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8] 물레나물 (Hypericum ascyron) 간간히 가랑비가 흩날리기는 하지만 바짝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날씨는 뜨거워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이렇게 무더위가 한창인 시기에 산기슭이나 볕이 잘 드는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줄기는 곧게 자라고 네모지며 가지가 갈라지고 높이가 0.5∼1m까지도 자라는 품종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길이 5∼10cm의 바소꼴이고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줄기를 감싸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투명한 점이 있고 잎자루는 없습니다. 꽃은 제법 크게 피는데 지름이 4∼6cm이며 황색 바탕에 붉은빛이 돌고 가지 끝에 1개씩 위를 향하여 달립니다. 그 꽃의 모양은 풍차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선풍기의 날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산이 우거지고 그늘이 많아져서 그런지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진 듯합니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산길을 거닐다 물레나물의 노란 꽃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습니다. 흔할 때는 눈여겨 봐주지도 않았지만 요즘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레나물이 자랄듯한 곳에서는 좌우를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나를 위한 가장 멋지고, 훌륭한 선택!틈새 쪼개 70개국 여행한, 정금선 여행가 ‘내 딸이 선생님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몸이 너무 약해 야단 한 번 들어본 적 없이 성장한 어린 시절. 부모님은 공부보다는 건강하게만 자라 줄 것을 바라셨죠. 뭐가 되겠다는 특별한 꿈은 없었으나 아픈 사람을 보면 간호사가 되고 싶었고, 장애인을 보면 그 장애인의 손, 발, 눈이 되고 싶었습니다. 무용 발표회에 가면 무용가,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를 보면 연주가, 미술 전람회를 가면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없고 그나마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 중 하나는,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그 일을 마칠 때까지 있는 듯 없는 듯 혼자 앉아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었죠. 서울로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면서 꿈이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건강의 문제로 4학년 때 고향으로 내려가야 했어요. 부모님 곁에서 교생실습을 하며 ‘선생님이 되자’고 저의 꿈을 굳혔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제가 선생님이 된다면 섬지방까지 따라오셔서 밥도 해주고 옷도 다려주신다 하셨죠. ‘내 딸이 선생님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최고의 믿
[상상농부 이야기 11] 겨울 버섯을 아시나요? 2020년 3월경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 버섯을 먹고 36명이 식중독에 걸리고 그 중에 4명이 사망하였다는 안타까운 기사였는데, 사실 이 버섯을 먹는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기에 버섯을 재배하는 농부로서 더 마음이 쓰였습니다. 이 버섯은 된장찌개에, 고기와 함께 굽거나, 스프 등에 절대 빠지지 않는 전 국민이 한번쯤은 먹어 본 ‘팽이 버섯’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왜 미국에서는 일어났을까요? 물론 한국과 미국의 식문화로 인한 차이 때문에 ‘리스테리아’라는 식중독 균이 이 상황을 야기했다고 추정합니다. 미국의 경우 샐러드 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생(生)으로 먹지 말아야 할 팽이버섯을 생으로 먹는 가운데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토양이나 하천, 하수, 식물 등에서 발견되는 ‘리스테리아균’은 이 균에 오염된 채소나 버섯 등을 날 것으로 섭취할 경우 그대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찌개에 넣거나 구워먹는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없이 영양소 풍부한 팽이 버섯을 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 버섯이라고도 불리는 ‘팽이
[전문농업인을 꿈꾸는 청년 농부이야기] ‘베 리 테 마 파 크’ 를 꿈꾸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한 농업 초등학생 때부터 감나무와 사과나무를 키우시던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조금씩 해오던 저는 고등학생 때 큰 고민 없이 농업분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때에는 주말마다 농장 일을 돕는 것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농사는 못 짓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요. 부모님이 노지에서 농사짓느라 항상 땅에 무릎 꿇고, 허리 숙여 일하시는 것이 많이 힘들어 보였는데, 농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찾아보니 스마트팜이라는 것을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식물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재배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하면 딱히 힘 들이지 않아도 기계들이 알아서 잘 해줄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농대생 3년차, 스마트팜의 현실에는 제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훨씬 많이 숨어있음을 온 몸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전문농업인이 되기 위해 지금은 열공 중 저는 영농창업전형으로 대학교에 입학해서 원예학과와 영농창업사업단 수업을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는 다양한 전공들이 있지만 농대는 대표적으로 식물을 공부하는 원예학과,
국제통화 한 통화로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자원봉사자 되다 2021년 6월 29일 새벽 2시가 될 무렵, 새벽에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죠. 얼떨결에 받은 스마트폰 너머에 낯이 익은 지인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몇 달 전에 말했던 거 기억나는가? ‘행복한동네문화이야기’ 신문 있잖나. 그간 봉사했던 분이 사정이 생겨 더 이상 못하시는데, 어떤가? 한 달에 한 번 경기도 ‘광명’ 지역 도서관에 비치하는 일을 해 줄 수 있는지 편집장님이 물어보시네” 전화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간절함이 묻어있었고, 뭐든 신중하게 결정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하게 되었죠.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바로 답변이 끝나자마자 “응 조만간 연락이 올 테니까, 기다리다 전화 오면 잘해 보시게!” 단 몇 분 만에 나는 국제통화로 자원봉사자가 되었고, 그날은 정신없이 곧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봉사할 일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 국제적으로 부탁을 받다 보니,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 마치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처럼 은근히 긴장이 되고, 언제 전화가 오나 하며 스마트폰을 평소보다 자주 보게 되더군요. 마침 인사동에서 기다리던
[새로운 도전 이야기] 전기기타에서 전기자전거로 일렉(트릭)기타를 전공한 저는 ‘콘트라베이스’로 잘 알려진 밴드에서 10년 정도 공연을 다녔습니다. 연주하는 즐거움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지요. 하지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위 ‘음악매니아’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연주자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음악을 하냐”는 등, 먼저 판단해 버리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신은 전문음악인보다 모든 음악분야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이 밴드와 함께 활동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들이었죠. 결국 저는 10년이나 해왔던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연주를 그만두자 이번에는 음악하는 후배들이 저에게 음악을 가르쳐 달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후배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 ‘실용음악학원’을 시작했지요. 그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 가지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곡 안 쓸 거예요, 그리고 칙칙한 발라드 곡을 왜 연주해요?” 가르치는 저의 입장에서는 기
왼손으로 바라보는 세상이야기 예쁜 글씨 쓰고 싶어서!! 이다 나는 악필이다. 어릴 적부터 학창시절 내내 아니 성인이 되어서까지 악필 콤플렉스는 늘 나를 따라다녔다. 어째서 내가 악필이 되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잘 모르겠다. 다만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에게 글씨 못 쓴다는 핀잔과 꾸지람을 끊임없이 들어왔을 뿐이다. 나도 나름대로 애써왔다. 큰마음을 먹고 예쁜 글씨로 교정하는 책을 신청해서 다달이 받아보았다. 하지만 처음 글을 배우고 깨우치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도 아니고, 혼자서 그 지루한 정자체 글씨를 수없이 반복하며 따라 쓴다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결과는 몇 번 쓰다 말고 마치 다달이 쌓여가는 문제집 같은 책들에 엄마에게 돈만 버렸다는 꾸지람만 수년간 듣게 되었다. 혹 조금이라도 도움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예 교실도 다녔다. 하지만 어찌어찌하여 한글이 아닌 한문반으로 등록하게 되었고 장시간 꾸준한 반복연습이 필요한 지루한 일에 별 성과도 얻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첫인상은 꽤 중요하다. 첫인상이 반드시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첫인상이 좋으면 한 번 만날 일이 두 번 되고
광장의 화가 ‘리까르도’ 프롤로그 Ricardo Araya Assler. 아쓸러는 독일인 성. 리까르도의 할아버지가 독일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면 확실히 유럽 스타일이다. 수염이 길 땐, 이미 우리 눈에 길들여질 때로 길들여진 예수상을 닮아 보이기까지 하다. Plaza de Armas 광장 칠레의 Santiago 시내 중심에는 대통령궁이 있고, 두 블럭 옆엔 Plaza de Armas라는 광장이 하나 있다. 이 곳은 술 취한 자, 외로운 자, 노숙자, 독신자, 여행자, 다리 아파 쉬는 자, 멀쩡한 자, 잡상인, 버스커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상설 체스판이 놓여 있으며, 바로 곁에 팔각정 닮은 구조물도 있다. 여기서 작은 공연이 자주 열린다. 가끔은 세계 정상급의 가수들이 날아와 공원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까지 관중들로 꽉 채운 대공연도 열리는 광장이다.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풍경 하나가 광장의 화가들. 그와의 만남 20년 전, 광장을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었다. 그러니까 평상시엔 그냥 지나쳤다는 건데 그 이유는 광장의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려준다거나 소위 이발소에나 걸려있을 만한 그림 따위를 그려 내게 별 자극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에너지와 환경 4] 독일의 비겁한 변명?! EU 그린택소노미(GreenTaxonomy) 가스는? 지난3월호에서는 EU 택소노미를 다루었는데요, 의도치 않게, 두 개의 중요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하나는 대선 직후, 우리나라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시인하며 원전정책을 다시 원상 복구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는 유럽의 천연가스 문제인데 이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K-원전문제는 지난 호를 통해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고, 이번호에서는 유럽의 가스문제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소개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U의 택소노미는 2023년 1월부터 시행이 되는데, LNG의 경우 전력 1키로와트시(KWh)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270g 미만이거나 20년간 배출량이 550kg(CO2eq)미만인 경우, 화석연료발전소 교체조건으로 2030년 12월 31일까지 LNG발전소 건축허가 승인을 받을 때에만 친환경으로 분류하기로 했습니다. 유럽, 특히 독일과 러시아(소련)의 가스밀월관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천연가스 문제는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러시아가 유럽가스
[한현석의 야생초 이야기 7] 피나물 (Hylomecon vernalis) [피나물] 노란색 꽃이 4~5월경에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산형꽃차례로 1~3개의 꽃이 달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진한 녹색으로 변해가는 먼 산을 보면서 봄이란 계절이 있었는지 잊혀져 가는 요즘입니다. 지난 늦봄에 숲을 장식하던 식물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나무의 새순들이 파릇파릇 피어나는 계절에 습기 있는 산의 계곡은 다양한 꽃들이 앞을 다투며 꽃을 피우는데 그 중 제법 큰 꽃으로 진한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자생지를 직접 목격한다면 저절로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예쁜 노란빛의 꽃밭을 지식 없이 거닐다가는 산속에서 놀라 뒤로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피나물은 줄기나 꽃 등 자신의 신체 일부에 상처가 나면 붉은 즙이 나오는데 그 모습이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여 노란 꽃에 흩뿌려진 상처로 생긴 붉은 즙은 예쁜 꽃밭을 생각 없이 거닐고 돌아봤을 때 공포스럽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피나물의 이런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인데 생각 없이 산속에 꽃을 피운 것 같아도 식물 역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