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성품개발을! 1-5 인내] 과 일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철봉에 매달린 우리들 같아요 뚝 떨어질 것 같지만 꾹 참고 있는 과일들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어요 그래도 참고 있어요 참을성 많은 과일들 힘내라 힘내라 응원해 주고 싶어요 의자를 살짝 놓아주고 싶어요 - 박 두 순 (1949-) - 태풍이 몇 차례 지나가면서 바람에 과일들이 많이 떨어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태풍에도 끄떡없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과일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 동시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익어가는 과일을 보면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처럼 뚝 떨어질 것 같지만 떨어지지 않 으려고 꾹 참고 있는 것만 같다. 참아내느라 아이들처럼 어떤 과일은 얼굴이 빨개졌고, 어떤 과일은 얼굴이 노래졌다. 안간힘을 쓰며 입을 앙다물고 매달려 있는 과일을 보면 힘내라고 응원을 해 주고 싶다. 발 딛고 있으라고 의자라도 살짝 놓아주고 싶다. 단풍잎보다 더 빨갛게, 은행잎보다 더 노랗게 과일들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익어가는 과일들을 보면 우리나라 가을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린 과일들이 떨어지지 말라고 응원을 보내자. 철봉에 매달린 아이들에게도 힘내라고 격려를 보내자
								[시로 성품개발을! 1-4 용기] 여 름 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가뭄 든 땅에 비가 옵니다. 풀과 잎사귀 춤을 춥니다. 반가운 비가 고이 온다고.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쓸쓸한 맘에 비가 옵니다. 아무리 와도 꽃도 못 필 걸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잠든 동산에 비가 옵니다, 쓸데 없는 걸 비가 옵니다, 잠을 깨라고 비가 옵니다. - 김 소 월 - 여름비는 반가워서 내심으로 미소짓게 만듭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밭의 틈들을 요 이쁜 것들이 말끔하게 매꾸어주며 이윽고 자라날 풀과 잎들이 하늘 하늘 춤추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이렇게 소망하던 소월 시인은 그 비를 보고 ‘꽃도 못 필 걸’, ‘쓸데 없는 걸’이라고만 펄썩 주저앉고 마네요. 그러니 그 비는 쓸쓸하거나 슬픈 비일 것도 같습니다. 비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쓸쓸하고 슬프기 때문이겠죠? ‘꽃도 못필 걸’ 하고 돌아앉지만 그래도 비는 내리고 또 내리고 주룩주룩 내립니다. 깊이 잠든 꽃동산을 가득 채운 쓸쓸함을 인내심을 가지고 내어쫒을 양 말입니다. 이런 행동이 ‘쓸 데 없는 걸’ 이라며 자조적 쓴 웃음을 짓지만, 드디어는 결국 인생의
								[시로 성품개발을! 1-3 정직] 햇 살 에 게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 호 승 - 먼지는 더럽지만, 그 보이지 않던 먼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한 햇살에게 감사하는 것, 하나. 한 껍질 더 벗긴 자각인 내가 바로 그 더러운 먼지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감사하는 것, 둘. 놀랍게도 한 껍질 더 벗긴 자각을 향하여 돌진. 즉 그런 먼지인 나라도 환한 햇빛이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치는 것에 대한 감사, 셋. 아침부터 감사 삼총사를 만나는 멋진 출발이다.
								[시로 성품개발을! 1-2 소망] 하 늘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을 때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도 궂은 일이 생기면 하늘을 쳐다봅디다. 저도 숙제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셋방살이 방 하나 우리 집 식구들은 하늘을 보고 삽니다. - 박 인 술 -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보는 것이 신세한탄이나 푸념이 아니라 적어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잠깐 쉰 후에 더 깊은 숨을 품고 내쉬며 하늘 너머 더 깊은 곳에 도달한다면 더 좋겠지? 그렇다면 일단 하늘을 바라보는 그 눈으로 남을 향한 비난이나 자신을 향한 비관을 하늘에 투사하는 걸 멈추겠지. 드디어는 그 모든 좋고 나쁜 만남들과 경험들을 진정한 유익을 위해 섭리하시는 분에게 내 눈이 도달한다면, 없어지지 않는 소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시로 성품개발을! 시리즈 1-1 사랑] 은 영 세 탁 소 아이들은 나를 ‘은영세탁소’ 라고 부른다 이젠 괜찮지만 그래 괜찮지만 내 이름을 간판에 걸고 일해 오신 아버지처럼 나도 정말 남들을 깨끗하게 빨아 주고 남들의 구겨진 곳 곧게 펴 주고 싶다 아버지의 주름살을 제일 먼저 펴 드리고 싶다. - 남 호 섭 (1962- ) - 엄마들은 나를 ‘세탁소집 딸’ 그저 평범하게, 그리고 아이들은 그냥 ‘은영세탁소’라고 약간 조롱을 섞어 부른다. 처음에는 속이 상했고 싫었다. 그저 그런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나도 그저 그런 사람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는 사실이.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이제는 괜찮다. 생각을 바꾸니 말이다. 어떻게? 아버지의 일이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 직업인가. 더러운 옷을 깨끗하게 빠는 기쁨은 빨래를 해본 사람은 안다. 나도 커서 다른 사람들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그 마음의 구겨진 것을 펴는 일을 한다면 그런 기쁨을 얻겠지. 그러면 나는 ‘그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그 딸’이 되겠지. 그런데 자세히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웬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제일 먼저 다림질해서 펴드리고 싶은 것은 깊어지는 아버지의
								[새로운 칼럼을 시작합니다 : 시로 성품개발을!] 이 시리즈의 목적은 이름대로 ‘시로 성품개발하기!’입니다. 그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21세기에 이르러 GenerativeAI 시대에 이르러 인간이 비인간이 될 뿐 아니라 오히려 기계와 로봇과 AI를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이럴수록 한 인간이 살아있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인간이 되며, 또 그런 인간들로 차가운 사회를 따뜻한 공동체로 이루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해 지는 것 같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 그동안 전통적으로 사용했고 또 매우 효과적이었던 방식이 바로 문학, 즉 시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탁월한 시들이 가진 사람의 마음을 깊이 감동, 감화시키는 큰 장점을 사용하여 폐허화된 인간 마음 속의 좋은 품성들을 고양시키고, 그렇게 고양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따뜻한 삶들을 이루는 목표로 ‘시로 성품개발을!’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개발하려 하는 품성의 종류는 총 16가지입니다. 1. 사랑 2. 소망 3. 정직 4. 용기 5. 인내 6. 열정 7. 더불어 사는 삶 8. 도전(하는 자세) 9. 명상, 상상력 10. 절제 11. 고통(을 견디는 자세) 12. 근면 13. 죽음을 준비하는 삶 14. 단
								[경제, 같이 알아볼까요? 7] 수소 경제, 신의 한수! 또는 악수? 한국은 수소경제에 가장 열심인 나라입니다. 최초로 수소경제법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수소차 생산량도 세계 최고입니다. 2020년 전 세계 수소차 판매 9021대 중 75%가 현대차의 ‘넥소’입니다. 수소에 대한 적극적 투자는 과연 신의 한수일까요? 아니면 수렁으로 이끄는 악수가 될까요? 수소 산업에 대해 한번 살펴봅시다. 대체에너지 수소, 화석연료의 대안 수소가 중요 이슈로 떠오른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자는 데에 많은 나라들이 합의했습니다.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원자력과 더불어 수소도 대체 에너지에 포함된 겁니다.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서 물로 변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전자, 열에너지 그리고 물을 방출합니다. 방출되는 전자를 모아서 전기를 일으키지요. 수소전기차를 움직이는 연료전지가 바로 이 전기로 충전된 겁니다. 둘째, 열만 따로 모으면 수소 보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철강 제조공정에 사용하는 석탄을 수소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수소는 전기가 되거나 열을 발생하는 과정에서
								[워킹맘의 아이들] 죄책감보다 밀도 높은 사랑을 표현하며 즐겁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 보여주기 워킹맘들이 회사 선택에 크게 실망하는 때는, 첫째를 낳고나서일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도,‘왜 진작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회사로 이직하지 않았나’하는 후회를 했었답니다. 평상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큰 매력을 못 느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방학이 있는 교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워킹맘의 아이는 일찍감치 단지 내 어린이집에 이름을 올립니다. 저는 3개월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출근해야 하는 회사를 다닌지라, 첫째를 낳고는 시어머님의 손에, 둘째를 낳고는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돌이 지나 잘 걷지도 못하는 시점에 둘 다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버버’ 말할 시점에 어린이집을 입소하는 아이. 미안한 마음이 한 가득이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워킹맘의 아이들은 누구보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합니다. 남편과 저는 번갈아가며 퇴근 후 어린이집에 들러 아이를 데려옵니다. 하지만 야근이 잦아지면 저녁시간에도 베이비시터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저희집은 둘째가 생후 4개월부터 8살까지 4~5명의
								[주수연의 인생 단상 17] 냉장고의 가르침 평소와 같은 밤이었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여닫았는데, 갑자기 표시창에 냉장고의 온도가 아닌 에러 메시지가 떠 있었습니다. 영어 알파벳으로 바뀌고 터치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더군요. 점차 냉동실의 냉기가 사라져 가고 음식물들은 녹기 시작했습니다. 아찔해졌습니다. 한 시간 동안 발만 동동 구르다 전기를 잠시 차단했다가 다시 가동시켰습니다. 보통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껐다 켜보는’ 원초적인 방법을 실행합니다. 이 방법은 생각보다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다시 냉동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냉장고는 전날과 동일한 에러 메시지를 띄우며 점차 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지요. 금요일이라 당장 고치지 않으면 주말 내내 상할 음식 생각에 걱정이 눈앞을 가렸습니다. 남편과 함께 오늘은 일을 쉬고 냉장고 수리에 전념하기로 했지요. 서비스 센터에 접수를 하고, 당장 냉동실의 먹거리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친정으로 옮기는 미션을 수행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냉동실에서 꺼내 버려야 하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김에 몇 달간 ‘해야지, 해야지’하며 미루
								[따뜻한 제주청년 농부스토리] 겨울이 되면 늘 그렇듯 또시(다시) 온 귤 또 시 온 귤 아가씨의 시작 저는 대부분의 과일을 진짜 싫어합니다. 딸기도 싫어하고요. 사과와 배는 누가 깎아줘도 먹지 않는데, 유일하게 먹는 과일이 바로 귤입니다. 귤은 정말 너무너무 맛있죠. 아버지께서 40년 동안 제주에서 도매업을 해오시며 귤이 맛있다고 제가 있던 목포로 많이 보내주셨어요. 대학 방학 때 그런 귤과 사랑에 빠져 아버지를 따라 제주로 들어왔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귤과 함께 일하는 것도 너무 즐거웠지만 이 일은 심지어 워라벨(Work-life balance)까지 완벽합니다. 가을, 겨울에 일하고 봄, 여름에는 여행을 갈 수 있기에 이건 천직이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죠. 그렇게 시작한 지 벌써 5년째가 되어갑니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정말로 가을과 겨울에만 일을 하고, 날이 따뜻해지면 철없이 번 돈을 모두 가지고 봄, 여름 동안 기나긴 해외여행을 다녔습니다. 사실은 여행을 좋아해서 가기도 했지만, 제주에 마음 둘 곳이 없어서 떠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가 많이 개방적이 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외부에서 들어와 정착하는 입장에서 보기엔 아직도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