 된 작품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15마리의 살아있는 금붕어를 링거병 안에 넣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붕어가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제작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폭력성과 이중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전시된 금붕어 15마리 중 5마리가 폐사했고 미술관은 이 작품을 철거했다. 이쯤 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현대미술 작가가 있을 것이다. 바로 데미안 허스트다. 얼마 전 독일의 한 미술관에서는 죽어가는 파리 떼를 전시한 데미안 허스트의 ‘백년’이라는 설치 작품이 동물보호단체(PETA)의 민원으로 해체된 일이 있었다. 이 작품은 커다란 유리 상자를 두 부분으로 나누
[문화기행수필] ‘여수 밤바다 ’ 유감 이순신 놀이, 소녀상 놀이 올해 추석 여수 밤거리와 바다의 풍경에서 솟아오르는 환상적 보름달은 구름에 가렸다 나타났다 하며 우리를 애태우며 감질나게 했습니다. 아이들이 밤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중국산 프로펠러 장난감은 두둥실 뜬 달이 있는 하늘과 우주를 향하고픈 마음을 상징이나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감동의 대미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이순신과 관계된 ‘이순신 광장’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순신 동상’과 ‘승전한 대첩’ 이름들과 ‘거북선’, 그리고 둘째는 저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옆에 놓인 빈 의자에 같이 앉아보라고 초청하는 듯한 ‘소녀상’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는 놀랍게도 같은 대상인 왜군,왜놈,일본인이 우리를 끝장내려고 의도적으로 가한 행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라는 점에서 동일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선조는 400여 년 전의 ‘먼 과거’에는 방어에 성공했으나, 110~80여 년 전의 ‘가까운 과거’에서 실패했다는 명백한 차이점이 있기는 합니다. 여수시가 의도적으로 이런, 연관되지만 상반되는 과거들을 배열해서 생각하게 만든 점은 매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점에서 아쉽고 안타까울 뿐 아니라, 좀 더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11] 물봉선 (Impatiens textori) 어느 날부터인가 날씨가 시원해진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한낮의 열기도 수그러들었기 때문에 들판을 걷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습니다. 들판을 지나 산의 초입 개울가에는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물봉선이 피었다고 이야기하면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그것은 마당 한쪽을 장식하고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봉선화는 중국 남부 따스한 곳이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관상을 하기 위해서 옛날부터 마당에 심던 것이라 물봉선과 봉선화는 늘 헷갈리는 식물이자 이름인 듯합니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봉선화는 마당에 심겨진 것을 감상하면 되겠지만 물봉선을 보려면 시원한 바람을 쐬며 들판을 걸어 산의 초입이나 개울가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그것도 서둘지 않으면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한낮이 지나 오후가 되면 서서히 꽃이 시들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이른 아침에 물봉선이 꽃을 피운 장소를 찾아가면 밤새도록 만들어진 이슬이 맺혀있는 물봉선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햇살 퍼지는 시간이 되면 햇살이 비춘 물방울이 반짝거리는 빛망울을 뒤로한 멋진 물봉선을 만날 수 있
[에너지와 환경] 살아난 원전, 그러나 누가 기준을 정했는가? 원전과 천연가스 포함 EU택소노미 EU가 택소노미에서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지위 여부를 늦추고 있었습니다. 진짜 친환경 에너지만을 전력과 에너지로 인정하려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의 모든 전력과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친환경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친환경 대국 독일만 해도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다 합쳐도 40.9%입니다.(2021기준) 따라서 EU는 2040년대까지는 원전과 천연가스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과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조건으로 EU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EU는 지난 7월 원전과 천연가스발전을 포함한 그린 택소노미 법안을 확정했습니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산업이 친환경 산업인지 구분한 분류체계 입니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그간 재생에너지만 인정하겠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EU는 프랑스 등 원전국가들의 입김에 의해 원전을 포함하기로 했고 독일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있어 천연가스발전 또한 그린 택소노미로 포함하기로 했습니다.(독일의 천연가스문제는 지난호들에서 다뤘습니다.) 다만 원전의
[에너지와 환경] 몸에 꼭 하나씩 지니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리튬배터리 없이는 못살아 몇 년 전, 전기자전거가 법제화 되지 않아, 전기자전거의 합법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에서 법안을 준비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이에 공청회를 열고 기업과 민간부문에서도 여러 의견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당시 기업들은 무법상태로 공식판매와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저희 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중앙부처의 공무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설득을 위해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곤 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 전기자전거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법제화(2018)가 되었을 뿐 아니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시대인데, 2010년대 중반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오토바이처럼 타는 위험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반대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사실을 아는 저와 업계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은 그들의 주장에 현혹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화학과 재료를 아는 사람들이야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화학식과 어려운
[손미정의 문화·예술 뒷이야기 2] Show must go on!! 예술, 정신을 위한 백신 공연장에 근무하다 보면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직원 구내식당에 갔는데 한창 공연 중인 뮤지컬의 주인공인 유명 배우가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든지, 야근 후 귀가 길에 공연을 보러 온 팬들과 소통중인 멋진 아이돌의 진솔한 모습을 본다든지, 늘 완벽한 연주복에 근엄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던 지휘자가 리허설에 캐주얼을 입고 있는 편한 모습을 본다든지… 일터에서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무료할 수 있는 직장생활의 보너스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중의 하나인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이틀 동안 우리 극장에서 있었습니다. 첫 번째 연주 다음날 출근길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전날 연주 후 악기 보관함과 개인용 트렁크가 백 스테이지에 도열해 있었습니다. 어느 연주자가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느라 바빴는지 연주 때 신었던 반짝이는 구두 한 짝이 트렁크 밑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살짝 사진에 담으며 전날 연주의 감동을 소환했습니다. 지금
[김원천의 건축이야기 2]한옥의 변화, 홍 성 어 린 이 숲 체 험 관 최근 지인들의 SNS, 잡지들을 보면 한옥사진이나 동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오는데 전통적인 것부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한옥까지 그 디자인과 쓰임새가 다양하다. 특히 용도가 다양해지는 것에 주목해야 하는데 카페, 게스트하우스, 호텔, 사무실, 갤러리, 상점 등 주택이 대부분이던 한옥이 사회문화적 욕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흐름은 민간영역뿐 아니고 국가나 지방정부 등 공공영역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우리 회사에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의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의 연구실증에 참여해왔다. 이 중 직접 설계하고 감리한 ‘홍성 어린이 숲 체험관’은 새로운 형태와 구조를 실험한 한옥이다. 한옥으로 공공시설을 짓는다는 것, 거기에 숲 체험관은 다소 생소한 시설인데다 주 이용자가 영유아들이라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우리는 먼저 아동들을 대상으로 자연환경과 함께하는 한옥공간에서의 놀이와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숲과 친숙해 질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신기술이 적용된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줘 고정관념을 깨고 한옥이 다양한
[퍼머컬처 이야기] 시 고 레 바 트 로 '밭~ 멍~'하러 오세요~ 밭~~멍 해보신적 있나요? 불~멍~, 물~멍~뿐 아니라 예쁜 밭에서 밭멍을 하는게 얼마나 좋은지 알려드릴께요.(웃음) 밭~멍~이 위치한 곳은 강원도 영월의 상동이라는 폐광지역 작은 마을입니다. 전국 읍단위 중 최소 인구 지역으로 텅스텐 광산이 흥했을 때에는 3만 명이 살았던 곳인데 지금은 거주 인구가 1천 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소리는 들린지 오래이고 인구자연감소만 일어나는 그야말로 인구 소멸위기 지역이지요. 이곳은 저희 집안 대대로 할아버지 때부터 농사를 지으며 절인배추 공장도 운영해오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버님께서 절인배추 농장과 공장, 가공업을 하시면서 과로사로 쓰러져 돌아가신 후 딸만 셋인 저희 집에서는 손이 덜 가는 농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바로 ‘퍼머컬처’입니다. 퍼 머 컬 처를 소개합니다 퍼머컬처는 생태적인 농업의 한 분야로 Permanent와 agriculture 또는 culture의 합성어입니다. 즉, 지속가능한 농업이나 그걸 넘어선 지속가능한 문화를 의미하지요. 해외에는 이것에 대해 책도 많고 대학교에 전공학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
[세계속의 한국인] 나만의 대만 살이! (2) 직장생활에서 개인사업을 꿈꾸다 22년 전,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던 한국 회사에서 대만 신주(新竹)지사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타이완에서 시작하기 전에는 주로 배낭여행이 전부였답니다. 대만에서도 IT산업과 전자산업의 메카인 신주(新竹)는 대만의 경제 부흥의 1번지였지요. 타이완 모든 지역에 지진이 나더라도 신주(新竹)만큼은 나면 안 된다는 곳일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반도체 산업은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기술이 전부였거든요. 간혹 한 두 업체 정도 Made in Korea를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니, 찾아봐야 했어요. 왜냐면, 제가 거주한 신주(新竹)는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 수원 또는 화성이었거든요. 생산지였지만 소비지가 아니였던 만큼, 타이페이(수도)로 나오지 않으면 거의 없었지요. “Who are you?”, “Which company?” 5년간의 대만지사 근무를 마치고, 한국 본사로 복귀하지 않고 운 좋게 TFT-LCD 회사의 대만지사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장비와 LCD 장비 회사에 7~8년간 근무를 하면서 서서히 개인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요. 글로벌 전자산업의 중심 중 하나
우주시대에 꼭 필요한 세계(단일)정부하에서 낙태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한반도를 넘어 세계로, 그리고 우주로 평화롭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세계(단일)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 정부 하에 공정하며 누구나 만족시킬 수 있는 치밀한 세계법, 우주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지극히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이것을 연습할 수 있는, 비록 범위는 좁지만 좋은, 역사적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과 미국의 법입니다. 미국은 각각의 독립된 나라에 해당하는 50개 주정부(state)가 모여 하나의 연방정부(United States)를 이루며, 여기에 개별 주가 만들고 운영하는 주법과 함께 거시적 연방적 사안을 처리하는 연방법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위법인 주법과 상위법인 연방법의 관계를, 최근에 문제가 되는 낙태라는 사례를 통해 살펴보며, 앞으로 세계(단일)정부에서 필요한 개별국가법과 세계법, 우주법의 상관관계를 미리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미국의 낙태법 올해 미 대륙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바로 ‘낙태’입니다. 먼저 미국에는 연방법이 주법에 우선한다는, 가장 근본이 되는 헌법 6조의‘연방법률 우위의 원칙’(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